김필수의 Clean Car Talk 
차기 정부에 제안하는 자동차 정책
전기차 충전 ‘스마트 그리드’ 도입 권장
무법지대인 이륜차 시장 양성화도 숙제
미래차 시장 선점하려면 지금 준비해야

필자는 지난 칼럼(정부 혁신 공약 어디 없소 · 더스쿠프 통권 477~478호 설 합본호)을 통해 20대 대선에 나선 후보들에게 “정부 조직을 혁신하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번에는 자동차를 연구한 공학자로서 대선후보들에게 자동차 관련 정책을 제안하려고 한다. 전문가의 관점이 정부가 실효성 있는 정책을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어서다. 자, 그렇다면 지금부터 대선후보들이 살펴볼 만한 다양한 정책을 살펴보자.

새롭게 재편하고 있는 자동차 산업은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발판이 될 수 있다.[사진=iaa 제공]
새롭게 재편하고 있는 자동차 산업은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발판이 될 수 있다.[사진=iaa 제공]

■정책 제안❶ 전기차 = 지난해 9월 기준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20만1520대를 기록했다(국토교통부 발표). 이는 전기차를 상용화하기 시작한 2013년(1464대) 대비 137.7배 늘어난 수치다. 

지난 8년간 전기차 보급 대수가 급증한 만큼 산적한 과제도 많다. 그중 대선 후보들이 우선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이슈는 전기차 충전 문제다. 우리나라는 도심지 대부분에 아파트가 들어서 있어서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이로 인해 운전자들이 전기차를 충전하려면 집에서 멀리 떨어진 외곽으로 나가야 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아파트 단지에 있는 공용 주차장을 활용하는 수밖에 없다. 그 방법으로 필자는 주거 지역 내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의 도입을 적극 권한다.

공용 주차장에 스마트 그리드와 연계한 과금형 콘센트를 설치하면 출근 시간부터 심야 시간까지 이용률을 고려한 전력 수급이 가능하다.[※참고: 스마트 그리드란 기존 전력망에 정보 · 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지능형 전력망을 뜻한다. 전력 공급자와 소비자가 양방향으로 실시간 정보를 교환할 수 있어서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렇게 ‘집밥(집 앞 주차장에서 편하게 쓸 수 있는 충전기)’이 생기면 전기차 운전자들은 충전을 위해 교외로 나갈 필요가 없어진다. 일선 발전소들도 보다 효율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스마트 그리드는 운전자의 편의성, 전력 발전의 효율성을 모두 높일 수 있는 일석이조의 전략인 셈이다.

■정책 제안❷ 이륜차 = 전기차 시장만큼 이용자 수도, 풀어야 할 숙제도 많은 분야가 또 있다. 바로 이륜차 시장이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이륜차의 고속도로 운행이 금지된 국가다. 그렇다고 이륜차 전용도로가 있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코로나19 이후 배달 문화가 확산하면서 라이더는 급증하는 추세인데, 각종 통행 제한은 여전해서 교통사고가 빈발하고 있다는 거다.  설상가상으로 이륜차 관련 정책을 전담하는 기관이나 관련법도 전무한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륜차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되레 간단하다. 이륜차 관련법은 물론 전용도로와 전담 부처를 마련해 이륜차 시장을 양성화하는 거다. 중앙기관에서 전국 이륜차와 라이더를 통합 · 관리할 수 있도록 이륜차 등록제를 시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울러 낙후한 이륜차 운행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관련 보험 · 정비 · 폐차 시장도 활성화해아 한다. 국내 이륜차 시장은 2020년 기준 등록대수만 연간 229만대에 이를 만큼 큰 시장이다. 급격한 성장에 따른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대선 후보들의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

■정책 제안❸ 애프터마켓 = 자동차 분야는 전방산업만큼 후방산업도 중요하다. 부품 · 장비 등의 후방산업이 탄탄하지 않으면 자동차를 제작 · 판매하는 전방산업도 부실해지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대선 후보들이 주목해야 할 분야가 있다. 바로 자동차 애프터마켓(After Market)이다. 자동차 애프터마켓은 소비자가 차를 구입한 후 운행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부품·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장이다.

대표적인 애프터마켓으로는 정비 시장과 튜닝 시장이 있다. 두곳 모두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인 만큼 제도적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특히 정비업은 내연기관차 중심의 산업 구조를 유지한 탓에 전기차 정비 수요에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 정비 업계에 필요한 정책은 기존 인력의 이탈은 막고, 새로운 정비 인력을 양성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미래차 정비 교육’ 예산과 관련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자동차 튜닝산업의 현실화도 시급한 문제다. 우리나라는 규제 일변도의 정책 탓에 튜닝 불모지에 가깝다. 하지만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튜닝은 미래 먹거리로 꼽힌다. 자율주행차 · 커넥티드카 등 자동차에 정보 · 통신기술을 이식하면서 차체나 실내 구조에도 변칙적인 디자인을 적용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국내 튜닝 시장도 향후 5조원 이상의 경제적 가치, 5만명 이상의 고용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지원책을 통해 튜닝 시장을 키워야 하는 이유다. 

■정책 제안❹ 클래식과 재활용 = 이렇듯 자동차 시장은 과거와 달리 새롭게 재편되고 있지만, 지금까지 쌓아온 내연기관차의 역사를 경시해서는 안 된다. 최근에는 뉴트로(Newtro · 새롭다는 뜻의 New와 복고를 뜻하는 Retro를 합친 신조어) 열풍이 불면서 클래식카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각광받고 있다. 

작은 소품 하나까지 수작업으로 완성한 클래식카에 배터리와 모터를 탑재해서 무공해차로 만드는 거다. 무공해 클래식카는 기존의 럭셔리카를 대체하는 프리미엄 모델이 될 수 있다. 대선 후보들이 면밀한 관심을 기울인다면 클래식카는 새로운 틈새시장으로 정착할 수 있을 것이다.  

미래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관련법과 정책을 다듬어 나가야 한다.[사진=현대차 제공]
미래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관련법과 정책을 다듬어 나가야 한다.[사진=현대차 제공]

마지막으로 소개할 내용은 배터리 재활용 산업이다. 전기차 보급이 늘어날수록 폐배터리도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그만큼 배터리 재활용 시장의 성장 가능성도 높다.

2030년 12조원 규모로 성장할 이 시장을 선점하려면 지금부터 관련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더욱이 폐배터리는 재처리 과정에서 유독성 물질을 방출할 위험이 있어서 이와 관련한 기술 · 환경 요건을 제대로 갖춰나가야 할 것이다. 

이외에도 자동차 산업에는 무궁무진한 영역이 존재하고 있다. 새롭게 태동하고 있는 미래차 시장은 국가 경쟁력을 탄탄하게 만드는 발판이 될 수도 있다. 이런 맥락에서 대선후보들은 관련 공약을 정교하게 다듬을 의무가 있다. 현장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것은 물론 새로운 먹거리와 일자리 창출까지 이뤄낼 수 있기 때문이다.

글 =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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