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금 추적은 수사기관의 몫
부동산 사업 특성 알았다면 민관 함정 조심했어야
대장동뿐만이 아니라 초과이익환수제 고민할 때

10월 국정감사가 시작됐지만 여전히 정국은 ‘대장동 개발사업’으로 뜨겁다. 사건 관계자들은 검찰에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여야는 ‘대장동 개발사업’에 연관된 반대 진영의 인사들을 거론하며 누가 몸통이냐고 묻고 있다. 

하지만 이런 법적ㆍ정치적 공방 속에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도 있다. 제2 대장동 사건을 막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느냐다. 2015년 이후 대장동에서 벌어진 일을 다시 추적하면서 ‘제2 대장동 논란’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을 찾아봤다. 더스쿠프(The SCOOP) 461호 커버스토리 ‘대장동 개발사업 17년 역추적’ 그 다음 이야기다.

 

시스템 개선 없이 대장동 사건을 마무리한다면 제2의 대장동 사건은 얼마든지 다시 일어날 수 있다..[사진=뉴시스]
시스템 개선 없이 대장동 사건을 마무리한다면 제2의 대장동 사건은 얼마든지 다시 일어날 수 있다..[사진=뉴시스]

10월 18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기도 국정감사에 참석했다. 같은 날 성남시청 압수수색이 다시 이뤄졌고, 화천대유의 자회사 천화동인 4호 소유주인 남욱 변호사가 미국에서 돌아왔다. 

야당으로 튄 불똥도 꺼지지 않았다. 대장동 개발수익을 노렸던 민간사업자 일부가 부산저축은행에서 자금을 빌렸는데, 당시 수사 책임자였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출 알선 행위를 알고도 해당 사건을 덮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선이 반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여야 가릴 것 없는 의혹이 난무하면서 대장동 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경찰과 검찰은 이른바 ‘대장동 수사’를 동시에 진행 중이다. 한편에선 “검경 수사를 믿을 수 없으니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계좌 추적과 관련자 조사가 적절하게 이뤄진다면 ‘돈’이 흘러 들어간 곳이 밝혀지는 건 시간문제다. 그렇다면 수사가 끝나면 ‘대장동 논란’도 마무리될까. 그렇지 않다.

대장동을 둘러싼 일련의 사건에서 풀어야 할 숨은 문제는 숱하다. 제2의 대장동, 제3의 대장동 사건은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어서다. 각종 이권과 얽혀있는 ‘부동산 개발’엔 권력權力과 금력金力이 함께 동원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스쿠프는 두가지 사안에 집중했다. 2010년 출범한 ‘이재명 시정市政’은 과연 민간과 공공 그 사이에 형성된 빈틈을 제대로 제어했는지, ‘유동규’란 인물로 대표되는 성남도시개발공사를 통제할 수 없었는지 등이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선 ‘대장동 사업’을 왜 민간과 공공이 함께 진행했는지부터 살펴봐야 한다. 시계추를 판교대장 사업을 막 시작했던 2015년으로 돌려보자. 

■민간과 공공, 그 사이 빈틈 = 당시 성남시의 목표는 하나였다. 확정수익이었다.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성남시는 여러 차례 미뤄진 대장동 개발을 더 미룰 수 없었다. 공영 개발을 꾀했지만 시의회와 중앙정부의 허가가 필요한 지방채를 발행하는 건 쉽지 않았다. 여기에 1970년대 조성된 본시가지(구도심)에 공원을 만드는 사업도 추진해야 했다. 성남시가 ‘민간’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2015년 사업자 공모 당시 3개 컨소시엄(산업은행 컨소시엄ㆍ메리츠종합금융증권 컨소시엄ㆍ하나은행 컨소시엄)은 성남시가 필요로 하는 공원 개발 비용과 그 외의 수익을 약속했다. 공원 개발 비용은 기본으로 깔린 상태에서 ‘그 외 수익’은 두 종류로 나뉘었다. 

산업은행과 메리츠는 임대주택을 지을 수 있는 땅(A10블록ㆍ현재 LH가 해당 토지를 매입해 신혼희망타운으로 만들었다)을 제안했고 하나은행 컨소시엄은 1811억원의 현금 수익을 제안했다. 임대주택을 지을 수 있는 땅을 받는다면 임대주택을 짓기 위한 공사비 800억원이 추가로 필요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통령 후보(당시 성남시장)는 “임대주택을 만들기 위한 비용마저 부담스러웠던 성남시는 그래서 1811억원의 현금 수익을 배당하겠다고 제안한 하나은행 컨소시엄을 최종 선택했다”고 주장했다. 

어쨌거나 성남시는 공원 개발 비용과 1811억원의 배당 수익은 확실히 챙겼다. 애초 생각했던 목표는 이룬 셈이었다. 이재명 후보는 “수익만 보장된다면 민간 컨소시엄 내부에서 (자신들이 설정한) 배당금 배분 방식은 성남시가 관여할 사항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성남시가 원하는 걸 가졌으니 민간 수익이 얼마나 발생할지, 또한 그 수익을 컨소시엄 내에서 어떻게 배분할지는 ‘공적 영역’ 밖의 문제였다는 게 이 후보의 인식인 셈이다.

모든 가능성 고려하지 않은 건 실책

그는 18일 열린 국정감사에서도 민간 수익 배분은 결국 주관사(하나은행)의 영역이라고 다시 강조했다. “하나은행 컨소시엄의 주관사는 하나은행이고 자금을 끌어온 곳도 그쪽이다. 컨소시엄 내부 이익 배분 비율을 왜 지분 1%(화천대유), 6%(SK증권)에 몰아줬는가는 하나은행이 답해야 할 문제다. 성남시가 민간 이익 배분까지 관여할 수는 없다.”

여기까진 이 후보의 주장에 설득력이 있다. 지자체가 민간 배당을 확인해야 하는 것도 아니었고, 공공이 원하는 이익을 챙긴 만큼 나머지 민간 이익에 관여할 수도 없었다.

 

2021년 국정감사에서 여야는 화천대유와 대장동 개발사업 이슈를 놓고 서로를 비판했다. 사진은 국정감사에서 서로 다른 피켓을 붙이고 있는 여야 의원.[사진=뉴시스]
2021년 국정감사에서 여야는 화천대유와 대장동 개발사업 이슈를 놓고 서로를 비판했다. 사진은 국정감사에서 서로 다른 피켓을 붙이고 있는 여야 의원.[사진=뉴시스]

하지만 민간, 특히 특정업체에 과도한 수익이 쏠리는 등의 문제를 검토하지 않았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렵다. 국정감사에서 진실 공방이 오간 ‘초과이익환수제’ 적용 논란은 이런 지적의 연장선으로 봐야 하다.

부동산 경기가 조금씩 좋아지던 2017년 특수목적법인(SPCㆍ성남의뜰)에 추가 수익을 요구해 끝내 얻어냈던 성남시가 사업을 설계할 당시 왜 ‘초과이익환수’를 고려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은 설득력이 있다.[※참고: ‘이재명 국정감사’라고 불린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초과이익환수’ 문제는 야당의 집중 질문공세를 받았다. 아직까지 정확하게 밝혀진 건 없다.]

■사각지대의 사실상 방치 = 여기까진 공방攻防이 오갈 만하다. 하지만 ‘대장동 논란’의 진원지인 성남도시개발공사를 사실상 사각지대에 방치한 ‘이재명 시정’의 선택은 되짚어 봐야 한다. 먼저 성남도시개발공사의 법적 지위부터 살펴보자. 이 도시개발공사의 설립이 제안된 건 2012년 위례신도시, 동원동, 대장동 사업 등을 추진하기 위해서였다.

성남시는 설립 여부를 놓고 타당성 용역 조사도 진행했다. ‘일자리 불리기’ ‘예산 낭비’ 등의 이유로 성남시의회는 도시개발공사 설립을 반대했다. 그러나 도시개발 수익을 공공에 환원한다는 목적으로 2014년 기존에 있던 성남시설관리공단이 성남도시개발공사로 탈바꿈했다. 

이후 성남시는 민간과 특수목적법인(SPC)을 만들 수 있는 개발공사에 ‘대장동 개발사업’을 위임했다. ‘공공’과 ‘민간’의 연결고리가 개발공사에 생겼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성남도시개발공사는 민간이 끼어들어간 사업을 들여다볼 수 있었고 민간 사업자가 예측하는 사업 성과도 공유하는 게 가능했다.

[※참고: 공기업은 민간기업과 함께 SPC를 설립할 수 있다. 공기업이 지분을 가지고 있는 만큼 SPC인 ‘성남의뜰’에서 이뤄지는 결정엔 성남도시개발공사 측의 의사나 의견이 들어갈 여지가 컸다.] 

이런 맥락를 볼 때, 대장동 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이재명 시정’으로선 당연히 성남도시개발공사를 바라보는 ‘기준’을 촘촘하고 섬세하게 마련했어야 옳다. ‘공공’과 ‘민간’ 사이에서 불편법적 거래가 손쉽게 이뤄질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대장동 논란’의 중심에 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감시망 밖’에서 사업을 진행한 건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전신인 성남시설관리공단에 기획본부장으로 발을 들였던 유 전 본부장은 당시에도 납득하기 어려운 인사 업무 처리, 자의적인 정관 삭제ㆍ수정 등으로 성남시의회의 숱한 지적을 받았다. 심지어 성남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의 인사권까지 휘두르고 있다는 의혹이 언론 보도를 통해 일기도 했다. 

물론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후보가 직접 관여할 사항은 아니었다. 하지만 시설관리공단 시절부터 숱한 잡음을 일으켰던 ‘유동규’가 대장동 사업의 핵심 키를 쥐었을 때 어떤 통제나 견제를 하지 않은 건 ‘이재명 시정’의 정치적 실책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감시 시스템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성남도시개발공사 정관에 따르면 성남시장은 1년에 한번씩 공사로부터 사업계획서를 제출받아 확인한다. 결산서, 재무제표, 연도별 경영목표, 경영실적 평가 결과, 기타 경영 중요사항도 확인 대상이다.

성남도시개발공사 업무의 상황을 설명하는 자료는 1년에 2번씩 보고받을 수 있다. ‘이재명 시정’이 법적으로 부여된 권한을 제대로 행사했다면, 2015년 이후 대장동에서 벌어진 문제를 사전에 감지할 시간은 충분했다. 

한쪽에선 “성남시의 감독 권한이 대부분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돈을 쓰는 행위’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곳간’ 이외의 업무는 사실상 성남시의 감시망 밖이었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재명 후보는 얼마 전까지 대장동 사업을 ‘단군 이래 최대 치적’이라 스스로 홍보해왔다.

그렇게 대단한 치적이라면 사소한 문제라도 ‘감시망’ 안에 뒀어야 마땅하다. 그게 지금껏 보여준 ‘이재명식 정치’의 일단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대장동에서 나타난 ‘이재명 시정’의 크고 작은 빈틈은 ‘다른 건 몰라도 일은 잘하는’ 이재명 이미지에 치명적일 수 있다. 대장동 사업을 ‘단군 이래 최대 치적’이라고 추켜세웠던 이재명식 홍보전략에도 균열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제2, 제3의 대장동 사건 막으려면… =  대장동 토지 개발은 2004년 2기 신도시인 판교와 함께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런 점에서 3기 신도시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제2 대장동, 제3 대장동 사건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건 합리적인 의심이다. 더구나 신도시 사업을 추진하는 주체는 대장동과 마찬가지로 지자체와 해당 지역의 도시개발공사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굵직한 부동산 프로젝트를 오염시키는 탐욕과 불ㆍ편법적 행위를 통제할 방법이 없는 게 아니란 거다. 가령, 2015년 박근혜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지 않았다면 ‘대장동 사업’에 발을 담근 민간 사업자들이 높은 분양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웠을 거다. 

해외에 벤치마킹할 사례나 시스템도 많다. 독일 뮌헨시의 사례를 들어보자. 1994년 뮌헨시는 시중은행의 힘을 빌려 인프라 확충 사업(메세슈타트 림)을 추진했는데, 시와 은행은 사업 구조를 ‘로 리스크 로 리턴(low risk low return)’으로 합의했다. 골자는 은행이 만든 ‘자회사’가 먼저 도시 인프라를 만들고 지자체는 은행에 투자금을 천천히 상환하는 것이었다.

민간 입장에선 단기간에 ‘택지 매매’나 ‘분양’으로 수익을 거두는 게 아니라 공공이 장기간 돌려주는 원리금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단기간에’ 택지를 매매하고 분양하는 과정에서 불편법적 일들이 자행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정부와 지자체가 벤치마킹할 만한 시스템이다. 

대장동 개발사업을 둘러싸고 화천대유의 수익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사진은 곽상도 의원.[사진=뉴시스]
대장동 개발사업을 둘러싸고 화천대유의 수익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사진은 곽상도 의원.[사진=뉴시스]

 지자체가 지역 도시개발공사의 일탈을 통제할 방법도 간단하다. 지자체가 법적 테두리 안에서 할 일을 제대로 하면 된다. 김영진 강원대 교수는 한국부패학회 회보를 통해 “공공 감사는 단순 회계 감사뿐만 아니라 공적 이익을 얻기 위한 활동을 제대로 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며 “공기업과 비교해 지자체 내부 비리는 개인 일탈처럼 여겨지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제2 화천대유 막으려면 시스템 손봐야

다만, 이런 시스템과 문화를 만드는 건 오랜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 분양가 상한제를 재도입하고 초과이익환수제를 민간택지에 적용하는 건 정부와 의회 등 수많은 주체의 동의를 얻어야 가능한 일이다. 지자체든 지역 도시개발공사가 투명한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뼈를 깎는 내부 자성이 수반돼야 한다.

[※참고: 사실 부동산 문제에 공적 조직이 연관된 사례는 숱하다. 최근에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벌인 3기 신도시 내 투기 사건이 논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정부는 그럴 때마다 ‘부당 수익’은 회수하지 않은 채 납득하기 어려운 조직개편으로 사건을 대충 덮어버렸다.] 

어쨌거나 대장동 개발사업으로 ‘틈’은 발견됐다. 이 ‘틈’을 메우지 않는다면 책임자를 찾아내 처벌하더라도 제2, 제3의 화천대유는 얼마든지 다른 얼굴로 나타날 수 있다. 대장동 논란이 ‘정치적 갑론을박’에 머물러선 안 되는 이유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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