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보상 받은 10명 중 6명은 외지인
전체 사유지 소유주 100명 중
16명은 강남 3구 거주자
도시개발사업에 몰려든 자산가들

대장동 개발사업 수사가 관련자들의 구속으로 조금씩 탄력을 받고 있다. 개발 수익금 중 일부가 로비 형태로 정ㆍ관계에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도 조만간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수사가 마무리되더라도 우리가 짚어봐야 할 건 남아 있다. 대장동이 개발되기 전 ‘땅 주인’은 누구였으며, 그들은 어떻게 ‘이 땅’으로 파고들었느냐다. 흥미롭게도 개발 전 대장동엔 강남 3구 자산가들이 많았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대장동 사건을 잊지 말아야 할 또 다른 이유를 취재했다. 

대규모 개발사업은 항상 원주민을 몰아낸다는 지적을 받아왔다.[사진=연합뉴스]
대규모 개발사업은 항상 원주민을 몰아낸다는 지적을 받아왔다.[사진=연합뉴스]

투자와 투기를 무엇으로 구분할 수 있을까. 법으로 규정한 것도 아니고 정부가 객관적으로 정해둔 기준도 없다. 다만, 국토교통부가 ‘이상 거래’라고 판단하는 기준은 있다. ▲미성년자ㆍ법인ㆍ외지인의 투기성 거래 ▲지분 쪼개기 거래 등이다. 개발 계획이 발표됐을 때 해당 지역을 면밀히 검토해야 할 거래를 따로 골라내기 위해서다. 

자! 이 기준을 생각하며 ‘대장동 개발사업’을 다시 살펴보자.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로 얻은 수익금을 이용해 정ㆍ관계에 로비한 정황이 포착된 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를 비롯한 관계자들 일부가 11월 구속됐다. 이들이 로비 자금으로 사용한 수익금만 수백억대 규모로 추정된다.

로비 행위뿐만 아니라 사업 추진 과정 자체의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크다. “유례없는 고수익 사업이 가능했던 이유는 대장동 ‘원주민’의 땅을 낮은 가격에 수용해 가능했다. 화천대유는 원래 있던 주민들을 쫓아내고 ‘서민 죽이기’로 돈을 벌었다.”

이 문제를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자. 대장동의 땅을 특수목적법인(SPC) ‘성남의뜰’에 넘겨준 사람들, 그때 당시의 소유주들은 누구였을까. 그중엔 원주민(성남시민)이 많았을까.[※참고: 성남의뜰은 대장동 개발을 위해 성남도시개발공사와 하나은행 컨소시엄이 함께 만든 민관합작 특수목적법인이다.]

시계추를 2016년으로 돌려보자. 그해 토지보상 및 부동산개발정보 플랫폼 ‘지존’은 등기부등본을 전수조사해 대장동 개발사업의 토지 소유주 현황을 공개했다. 기준은 지구 지정이 이뤄진 2015년 6월이었다. 이때는 이미 성남도시개발공사(공공)와 하나은행 컨소시엄(민간)이 특수목적법인(SPC) 성남의뜰을 설립한 후였다. 

당시 대장 지구에 속한 땅은 920필지였다. 그중 사유지는 710필지였다. 우리가 주목할 건 사유지다. 710필지 소유자 483명 중 성남시민이 아닌 사람은 64.4%(311명)였다. 흥미로운 건 외지인 중 절반 이상이 특정 지역에서 왔는데, 그건 서울(160명)이었다.

좀 더 세분해보자. 대장동 땅을 소유한 서울시민 160명 중 자산가로 추측할 수 있는 강남 3구 주민은 78명(48.8%)이었다. 다시 말해 대장동의 사유지를 소유하고 있던 483명 중 16.1%가 강남 3구 주민이었다는 얘기다. 간단한 비율로 환산하면 100명 중 16명이다.

대장동 땅 사들인 외지인

혹자는 이렇게 물을 수 있다. “지금은 다른 지역에서 살고 있지만 선대의 땅을 물려받았을 수도 있지 않은가.” 그렇지 않다. 당시 대장동 사유지를 소유하고 있던 외지인 483명 중 매매로 부지를 얻은 이는 302명이었다. 62.5%가 매매를 통해 대장동 사유지를 획득했다는 거다. 이는 의도적 매입이다. 

 

우리가 살펴봐야 할 건 이뿐만이 아니다. 당시 지존은 대장동 토지 소유 현황을 발표하면서 주목할 만한 다른 사실도 언급했다. 대장동 사유지를 소유한 외지인 483명 중 69.8%인 337명이 등기부상 부채를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땅을 담보로 돈을 빌린 게 아니라 자기자본으로 충당했다는 건데, 이는 자금여력이 풍부한 자산가들이 대장동 땅 매입에 관심이 있었다는 걸 의미한다.

정리하면 대장동 사유지의 약 60%가 외지인의 땅이었다. 또 70%가량이 매매로 거래됐다. 성남시민이 아닌 다른 지역 사람들이 대장동 땅을 사러 왔다는 얘기다. 물론 이쯤 되면 아래와 같은 질문이 나올 수 있다. “부동산을 사고파는 데 외지인은 당연히 존재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대장동에 원주민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지 않은가. 다른 택지개발 사업에서도 외지인이 소유한 땅은 있다.” 

그렇다면 대장동이 아닌 다른 사업은 어땠을까. 파주운정3 택지개발지구와 비교해보자. 이 지구는 2기 신도시 사업지다. 2007년 6월 28일 공공주택지구로 지정됐다. 해당 지구에 포함된 필지는 5874개였다. 그중 사유지는 4168필지였다.

외지인 소유주가 10명 중 6명에 달했던 대장동과 비교하면 파주운정지구는 다른 점이 있다. 대장동 사유지를 소유한 외지인은 전체의 64.4%로 절반 이상이었다. 반면 파주운정3 지구의 사유지 중 외지인 소유는 35.3%에 불과했다.

취득 시점에서도 차이가 있었다. 파주운정3구역이 택지개발예정지구로 지정된 건 앞서 언급했듯 2007년 6월 28일이다. 이 이후 서울 거주자가 파주 토지를 취득한 건 ‘상속’에 의한 소유권 단 한건뿐이었다. 투기 수요가 크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최근 사례도 있다.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고양 장항지구는 2018년 4월 개발 계획이 발표됐다. 갑작스러운 지정은 아니었다. 고양 장항지구는 2014년 후보지로 발굴된 후 실제 지구 지정까지 4년이 걸렸다. 개발 계획을 좇고 있는 사람이었다면 지구 지정 전부터 땅을 사들였을 가능성이 높다. 

고양 장항지구에서 사유지는 766필지였다. 사유지 소유자 926명 중 외지인은 28.5 %(264명)를 차지했다. 이번에도 외지인이 가장 많았던 지역은 서울이었다. 외지인 소유자 중 서울 거주자는 63.3%(167명)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대장동 원주민은 10명 중 4명

2기 신도시 파주와 3기 신도시 고양장항지구에서 사유지를 소유한 외지인은 10명 중 3명꼴이었다. 대장지구는 이 비율이 완전히 뒤집힌 상태였다. 여기서 짚어낼 수 있는 사실은 하나다. 성남시가 비싼 값에 토지 보상을 실시했어도 그 돈을 가져가는 건 대장동에 거주하지 않는 외지인들이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거다.

우리가 여기서 짚어낼 수 있는 건 “원주민이 아닌 외지인이 낮은 보상을 받았으니 괜찮았다”가 아니다. 원래 있었어야 할 대장동 원주민들이 다른 지역보다 훨씬 적었던 건 개발 광풍 때문이었다는 게 문제다.

개발 이익을 노린 세력들이 다른 지역에서 파고들었고, 원주민들은 낮은 값을 받고 떠났다. 투기 광풍이 분 후였다. 개발 이익은 언제나 정부의 정책과 맞물린다. 화천대유 관계자들이 구속되고 재판에서 처벌을 받더라도 ‘대장동 개발사업’을 계속 기억해야 할 이유는 여기에 있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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