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 LINC+ 사업단 공동기획
Dacafo팀의 음식물쓰레기 줄이기
주방용 일반쓰레기통이 부른 효과

음식물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노력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의식 개선을 위한 숱한 캠페인이 진행됐고, 버린 만큼 돈을 내는 종량제가 도입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서 하루 동안 쏟아지는 음식물쓰레기 양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배출량 증가만 문제인 것도 아니다. 처리비용, 재활용 방안, 분류체계 등 해결해야 할 사안이 숱하다. 

‘가톨릭대 사회혁신 캡스톤 디자인 : 디자인씽킹’에서 만난 곽승현·이지선·이호연 학생은 까다로운 음식물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접근했다. 이들이 솔루션의 초점을 맞춘 건 흥미롭게도 음식물쓰레기가 아닌 일반쓰레기였다.

 

우리나라에서 하루 평균 나오는 음식물쓰레기 양은 1만4313톤(t)에 달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우리나라에서 하루 평균 나오는 음식물쓰레기 양은 1만4313톤(t)에 달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1만4313톤(t).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하루 평균 음식물쓰레기 양(2019년 기준)이다. 우리나라의 연간 음식물쓰레기 배출량은 증가세다. 게다가 코로나19 사태로 가정에서 배달·포장·가정간편식(HMR)을 즐겨 찾으면서 일회용품뿐만 아니라 음식물쓰레기까지 늘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조사에 따르면 하루 평균 500g 이상 음식물쓰레기를 배출하는 가구 비중은 2019년 34.6%에서 2020년 45.2%로 상승했다. 음식물쓰레기는 환경오염만 야기하는 게 아니다. 경제적 손실도 크다. 처리비용은 연간 8000억원이 넘고, 식량자원으로서 가치를 따지면 연 20조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그렇다면 음식물쓰레기를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가톨릭대 사회혁신 ‘캡스톤디자인 : 디자인씽킹’ 수업에서 만난 곽승현·이지선·이호연 학생은 다양한 각도에서 음식물쓰레기 문제 해결을 모색했다. 이들은 팀명을 ‘Dacafo’로 지었다. 음식물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음식에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는 뜻에서다.[※참고: Dacapo는 ‘처음으로’란 뜻의 Dacafo에 음식(Food)을 덧붙인 조어다.] 

세 학생은 우선 음식물쓰레기에 관한 궁금증을 정리했다. 이 과정에서 세 학생은 아이러니하게도 자신들이 음식물쓰레기에 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걸 깨달았다. 이지선 학생은 “음식물쓰레기 종류, 처리 과정, 발생원 등 의문투성이였다”며 “솔루션을 마련하기에 앞서 음식물쓰레기 전문가가 되기로 했다”고 말했다.

 

Dacafo팀은 고등학생을 상대로 음식물쓰레기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사진=Dacafo팀 제공]
Dacafo팀은 고등학생을 상대로 음식물쓰레기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사진=Dacafo팀 제공]

Dacafo팀은 수차례의 인터뷰를 통해 정보를 모았다. 부천시 자원순환센터, 영양사, 순댓국밥집 사장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에게 음식물쓰레기의 민낯을 물었다. 자료수집에도 소홀하지 않았다. 그 결과, 음식물쓰레기는 전처리, 조리과정, 잔반, 유통기한 만료 순으로 많이 발생하고 있었다. 가장 많이 발생하는 장소는 가정이었고, 식당과 학교 등 급식소가 그 뒤를 이었다. 

자료 분석을 마친 Dacafo팀은 실태 파악을 위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음식을 향한 인식은 어떤지, 쓰레기 감량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알기 위해서다. Dacafo팀은 온라인으론 맘카페 회원 342명에게, 오프라인에선 소명여고 학생 71명의 의견을 들었다. 

조사결과, 세 학생은 음식물쓰레기 재활용이나 처리방법보다 배출량을 줄이는 게 우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호연 학생은 “음식물쓰레기를 사료로 만들더라도 (농가에서) 염분 때문에 잘 쓰지 않는 등 재활용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며 “다양한 문제를 풀어내는 게 쉽지 않아서 가장 기본적인 배출량 감소에 초첨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Dacafo팀은 개인·가정·학교 관점에서 음식물쓰레기를 어떻게 줄일지를 고민했다. 그 과정에서 식재료 남기지 않고 요리하기, 음식물·일반쓰레기 구분해 배출하기 등의 대안을 추려냈다. 

모호한 음식물쓰레기 분류체계

Dacafo팀은 이런 대안을 토대로 다양한 솔루션을 만들었다. 이들이 제안한 솔루션은 ▲농산물 소량 구매 플랫폼 ▲야채 놀이 키트 ▲식습관 형성을 위한 먹방 ▲냉장고 식재료 관리앱 ▲주방용 일반 쓰레기통 다섯가지였다. 그러나 모든 솔루션을 쓸 수 있는 건 아니었다. Dacafo팀은 아이디어를 ▲효과 ▲지속가능성 ▲실현가능성 세가지 기준에 따라 평가했다. 

Dacafo팀이 만든 주방용 일반쓰레기통. 정면에 음식물쓰레기 분류표를 부착했다. [사진=Dacafo팀 제공] 
Dacafo팀이 만든 주방용 일반쓰레기통. 정면에 음식물쓰레기 분류표를 부착했다. [사진=Dacafo팀 제공] 

고민 끝에 Dacafo팀은 최종 솔루션으로 ‘주방용 일반쓰레기통’을 제시했다. 음식물쓰레기 감축이 목적이지만, 독특하게도 음식물이 아닌 일반쓰레기를 버리는 쓰레기통을 구상했다. 이유가 뭘까. 

Dacafo팀은 “설문조사에서 음식물쓰레기를 잘 분류할수록 배출량이 적다는 걸 발견했다”며 “많은 가정이 달걀껍데기·뼈·파 뿌리 등을 따로 버리기 귀찮아 음식물쓰레기로 버리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분리배출이 간편해진다면 불필요한 음식물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는 거다. 더불어 가정에서 쓰기 때문에 가까이에서 효과를 관찰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었다.  

Dacafo팀이 구상한 주방용 일반쓰레기통은 단순하지만 기발하다. 작은 쓰레기통에 음식물쓰레기 분류표를 부착해 싱크대에 배치했다. 분류표를 부착한 건 음식물쓰레기 분류체계 기준이 모호해 헛갈리는 것이 많아서다.  

이들은 쓰레기통의 효과를 증명하기 위한 실험을 진행했다. 세 학생이 직접 만든 주방용 일반쓰레기통을 아홉 가구에 전달해 18일간 이용하게 한 뒤 2차례 피드백을 거쳐 최종 제품을 만들었다. 뚜껑에는 지구 일러스트와 QR코드를, 통에는 손수 제작한 음식물쓰레기 분류표를 달았다. QR코드는 Dacafo팀이 만든 음식물쓰레기 인식 개선 사이트로 연결된다. 

 

Dacafo팀은 실험을 통해 세가지 효과를 기대했다. 첫째, 음식물쓰레기 배출량을 줄이는 것, 둘째, 음식물쓰레기 분류법을 익히는 것, 셋째, 음식물쓰레기 문제를 향한 관심을 높이는 것이다. 

놀랍게도 작은 쓰레기통의 힘은 컸다. 쓰레기통을 사용한 가정의 음식물쓰레기 배출량(3일간)은 사용 전 대비 32% 줄었다. 같은 기간 음식물쓰레기 분류 테스트 점수도 평균 3.6점에서 평균 8.4점으로 크게 높아졌다. 실험 가정에선 “분류기준을 스스로 찾아봤다” “쓰레기를 버리기 전 한번 더 신경 쓰게 됐다” 등의 변화가 생겼다. 

당연한 말이지만 Dacafo팀의 솔루션이 음식물쓰레기를 줄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순 없다. 음식물쓰레기 문제는 처리비용부터 재활용 방안, 환경오염 등 여러 요인과 주체가 얽힌 복잡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인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에서 이들의 솔루션은 가치가 있다. 작은 장치로 생활 속 실천과 인식 개선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음식이 쓰레기가 되는 ‘처음’에 집중한 Dacafo팀의 솔루션이 나비효과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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