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찬의 프리즘
3분기 성장률 0.3% 쇼크
4분기 위드 코로나 효과 기대
대외 변수 불확실성 여전히 높아

4분기 국내 여건은 괜찮은 편이다. 하지만 글로벌 공급망 차질,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 상황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정부가 임기와 관계없이 잠재성장률과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하는 이유다.[사진=뉴시스]
4분기 국내 여건은 괜찮은 편이다. 하지만 글로벌 공급망 차질,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 상황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정부가 임기와 관계없이 잠재성장률과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하는 이유다.[사진=뉴시스]

3분기 경제성장률이 뚝 떨어졌다. 마이너스는 아니지만 전기 대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0.3%로 전망치의 절반에 머물렀다. 코로나19가 급속 확산한 지난해 2분기(-3.2%)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과 글로벌 공급망 병목 현상에 발목이 잡혔다. 정부의 올해 성장률 목표 4%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부문별 성장률을 보면 우리 경제의 고질병이 드러난다. 경제의 핵심축인 내수가 심각하게 위축되며 성장률을 갉아먹는 것을 정부의 재정지출과 수출이 메우며 근근이 버틴다.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민간 소비가 3개 분기 만에 감소로 돌아섰다.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강화되면서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 소비는 늘었지만, 음식ㆍ숙박ㆍ오락문화를 비롯한 서비스 분야 소비가 줄어든 결과다.

글로벌 공급망 병목 현상으로 투자가 줄며 성장률을 끌어내렸다. 건설투자는 2분기 연속 뒷걸음했다. 설비투자도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로 운송장비 분야 투자가 줄면서 하락세로 돌아섰다. 그 결과, 내수가 성장률을 0.5%포인트 끌어내린 것을 정부소비와 수출이 벌충해 겨우 플러스 성장률을 유지했다.

다행히 4분기 국내 여건은 괜찮은 편이다. 백신접종률이 70%를 넘어섬에 따라 11월부터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이 시행돼 음식점 등의 영업시간 제한이 풀리고 사회적 거리두기도 완화된다. 2차 추가경정예산에 따른 재난지원금 지급 효과와 연말 소비 시즌에 힘입어 민간 소비도 살아날 수 있다.

하지만 대외 변수는 불확실성이 높다. 국제유가 상승세가 멈추지 않는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미중 무역분쟁, 중국 경제의 성장률 둔화도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운 일이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소규모 개방경제의 한계이긴 해도 정부는 수출에 너무 매달린다. 침체된 경제를 회복시키는 마중물 역할에 그쳐야 할 재정 지출을 무리하게 확대함으로써 재정건전성을 훼손하고 국가채무를 증대시켰다. 그러면서 서비스산업 선진화를 통한 내수 기반 확보와 노동·규제 등 구조개혁을 소홀히 함으로써 경제체질이 약화됐다.

급기야 잠재성장률이 10년 내 제로(0)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위기 등 경제위기를 거치며 잠재성장률이 가파르게 하락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돼 성장 잠재력을 높이기 위한 특단의 노력 없이는 마이너스 성장도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잠재성장률은 1991~ 2000년 6.1%에서 2021~2022년 2.0%로 20년 만에 3분의 1 토막 났다. 금융연구원도 2 030년 잠재성장률이 0.97%로 0%대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연구원이나 한국경제연구원 둘 다 지금 추세라면 2030년 잠재성장률이 0.9%대로 떨어질 것으로 본다.

물가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노동·자본 등 생산요소를 활용해 최대한 이룰 수 있는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의 경제 실력과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는 지표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나빴던 지난해와 비교하는 기저효과와 수출 호조 등으로 ‘높은 3%대’ 내지 정부 목표 4.0%도 가능하겠지만,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은 브레이크 없이 하락하고 있다. 

이와 관련 김세직 서울대 교수는 ‘5년 1% 하락의 법칙’을 제시했다. 그동안 장기 성장률이 5년마다 1%포인트씩 떨어져왔고,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다음 정부에선 ‘제로성장’ 시대에 접어들 것으로 본다.

여기저기서 ‘성장 절벽’ 경고음이 울리는데도 정부 정책과 정치권 행보는 안이하기 짝이 없다. 문재인 정부는 노동·연금개혁 등 경제체질을 강화하는 구조개혁은 몰라라한 채 소득주도성장, 탈원전 정책 등을 밀어붙였다. 

대선주자들이라고 나을 게 없다. 기본소득ㆍ기본금융ㆍ기본주택 등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는 포퓰리즘에 ‘반값 아파트’ ‘쿼터(4분의 1 가격) 아파트’ 등 실현 가능성이 낮은 공약 경쟁에 몰두할 뿐 중장기 국가전략이나 미래 비전은 찾아보기 어렵다.  

정부는 임기와 관계없이 잠재성장률과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릴 방안을 찾아 실행해야 할 것이다. 재정 투입으로 분식된 지표 홍보에만 신경 쓰는 것은 무책임하다. 대선주자들도 지속 성장과 복지 확대를 꾀할 구체적 비전을 놓고 경쟁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위 경고대로 10년이 아니라 다음 정부 5년 임기 내 제로 성장에 직면할 수도 있다. 

양재찬 더스쿠프 편집인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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