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가 콘크리트 만드는 이유

반도건설은 주택사업으로 성장한 중견 건설업체다. 최근 몇년간 시공능력평가에서도 좋은 성과를 냈지만 올해 들어 주택사업이 위축되며 나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반도건설은 매출 부진을 탈출하기 위해 프리캐스트 콘크리트(PC) 사업에 출사표를 던졌는데, 흥미롭게도 여기엔 ‘두마리 토끼’ 전략이 숨어 있다. 

주택 사업 위주로 실적을 쌓아왔던 반도건설이 신사업에 나섰다.[사진=반도건설 제공]
주택 사업 위주로 실적을 쌓아왔던 반도건설이 신사업에 나섰다.[사진=반도건설 제공]

2018년 반도건설은 국토교통부가 발표하는 시공능력평가에서 12위를 기록했다. 역대 최고 성적이었다. 회사 자본금이 상당한 영향을 주는 경영평가액 부문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고 조경 공사 부문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깜짝 성적은 아니었다. 2018년 이후에도 반도건설은 시공능력평가에서 13~14위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3년 만인 올해 반도건설의 순위는 35위를 기록하며 평소 대비 20단계나 아래로 밀렸다.

순위 하락의 가장 큰 이유는 ‘사업 부진’이었다. 반도건설의 주요 매출처는 자체 사업을 기반으로 한 ‘주택사업’이다. 건설사의 자체 사업은 보유 부지에 건물을 만드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공공택지에 입찰해 땅을 사들여 아파트를 만드는 게 대표적이다. 그러나 최근 공공택지 공급이 줄면서 자체 사업을 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됐다. 매출이 감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는 실적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2018년 반도건설의 매출은 1조5662억원, 영업이익 3029억원에 육박했지만 2019년 매출 7951억원, 영업이익 994억원, 2020년 매출 5798억원, 영업이익 252억원으로 2년 만에 각각 27.1%, 74.7% 감소했다.

 

줄어든 매출을 메우기 위해 신사업을 찾던 반도건설은 프리캐스트 콘크리트(Pre cast ConcreteㆍPC)를 낙점했다. 지난 6월 반도건설은 여주에 PC 공장용지를 매입했고 2022년부터 PC 제품을 생산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PC는 ‘레고 블록’처럼 미리 만들어진 형태의 콘크리트다. 공장에서 만들기 때문에 생산 속도가 빠르고 현장에서는 콘크리트를 타설하고 굳기를 기다릴 필요 없이 곧바로 쌓아올릴 수 있다. 시공 기간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서 주목할 건 반도건설이 주력으로 생산하려는 PC 제품 ‘할로 코어 슬래브(H CS)’다. 기둥이 적어도 되는 ‘장 스팬(Long-Span)’ 시공에 적합한 HSC는 주택보다는 대형마트ㆍ물류센터 등에 쓰인다. 반도건설의 주력사업이었던 주택보다 상업시설에 더 적합한 자재다. 반도건설이 PC 사업을 발판으로 ‘비주택’ 시장까지 우회적으로 겨냥하고 있다는 얘기다. 

반도건설이 PC 제품을 통해 노리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필요한 만큼의 자재만 활용해 제작하는 PC는 건설 폐기물이 많이 발생하지 않아 친환경적인 공법으로 평가받는다. 반도건설로선 PC 사업을 통해 비주택 주택 부문을 겨냥할 뿐만 아니라 ESG 경영의 포석까지 놓을 수 있는 셈이다. 

반도건설 관계자는 “PC 사업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신사업을 추진할 경우 친환경적 요소를 고려할 계획”이라며 “아직 공장이 완공되지 않았기에 구체적인 사업장은 특정할 수 없지만 아파트와 대형 물류센터 등에 PC 제품을 사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연 반도건설은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a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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