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자영업자 재무설계 下

부동산 광풍이다. 집이 없는 사람도 집이 있는 사람도 ‘집’을 원한다. 자영업자 이기철(가명·41), 한민희(가명·39)씨 부부도 수익형 부동산 투자를 꿈꾼다. 지금은 순항하는 개인사업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서다. 하지만 이씨에겐 이미 ‘영끌’해서 구입한 아파트가 있었다. 그에 따른 대출도 3억원이나 된다. 이씨는 야무진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지난 10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12억원을 넘어섰다. 서민에게 수익형 부동산은 먼 꿈이 됐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 10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12억원을 넘어섰다. 서민에게 수익형 부동산은 먼 꿈이 됐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재무설계 2편 Review = ‘식비’와 ‘보험료’ 부담에 허덕이던 이기철(가명·41), 한민희(가명·39)씨 부부. 이들 부부는 매달 800만원을 생활비로 조달할 수 있을 만큼 사는 덴 여유가 있었다. 그런데도 부부는 재테크는 고사하고 흔한 적금 하나 들지 않았다. 남편은 사업을 하느라 아내는 육아를 하느라 늘 바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재테크보다 큰 문제는 앞서 언급한 식비와 보험료였다. 부부가 매달 800만원을 생활비로 사용할 여유가 있으면서도 적자를 면치 못하는 원인이기도 했다. 한차례 상담을 통해 월 230만원에 달하는 식비를 200만원으로 줄였지만 여전히 식비 부담이 큰 수준이었다. 알고 보니 자영업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를 범하고 있었다. 개인 지출과 회사 지출이 한데 합쳐져 있는 탓에 자신의 소비생활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일례로, 거래처 사람과의 식사, 거래처에 보낸 케이크까지 식비에 포함돼 있었다. 이런 회사 관련 지출을 분리하니 실제 부부의 식비는 월 100만원 안팎(100만원 절감)이었다.

매달 143만원씩 내고 있는 보험료도 풀어야 할 숙제였다. 부부는 종신보험, 상조보험, 치아보험, 암보험 등 다양한 보험을 대부분 지인 추천으로 가입했다. “언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니 젊을 때 최대한 대비해야 돼”란 지인의 말만 믿고 보험 내용을 꼼꼼히 찾아보지 않은 게 문제였다. 종신보험은 다른 보험과 중복되는 항목이 수두룩했다. 상조보험도 마찬가지였다.

상조보험은 보험회사와 상조회사가 협력해서 만드는 상품이다. 가입자가 질병이나 상해로 사망할 경우 사망보험을 보장해주고, 장례 서비스를 제고해주는 게 골자다. 문제는 보험회사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어 소비자가 상조회사의 서비스 품질을 따지기 어렵다는 점이다. 장례 서비스 내용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다른 사람에게 양도할 수도 없다. 필자의 조언대로 부부는 보험료를 조정했고, 그 결과 무려 74만원(143만원→69만원)을 절감할 수 있었다.

두 차례의 상담을 통해 각종 지출도 줄였다. 통신비 15만원(26만원→11만원), 대출상환금 24만원(156만원→132만원), 의료비 10만원(20만원→10만원), 의류비·미용비 5만원(10만원→5만원) 등 총 228만원을 절약했다. 매달 13만원 ‘적자’였던 이씨 부부의 가계부는 ‘215만원 흑자’로 돌아섰다. 여유자금을 215만원을 확보한 셈이었다.

■ 재무설계 최종편 = 이제 본격적으로 재무목표에 대비하기로 했다. 부부의 목표는 ‘노후 대비’ ‘수익형 부동산 투자’ ‘자녀교육비 마련’ 등이다. 먼저 노후 대비는 60세 이후 월 300만원 이상 수령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부부는 국민연금조차 제대로 납입하지 못할 때가 많았다. 지금은 사업이 잘 풀리고 있지만 한때 수입이 적어 국민연급 납입을 수차례 유예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납입 금액도 일반 직장인보다 적었다. 따라서 ‘가로저축’ 형태로 차근차근 노후에 대비하기로 했다. 가로저축은 생애주기를 고려한 저축목표를 세우고, 그에 따른 금액과 기간을 정해 저축하는 방식이다. 먼저 ‘자영업자의 퇴직금’이라 불리는 노란우산공제(10만원)에 가입하기로 했다. 또 개인연금에도 20만원씩 납입하도록 했다. 그래도 부족한 자금은 추후 개인연금 추가납입제도를 활용해 보완할 계획이다.

다음 목표는 ‘수익형 부동산 투자’다. 이씨는 현재 800만원의 생활비를 조달할 만큼 여유가 있지만 언제까지 이런 안정적인 상황이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길어야 10년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한번 커져버린 씀씀이는 고치기 쉽지 않다. 혹여 사업이 잘못되기라도 하면 막막할 게 뻔하다. 따라서 부부는 수익형 부동산을 통해 안정적 수익을 얻길 원하고 있다.

부부가 부동산 투자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영끌’해서 구입한 아파트 가격이 두배 가까이 오르면서다. 부동산 가격 상승기와 맞물리면서 누린 호재였다. 하지만 또다시 그런 호재를 기대하긴 어렵다. 지난 10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2억1639만원(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을 기록했다. 대출 규제는 차치하더라도 12억원에 달하는 아파트를 구입하는 건 언감생심이다.

할 수 없는 투자에 매달리는 대신 남은 주택담보대출(3억원)을 상환한 후 ‘시드머니’를 모으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대출조기상환을 위해 정기저축(100만원)에 가입하도록 했다. 정기저축은 원금손실 우려가 없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율이 낮은 만큼 물가상승률의 영향을 덜 받는 단기목적으로 운용하는 게 좋다.

같은 목적으로 적립식펀드에 매달 30만원씩 불입하기로 했다. 대출 상환 후 부동산 투자에 대비해 주택청약종합저축(4만원)에 가입했다. 물론 지금처럼 청약시장이 과열된 상황에선 유주택자인 부부에게 청약통장은 필요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은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 주택 추가 구입을 원한다면 유주택자도 주택청약종합저축에 소액으로 가입하는 게 좋다.

마지막 목표는 ‘자녀교육비 마련’이다. 이씨는 향후 10년 정도는 사업이 안정적으로 굴러갈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11살인 자녀가 대학에 입학할 때까진 충분히 대비할 수 있을 거란 기대였다. 하지만 자영업의 특성상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 임대료 상승, 인건비 부담 등 여러 변수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따라서 자녀교육비를 ‘적립’과 ‘증여’ 투 트랙으로 대비하도록 했다. 그 일환으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40만원씩 납입하도록 했다. 이 상품은 가입자가 보유한 예금·적금·펀드 등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고, 각 금융상품에서 발생한 손익을 계산해 세제혜택을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다. 이씨의 경우 ISA 계좌를 통해 수소·반도체·2차전지 등을 포함하는 뉴딜펀드를 매입하기로 했다. 3년 후 1500만원가량이 모이면 이를 활용해 자녀에게 증여할 계획이다. 대표적인 우량주인 현대차와 삼성전자 주식으로 사전증여할 생각이다.

끝으로 비정기지출도 손봤다. 현재 부부의 비정기지출은 월평균 60만원이다. 비정기지출은 말 그대로 ‘비정기적’이라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따라서 별도의 비정기지출 통장을 만들어 관리하도록 했다. 부부가 입출금 내역을 ‘가계부처럼’ 공유할 수 있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입출금통장을 추천했다. 매달 70만원씩 넣어두고 남는 자금은 비상금으로 활용하도록 했다.

이렇게 부부는 적자의 늪에서 벗어났다. 물론 자녀교육비 마련이나 수익형 부동산 투자 등 재무목표 달성까진 갈 길이 멀다. 그렇다고 막연한 목표를 좇기보다는 대출을 갚은 후 시드머니를 모으는 게 부부에게 적합한 솔루션이 될 것이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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