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건설 관전 포인트
미디어·제조로 넓힌 사업 영역
알찬 성과 맺을지는 미지수

2011년 광주방송을 인수하고 2019년 서울신문의 지분 일부를 인수하면서 호반건설은 미디어 사업으로 발을 넓혔다. 2021년엔 대한전선과 언론사 3곳(전자신문ㆍEBNㆍ서울신문)이 모두 호반그룹의 계열사가 됐다. 문제는 호반의 본업인 ‘건설’ 부문에서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점이다. 

2021년 호반건설의 분양 실적은 지난해보다 더 줄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게티이미지뱅크]
2021년 호반건설의 분양 실적은 지난해보다 더 줄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게티이미지뱅크]

2021년은 호반그룹의 회사 인수가 도미노처럼 이어진 한해였다. 3월 호반산업의 종합전선회사 대한전선 인수를 시작으로, 또다른 계열사 호반건설이 언론사 3곳의 최대주주(전자신문EBN서울신문)에 줄줄이 올랐다. 장고 끝에 지분을 사들이진 않았지만 호반건설은 10월 우리금융사주 인수에도 관심을 보였다.

사실 호반그룹의 주력 계열사 호반건설이 투자할 만한 회사를 찾아 지분을 사들인 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변화도 있다. 2017년 대우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호반건설은 4년이 흐른 지금, 건설 대신 다른 분야의 회사를 품에 안고 있다. 이들의 인수
합병(M&A)엔 어떤 비밀이 숨어 있을까.[※참고: 2017년 호반건설은 대우건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대우건설 해외사업장에서 부실이 발견되자 2018년 1월 인수를 포기했다.] 

■관전 포인트❶ 인수 여력 충분했나 = 호반건설은 말 그대로 ‘건설’로 먹고사는 회사다. 이런 회사가 어쩌다가 언론사와 제조업체까지 품은 걸까. 일반적으로 회사는 ‘하던 일’을 더 잘하기 위해 재투자를 결정하지만 다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사업 다각화를 위해 다른 회사를 인수해 새 사업의 노하우와 경영 방식을 습득하는 식이다. 다만, 이 경우 반드시 필요한 게 있다. 자금이다. 회사 재무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 수준이어야 낯선 분야에서 M&A를 꾀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호반건설의 연이은 회사 인수는 무리한 결정이 아니다. 재무 안정성이 큰 회사라서다. 부채율만 봐도 그렇다. 대규모 자금을 동원해 건물을 짓고 나중에 건물을 팔아 돈을 벌어들이는 형태의 국내 건설업은 부채율이 높을 수밖에 없지만 호반건설은 다르다. 총 자본금이 3조원대에 육박하는 데다 2020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호반건설의 부채율은 53.0%로 낮은 편이다.

현금이나 현금성 자산도 충분하다. 2019년 2742억원이었던 현금성 자산은 2020년 4167억원으로 또다시 늘었다. 없는 살림에 돈을 짜내서 다른 회사를 사냥하러 다니는 게 아니란 거다. 

 

■관전 포인트❷ 본업 괜찮았나= 하지만 이 지점에선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사세社勢를 키우고 있는 호반건설의 ‘본업’은 어떤 상황이냐는 거다. 아무리 자금이 넘쳐도 본업이 흔들리면 M&A를 통한 영토확장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2020년 호반건설의 매출은 크게 미끄러졌다. 2019년 2조4836억원이었던 매출은 2020년 9685억원으로 61.0%나 감소했다. 매출 감소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건 분양 수익이었다. 2020년 호반건설은 연초 1만5000여 가구를 분양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실제로 분양한 물량은 1만1000가구 수준에 그쳤다. 

그 결과, 2019년 1조7526억원이었던 분양 수익은 2020년 2984억원까지 80% 이상 줄어들었다. 10채를 팔았던 아파트를 2채밖에 못 판 셈이었다. 영업이익도 2019년 4217억원에서 2020년 107억원으로 97.5% 줄었다.

나름 이유가 있었다. 2000여 세대의 경기 광명 재개발 사업과 1600여 세대 규모의 인천 공원개발 사업은 2021년 후로 미뤄졌다. 800여 세대의 오산 공동주택은 분양 일정이 밀려 지난 3월에야 분양했다. 이런 맥락에서 2020년 호반건설의 분양 수익은 줄어드는 게 당연했다. 

문제는 올해에도 분양 수익이 신통치 않다는 점이다. 2021년이 마무리되기까진 한 달 넘게 남았지만 올해 분양 실적 역시 기대를 걸기 어렵다. 올해 이미 분양했거나 분양할 예정인 주택은 6600세대 규모로 지난해 분양한 물량보다도 40% 가까이 줄어들어서다. 

그럼에도 호반건설은 “걱정할 필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업 물량이 자연스럽게 내년으로 넘어가면서 분양 실적도 자연스럽게 회복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올해 이뤄지지 못한 분양 물량은 언젠간 시장에 풀리고, 그건 결국 수익이 된다. 문제는 그 시장이 언제 풀릴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거다. 호반건설 측은 ‘자연스러운 수익 회복’을 말하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위험요인은 이뿐만이 아니다. 벌떼 입찰 논란은 호반건설이 해소해야 할 리스크 중 하나다. 일부 건설사가 ‘공공택지가 추첨제로 낙찰된다’는 점을 악용해 복수의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입찰에 참여하는 편법을 펼쳐왔는데, 호반건설은 이들 기업 중 하나로 지목됐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2021년 국정감사에서 “죄가 있다면 재검토해 계약 취소까지 고려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다른 건설사들이 했던 일이고 우리와는 크게 상관없는 일”이라고 낙관했지만 상황이 그리 간단한 건 아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정감사에서 언급됐던 벌떼입찰 꼼수를 펼친 건설사를 상대로 계약 취소가 가능한지를 법적으로 살펴보고 있다”며 “지금은 불법 요소를 무엇으로 볼 것인지 검토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관전 포인트❸ 미래 어떨까 = 이처럼 호반건설은 무리 없이 큰 회사 여러 곳을 편입하면서 새로운 분야로 사업을 넓히고 있다. 그 중심엔 미디어 사업과 제조업이 있다. 일반적으로 미래 성장성이 풍부한 산업이 인수 후보에 오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호반건설은 미디어와 제조란 신형 날개를 통해 알찬 실적을 기대할 것이다. 하지만 M&A 성과가 언제나 기대치를 웃도는 건 아니다. 호반건설에도 뼈아픈 기억이 있다. 

호반건설이 2011년 지분을 사들인 ‘알짜 미디어’ 광주방송은 2016년 주상복합 분양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분양 매출에 힘입어 2011~2016년 300억원대였던 매출이 2019년 832억원까지 늘었지만 2020년 분양 사업이 끝난 후 적자전환하고 말았다. 어떤 식으로 사업을 꾸려나가느냐에 따라 인수한 회사의 성적표가 갈릴 수 있다는 거다. 더구나 앞서 언급했듯 ‘본업’의 뒷받침 없는 M&A 작업은 진통을 겪을 우려가 있다. 덩치 커진 건설사는 과연 순항할 수 있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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