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우발채무 감당할 수 있나
M&A 과정 위법성 논란 괜찮을까
차입금 천명으로 ‘승자의 저주’ 우려

중흥그룹은 대우건설을 문제 없이 인수할까. “여유자금으로 (대우건설을) 인수하겠다”고 호언장담했던 중흥이 “인수자금의 절반가량을 차입해 마련할 것”이라고 말을 바꾸자 ‘승자의 저주’ 논란에 또다시 불이 붙었다. 게다가 참여연대와 금융정의연대는 최근 중흥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에 문제가 있다면서 감사원에 공익감사까지 청구했다. 말 많은 중흥의 대우건설 인수과정에 탈이 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금융정의연대와 참여연대가 지난 8월 24일 대우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에 문제가 있다면서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사진=뉴시스]
금융정의연대와 참여연대가 지난 8월 24일 대우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에 문제가 있다면서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사진=뉴시스]

중흥그룹의 대우건설 인수ㆍ합병(M&A) 작업이 한창이다. 대우건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인수가격 조정으로 논란을 빚었던 중흥은 7월 30일 KDB인베스트먼트(KDBI)와 주식매매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참고: 중흥이 인수하는 KDBI의 대우건설 지분은 50.75%, 인수가격은 2조1000억원이다. 당초 중흥은 2조3000억원을 써냈다. 하지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후 KDBI에 2000억원을 깎아줄 것을 요청했고, KDBI는 이를 받아들였다.] 

8월 17일부턴 실사작업이 시작했다. 실사가 끝나면 양측은 지분양도ㆍ양수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이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승인을 받으면 M&A 절차는 마무리된다. 중흥 측은 이 모든 작업이 2022년 1분기 안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진통을 겪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중흥의 M&A 과정은 순탄해 보인다. 중흥 관계자는 “현재로선 M&A가 무산될 가능성은 없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중흥의 발목을 잡는 리스크는 여전하다. 

■위험요인➊ 우발채무 = 우선 대우건설에서 예상치 못한 채무가 나올 가능성이 없지 않다. 대우건설이 진행하는 대규모 해외공사의 완공예정일이 당초보다 늦춰져서다. 가령, 싱가포르 우드랜드 병원 공사는 기존보다 4개월, 인도 비하르주 교량 건설 공사는 1년 6개월 밀렸다. 해당 공사의 도급액은 각각 3390억원, 2564억원이다.

공사기간이 길어지면 손실이 더 커지는 건설업 특성을 감안하면 대우건설을 인수하는 중흥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2015년 호반건설은 대우건설의 해외사업 손실을 감당할 수 없다며 인수를 포기했다. 

이런 전례 때문인지 ‘KDBI가 대우건설 인수가격을 깎아주는 조건으로 우발채무가 드러나도 중흥 측이 이를 감수하기로 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중흥 관계자는 “계약조건은 비밀로 돼 있어서 정확한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위험요인➋ 감사원 공익감사 = 중흥의 물밑 리스크는 또 있다. 8월 24일 시민단체(금융정의연대와 참여연대)가 KDBI의 대우건설 지분 매각과 관련해 위법성이 없었는지 살펴봐 달라면서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한 건 또하나의 골칫거리다. 대우건설 노조 관계자는 이렇게 꼬집었다. 

“인수가격 조정 논란이 불거진 직후인 7월 13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관리 책임이 있는 산업은행이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금융위원회도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은성수 위원장은 매각 당사자나 다름없는 산은에 조사를 맡겨놓고 지금껏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한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 공익감사 이후 수사까지 진행된다면 중흥의 대우건설 인수 리스크는 더 커질 수 있다.[사진=뉴시스]
감사원 공익감사 이후 수사까지 진행된다면 중흥의 대우건설 인수 리스크는 더 커질 수 있다.[사진=뉴시스]

시민단체들이 공익감사를 청구한 근본적인 이유는 KDBI가 대우건설을 매각하면서 특정기업만을 인수에 참여하게끔 하고, 심지어 인수가격까지 깎아준 게 국가계약법을 어긴 것 아니냐는 거다. 이대현 KDBI 대표는 7월 5일 기자회견을 통해 “매각 과정에서 입찰공고와 예비입찰 절차가 없어 MOU 체결 전에 조건을 수정하려는 인수 후보자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국가계약법에 따르면 입찰 공고가 없었던 것부터 문제다. 

감사 후 수사 진행된다면…

물론 산은은 사모펀드인 자회사 KDBI를 통해 진행됐기 때문에 국가계약법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찮다. 

M&A 전문가인 송호연 ESOP 피에이지앤컨설팅 대표는 이렇게 지적했다. “사모펀드에(산은→KDB밸류6호유한회사→KDBI) 자산을 넘겼으니 국가계약법과는 무관하다는 산은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그 말대로라면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이 자회사를 만들어서 각종 자산을 넘겨주고, 그 자회사가 경쟁입찰도 하지 않고 수의계약으로 자산을 다 팔아먹어도 문제 삼지 못한다. 또한 KDBI는 인수가격 조정을 두고 ‘재입찰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는데, 이해할 수 없다. 최고가를 쓴 사람이 계약을 안 하면 차순위자의 의사를 물어봐야 하고, 그게 싫으면 재입찰하는 게 정상이다. 그런 절차 없이 가격을 깎아놓고, 무작정 재입찰이 아니라고 하면 어떡하나. 황당한 주장들이다.” 

주목할 점은 감사원 감사에서 산은과 KDBI가 국가계약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나면 어떻게 되느냐다. 다음 수순은 사정기관의 수사다. 수사 과정에서 KDBI가 중흥에 특혜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나면 산은과 KDBI는 국고 낭비 책임(배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경우에 따라선 중흥 역시 공공입찰에서 제한을 받을 수도 있다. 

■위험요인➌ 승자의 저주 = 감사원 감사 이슈를 넘기더라도 중흥을 둘러싼 리스크가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니다. 가장 무서운 위험요인이 도사리고 있는데, 그건 ‘승자의 저주’다. 중흥은 지금까지 ‘대우건설 인수자금을 자체 여유자금으로 조달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엔 인수자금을 금융권으로부터 차입해 마련할 것이란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돌았는데, 이는 사실로 밝혀졌다. 중흥 관계자는 “인수자금의 절반가량을 단기차입금(2022년 내 상환 조건)으로 조성할 예정”이라면서 “현재 다양한 금융회사와 대출 조건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여유자금으로 충분하다더니…

시장 안팎에선 ‘중흥이 인수자금의 70% 이상을 차입 통해 마련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대우건설 인수자금이 2조1000억원이란 점을 감안하면, 1조원 이상을 빌려서 대우건설을 M&A할 거란 얘기다. 사실이라면 상당한 리스크를 떠안는 셈이다. 

대우건설 노조 관계자는 “중흥이 대우건설을 인수한 후에 대우건설 지분을 담보로 돈을 빌려 돌려막기를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그러면 고스란히 대우건설이 빚을 떠안게 되고, 또다시 대우건설이 매물로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부에서 “KDBI가 중흥과 계약을 맺는다면 중흥이 대우건설 지분을 담보로 돈을 빌릴 수 없도록 하는 조항을 넣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송호연 대표는 “산은은 이미 대우건설을 비싸게 매입해 금호그룹 오너 일가와 대우건설의 채권은행들의 배만 불렸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면서 “이런 맥락에서 산은엔 대우건설 매각 과정을 투명하면서도 공정하게 진행해야 할 책무가 있다”고 꼬집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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