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 LINC+ 사업단 공동기획
프로보노 프로젝트 | W 컨설팅의 기록
가톨릭대 + 포스코경영연구원 콜라보

여기 맛도 좋고, 의미도 좋고, 성분도 좋은 아이스크림이 있다. 불필요한 첨가물을 넣지 않고,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역에서 생산한 원재료를 사용한다. 지역의 협동조합이 생산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한다. 소셜벤처 ‘브이노마드’가 만든 아이스크림 ‘잼고미 소르베’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시장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생들이 나섰다.

W팀은 아이스크림 ‘잼고미 소르베’의 판매를 촉진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W팀은 아이스크림 ‘잼고미 소르베’의 판매를 촉진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회적경제 기업의 제품은 의미가 있고 착해서 좋다” “하지만 일반 제품 대비 가격이 비싸고 세련되지 않다”…. 많은 사람이 사회적경제 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이 때문인지 일부 사회적경제 기업들은 시장을 확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사회적경제 기업의 가치를 전달하면서 제품도 경쟁력 있게 만들 수는 없을까.” 브랜딩 솔루션 업체 브이노마드(V.NOMAD)가 품어온 고민이다. 브이노마드는 여느 브랜딩 솔루션 업체와는 다르다. 

이들은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소셜벤처ㆍ스타트업의 브랜딩을 맡아왔다. 하지만 아름다운 가치를 추구하는 만큼 고민도 적지 않았다. 앞서 언급했듯 사회적 가치가 있는 제품을 ‘좀 더 세련되게’ ‘좀 더 사고 싶게끔’ 만들고 싶었지만 ‘컨설팅 업체’라는 한계를 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브이노마드는 새로운 도전을 시도했다. 2018년 직접 ‘잼고미’라는 브랜드를 론칭하면서다. 잼고미는 백색증(신체의 일부 또는 전체의 색소가 전혀 없는 현상)을 앓는 반달곰 캐릭터다. 반달곰인데도 온몸이 하얀 탓에 잼고미는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당하고, 정체성 혼란을 겪는다. 방황 끝에 ‘내 모습대로 살아야 한다’는 걸 깨달은 잼고미는 고향으로 돌아와 다른 친구들의 고민을 들어주며 살아간다. 

잼고미는 이런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한 ‘심리상담’ 캐릭터로 출발했다. 브이노마드는 잼고미를 활용한 웹툰 콘텐츠를 제작해 무료로 배포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아이스크림 ‘잼고미 소르베(Sorbet)’를 출시했는데, 여기에도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담았다. 

방부제ㆍ착향료ㆍ색소 등을 넣지 않았다. 공정무역 원당을 사용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지역에서 생산한 원재료를 사용했다. 협동조합(완주로컬푸드 과실생산자협동조합)에 제품 생산을 맡겨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시장의 반응은 차가웠다. 무엇보다 판매가 부진했다. 제품을 안정적으로 생산하기 위해선 한달에 2000개 이상 판매해야 했지만, 판매량이 턱없이 부족했다. 이런 브이노마드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학생과 전문가가 함께 머리를 맞댔다.

가톨릭대 강동현ㆍ김효민ㆍ오경민ㆍ정초빈 학생과 이윤희 포스코경영연구원 연구위원, 브이노마드는 지난 2월 개설된 가톨릭대 ‘제3 섹터와 기업가 정신’ 클래스에서 ‘W팀’으로 만났다.

[※참고: 가톨릭대 LINC+ 사업단과 포스코경영연구원은 업무협약을 맺고 소셜벤처·사회적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프로보노(Pro Bono) 활동에 나섰다. 프로보노는 각 분야 전문가들이 사회적 약자를 돕는 활동을 말하는데 가톨릭대 ‘제3 섹터와 기업가 정신’ 수업은 그 일환이다. W팀은 가치 유목민이라는 의미를 담은 브이노마드의 첫 글자 V와 승리(Victory)의 첫 글자 V를 더해서 만들었다.] 

먼저 W팀은 잼고미 소르베의 현주소를 철저히 분석했다. “소르베라는 단어가 낯설다” “검색 포털에서 잼고미 소르베가 검색되지 않아 제품 구매가 어렵다” “패키지만 봐선 아이스크림인지 모르겠다” “가격대가 높아서 부담스럽다”…. W팀은 여러 의견을 가감 없이 쏟아냈다. 

한발 더 나아가 W팀은 잼고미 소르베가 시장성을 확보하지 못한 세가지 원인을 찾아냈다. 첫째, 잼고미 소르베가 지닌 사회적 가치가 제품에선 잘 드러나지 않았다. 둘째, 타깃층이 불분명했다. 당초 브이노마드는 20~30대를 주요 타깃층으로 삼았지만 실제 구매는 30~50대에서 활발하게 일어났다. 셋째, 타깃층이 불분명하다 보니 제대로 된 마케팅도 할 수 없었다. 

동물복지‧환경‧건강 등 다양한 이유로 비건을 선택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동물복지‧환경‧건강 등 다양한 이유로 비건을 선택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W팀은 이런 원인을 바탕으로 아이스크림 시장을 다시 분석했고, 의미 있는 결과를 찾아냈다.  “20~30대가 아이스크림 시장을 이끌고 있지만 1개당 3500원인 잼고미 소르베는 그들이 소비하기엔 부담스러운 가격대다. 따라서 그만한 가치를 더하지 않으면 소비자의 마음이 동하지 않을 듯하다. 최근 수요가 높아진 ‘비건’이란 가치를 접목하면 어떨까.” 

다행히 잼고미 소르베는 우유를 넣지 않고 천연 과일로 만들어 비건 제품의 요건을 갖추고 있었다. 문제는 잼고미 소르베가 비건족에게 통하느냐였다. W팀은 비건 인플루언서와 일반인 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일반적인 ‘아이스크림 구매패턴’뿐만 아니라 잼고미 소르베의 ‘가격ㆍ양 적정성’ ‘재구매 의사 여부ㆍ이유’ ‘출시 원하는 맛’ 등을 물었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전체의 93.8%가 “잼고미 소르베가 비건제품이어서 구매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좋은 원료로 만든 비건 아이스크림을 찾아서 좋다” “잼고미 소르베가 잘 팔렸으면 좋겠다” 등의 의견도 달렸다. 브이노마드로선 비건이란 새로운 타깃층을 찾아낸 셈이었다.

박창규 브이노마드 디렉터는 “비건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걸 알았지만 우리에게 적합한 시장인지 확신이 없었다”면서 “W팀의 조사를 통해 연령대의 구애를 받지 않으면서 잼고미 소르베에 적합한 타깃층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타깃층이 명확해졌으니 이번엔 적합한 유통망을 찾기로 했다.

기존 유통망의 현주소를 확인하기 위해 W팀은 브이노마드의 제품을 팔고 있는 오프라인 매장을 찾아갔다. 한눈에 봐도 재고 문제가 심각했다. 제품이 팔리지 않은 채 쌓여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소비자에게 외면받는 경우가 많았다. 

W팀이 이 문제를 제기했고, 브이노마드는 해결을 위해 ‘마감할인 플랫폼’ 라스트오더 입점을 추진했다. 아울러 W팀은 잼고미 소르베를 온라인 비건식품 플랫폼에도 넣는 게 어떻겠느냐는 솔루션도 제안했다. 브이노마드는 현재 비건식품 플랫폼 입점을 추진하고 있다. 향후 공식 비건 인증도 검토하고 있다. 

W팀과 브이노마드는 잼고미 소르베를 알릴 마케팅 방안도 마련했는데, 핵심은 네이버 오픈마켓 ‘스마트 스토어’였다. 브이노마드는 가입 문턱이 간편하고 낮은 스마트 스토어에 입점해 유통망을 확대하고, 포털에서 잼고미 소르베가 검색되지 않던 문제를 해결했다. 

오경민 W팀 팀장은 “이밖에도 다른 아이디어가 많이 나왔지만 브이노마드가 추구하는 환경적 가치에 맞지 않는 아이디어는 걸러졌다”면서 “소셜벤처인 브이노마드의 신념을 지키면서 마케팅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고 말했다. 


W팀의 컨설팅은 알찬 열매를 맺고 있다. 브이노마드는 당초 목표치였던 ‘잼고미 소르베 한달 판매량 2000개’를 초과 달성했다. 제품 판매가 증가하면서 콜드체인 물류망도 갖췄다. 

물론 아직 갈 길은 멀다. 아이스크림 ‘비수기’인 겨울철을 어떻게 나야 할지부터 고민이다. 잼고미 소르베가 비건뿐만 아니라 일반 소비자도 만족시킬지도 의문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학생들과 함께한 여정이 브이노마드에 귀중한 이정표를 제시했다는 점이다.

이윤희 포스코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잼고미 소르베가 갖고 있는 가치를 소비자에게 어떻게 전달하느냐를 고민했다”면서 “무엇보다 시장 조사를 통해 ‘비건’이라는 방향성을 잡은 게 W팀의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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