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 LINC+ 사업단 공동기획

가톨릭대 LINC+ 사업단은 매 학기 새로운 시도를 했다. 작게는 마을, 크게는 사회 전체에 산적한 문제를 학생들의 아이디어로 풀어보겠다는 거였다. 성과는 눈부셨다. 학생들이 제시한 신박한 아이디어는 기성세대의 고루한 시선으론 풀 수 없던 문제에 해결책을 제시했다. 문제의 답은 언제나 현장에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학생들이 일깨워주기도 했다. 가톨릭대와 학생들은 올해 1학기 ‘판’을 더 키웠다.

사회문제와 더불어 기업이 안고 있는 난제를 풀어보겠다면서 머리를 맞댔고, 학생들이 제시한 아이디어의 ‘정책화’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포스코경영연구소 연구원과 더스쿠프 취재기자(김정덕·강서구·최아름)가 멘토로 나서기도 했다. 가톨릭대 LINC+ 사업단이 준비한 세번째 소셜리빙랩의 막을 올린다.


요즘 청년들이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기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사회문제를 직시하기엔 자신들의 삶과 연관된 문제가 숱해서다. 높은 실업률은 청년들을 위축시키는 요인 중 하나다. 통계청에 따르면 7월 청년층의 체감실업률은 22.7%를 기록했다. 6월 25.6%에서 2.9%포인트 낮아졌지만 여전히 청년 5명 중 1명 이상이 실업자라고 느끼고 있다는 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까지 터져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길이 그만큼 좁아졌다.

그렇다고 희망이 없는 건 아니다. 자신들의 힘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선 청년들은 곳곳에 숱하다. 이들의 의지를 북돋운 학교와 교육 과정도 있다. 가톨릭대 LINC+사업단이 기획한 ‘사회혁신 캡스톤디자인(소셜리빙랩·디자인씽킹) 수업’과 ‘사회혁신 프로보노(전문가 재능 나눔) 연계 수업’이 대표적이다.

가톨릭대 학생 38명은 2021년 1학기 이 커리큘럼을 통해 의미 있는 실험에 나섰다. 이번 학기까지 3회째 진행되고 있는 수업에서 학생들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찾고, 그에 적합한 정책까지 제안했다.[※참고: 캡스톤디자인은 공학계열 학생들에게 산업현장에서 부딪힐 수 있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 졸업 논문 대신 작품을 설계·제작하도록 하는 종합설계 교육프로그램을 뜻한다.]

이번 수업의 성격은 지난 두차례 클래스와 조금 다르다. 가장 큰 특징은 확장성이다. 김승균 가톨릭대 사회혁신센터장은 “이제 프로젝트의 끝을 어떻게 그릴지 살필 수 있게 됐다”며 말을 이었다.

“이전에는 주제를 선정하는 데 급급했다면 이제는 어떻게 하면 실질적인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됐다. 수업에서 진행한 프로젝트 중 부천시의 정책이 된 사례도 나오기 시작했다. 협력의 주체와 참여 학생들의 역할도 다양해지고 있다. 학생들이 현장을 누비며 찾아낸 아이디어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고 있다.”

이런 변화는 수업의 주제에서도 엿볼 수 있다. 학생들은 ▲의류 리사이클링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아이스팩 재활용 ▲플라스틱 용기 재활용 등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주제들을 선정했다. 청년들의 관심이 지역사회에서 사회 전체로 한발짝 더 나아갔다는 의미다. 다양한 시도도 많이 이뤄졌다. 그렇다면 학생들은 어떤 솔루션을 제시했을까.

가톨릭대 LINC+ 사업단에 참여한 가톨릭대 학생들의 아이디어는 매우 참신했다.[사진=뉴시스] 
가톨릭대 LINC+ 사업단에 참여한 가톨릭대 학생들의 아이디어는 매우 참신했다.[사진=뉴시스] 

■ 소셜리빙랩 = 가톨릭대 사회혁신융복합전공은 2021년 1학기 ‘소셜리빙랩’ ‘디자인씽킹’ ‘프로보노 프로젝트’ 등 총 3개의 클래스를 진행했다. 이중 소셜리빙랩 수업에는 각각 3명으로 구성한 3개팀(짱구·MOO 민상·3M)이 참여했는데, 더스쿠프 기자 3명(김정덕·강서구·최아름)이 멘토로 참여했다. 기자의 시선으로 사회문제를 분석하고, 해결책을 찾아보자는 취지에서였다. 3개팀이 주목한 사회문제는 아이스팩 재활용·장바구니 활용방안, 담배꽁초 투기 문제 등이었다.

아이스팩 재활용 방안을 고민한 짱구팀(남궁민·조현아·이혜인 학생)은 전통시장 재사용, 디퓨저·핫팩 내용물 재활용 등 기존 솔루션과는 다른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기존 방안은 아이스팩 재사용이 일회성에 그치고, 재활용한 아이스팩 내용물을 처리하는 게 번거롭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학생들의 솔루션은 재활용 아이스팩을 활용해 아이스조끼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소기의 성과도 달성했다. 이 아이디어는 부천시의 정책으로 채택됐다. 부천시는 올해 여름 388벌의 아이스조끼를 제작해 코로나19 선별진료소·예방접종센터·녹지과 등에 보급했다. 학생들의 아이디어가 정책으로 실현된 첫 사례가 나온 셈이다.

담배꽁초 무단투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댄 ‘MOO 민상팀(안상원·김민선·김무광 학생)’의 아이디어도 빛났다. 담배꽁초 수거함을 설치했던 이전 팀의 결과물에 ‘시가랩(담배꽁초를 래핑하는 포장지)’을 보급하자는 새로운 방안을 더했다. “담배꽁초를 버릴 곳이 없어 아무 데나 버린다”는 흡연자들의 의견을 귀담아들은 결과였다.

사회문제를 보는 참신한 시선

3M팀(김경민·서지민·김민서 학생)은 무료로 제공한 다회용 장바구니의 반납률과 장바구니 사용률을 높이는 방안을 고민했다. 3M팀이 다양한 조사와 분석 끝에 찾은 결과는 ‘익명성’이었다. 익명성이 높은 상태에서 장바구니를 제공할 땐 회수율이 낮고 그렇지 않은 경우엔 회수율이 높았기 때문이다. 이는 전통시장을 구석구석 돌아다니면서 얻은 결과였다. 사회문제의 해결책은 책상이 아닌 현장에 있다는 걸 학생들이 다시 한번 일깨워 준 것이다.

■ 디자인씽킹 = 문제를 해결할 창의적인 방법을 찾는 디자인씽킹 수업에선 이슈가 되고 있는 다양한 사회문제의 해결책을 고민했다. Re;on팀(임혜령·장혜원·이정인 학생)은 의류리사이클링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서비스 플랫폼’으로 풀어냈다. 단순히 옷을 수거하고 재활용했던 것에서 한발 더 나간 솔루션이었다.

Da cafo팀(이호연·곽승현·이지선 학생)은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방법을 찾기 위해 직접 음식물 쓰레기통을 제작했다. 여기에 헛갈리기 쉬운 음식물 쓰레기 분류표를 붙여 사용자의 편의성을 높였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창의적인 문제해결 방안이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걸 보여줬다.


비슷한 듯 다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 팀도 있다. 플라스틱 용기 재활용 방법을 고민한 Philosophy J팀(현수미·이지현·김동한 학생)과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을 줄이기 위해 뭉친 ANPL팀(조효빈·장현준·윤진솔 학생)이다. 두 팀은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란 쉽지 않은 문제를 리워드와 넛지효과(nudge·부드러운 개입)라는 아이디어로 풀어나갔다.

먼저 Philosophy J팀은 투명 플라스틱 수거 시 리워드를 제공하는 방법으로 플라스틱 재활용 솔루션을 제시했다. ANPL팀은 컵홀더 안쪽에 일회용 플라스틱 위험성을 알리는 문구를 조심스럽게 넣어서 소비자 의식을 개선하고자 했다.

■ 제3섹터와 기업가정신 = 이번 수업에선 학생들이 사회문제가 아닌 기업 현안을 해결할 방법을 찾는 새로운 시도도 있었다. ‘프로보노(Pro Bono) 프로젝트’다. 이 수업엔 5개팀 17명의 학생과 5개 기업이 참여했고, 포스코경영연구소 연구원 5명이 멘토로 참여했다. 기업의 문제를 해결할 실질적인 해법을 제시하기 위해서였다.[※참고: 프로보노(Pro Bono)는 전문가들이 자신의 전문성을 활용해 사회적 약자와 소외계층을 돕는 활동을 의미한다.]

프로보노 프로젝트에선 기업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 찾는 수업을 진행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프로보노 프로젝트에선 기업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 찾는 수업을 진행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성과는 눈부셨다. W팀(오경민·김효민·강동현·정초빈 학생)과 이윤희 연구위원은 비건 아이스크림의 판매 부진에 시달리던 ‘브이노마드’가 스마트스토어(네이버)에 입점하는 과정에 큰 도움을 줬다. 재생에너지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기업 루트에너지는 비타팀(김희애·김정균·박예빈·하누리 학생)의 아이디어를 반영해 기업 소식을 알리는 뉴스레터를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LINC+ 사업단의 새로운 시도


보이임팀(임혜령·임수린·이현지 학생)은 국내 OTT(Over The Top) 웨이브의 콘텐츠에 배리어프리 자막 제작 전문업체 오롯영화를읽는사람들(오롯)이 제작한 자막을 제공하는 방안을 모색했다.[※참고: 배리어프리 자막은 청각장애인이 영상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화면 해설을 넣은 자막이다.]

보이임팀은 웨이브에 오롯의 자막을 사용하면 웨이브와 SK텔레콤이 국내 최초 배리어프리 자막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란 타이틀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오롯을 위한 솔루션에 최근 기업의 화두로 떠오른 ESG(환경·사회적 가치·지배구조) 경영을 접목한 것이다.

지화수팀(현수미·최세진·김양환 학생)은 마케팅 전략으로 전동싱크대 제조업체 힐링쿱을 알리는 홍보물을 제작했다. 코요테팀(이진민·류성민·서정언 학생)은 마스크 제조업체 오투엠의 생산관리와 판매전략이라는 쉽지 않은 숙제를 풀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프로보노 프로젝트의 겸임교수를 맡은 윤기영 부천시사회적경제센터장은 “제3섹터와 기업가정신은 학생들의 아이디어를 기업 경영에 연계한 의미 있는 과정이었다”며 “앞으로 수업이 끝나면 학생들이 참여할 수 없다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보다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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