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 LINC+ 사업단 공동기획
학생ㆍ연구원ㆍ디렉터 삼각 인터뷰
가톨릭대 + 포스코경영연구원 콜라보

“기업의 문제를 학생들이 해결할 수 있을까?” 소셜벤처 ‘브이노마드’는 지난해 아이스크림 ‘잼고미 소르베’를 출시했다. 하지만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무엇보다 잼고미 소르베에 적합한 시장을 찾지 못한 건 고민거리였다. 이들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가톨릭대 학생들과 포스코경영연구원이 힘을 모았다. 학생들은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안했고, 전문가는 이정표를 제시했다. 결과는 어떨까.

이윤희 연구위원, 박창규 디렉터, 오경민 학생(왼쪽부터)은 잼고미 소르베 판매 확대 전략을 모색했다.[사진=천막사진관]
이윤희 연구위원, 박창규 디렉터, 오경민 학생(왼쪽부터)은 잼고미 소르베 판매 확대 전략을 모색했다.[사진=천막사진관]

✚ 브이노마드는 브랜딩 컨설팅 업체인데요. 어떻게 아이스크림을 출시하게 됐나요? 

박창규 브이노마드 디렉터(이하 박창규 디렉터) : “브이노마드는 소셜벤처·스타트업의 브랜딩을 해왔어요. 사회적경제 기업의 제품을 좀 더 사고 싶게끔 만들어 ‘사회적경제 기업의 가치는 좋지만 조금 촌스럽다’는 편견을 해소하고자 했죠. 하지만 브랜딩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더라고요.”

✚ 그래서 직접 제품을 만들게 된 거군요. 
박창규 디렉터 : “맞습니다. 직접 만든 ‘잼고미’라는 캐릭터를 활용한 아이스크림 ‘잼고미 소르베’가 나오게 된 거죠.” 

✚ 잼고미 소르베를 통해 고민을 해결하셨나요?
박창규 디렉터 : “쉽진 않더라고요. 냉동식품이다 보니 유통·물류가 까다로웠어요. 판매가 안정적으로 이뤄져야 새로운 물류망을 구축할 수 있는데, 무엇보다 판매가 저조했죠.” 

✚ 잼고미 소르베의 판매를 확대하기 위해 학생들과 머리를 맞댔어요. 좋은 아이디어가 나왔나요. 
오경민 가톨릭대 학생(이하 오경민 학생) :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왔어요. 그래서 방향성을 정하는 게 더욱 중요했는데 이윤희 연구위원님이 나침반이 돼 주셨죠.” 

✚ 어떤 점을 강조하셨나요. 
이윤희 포스코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이하 이윤희 연구위원) : “시간이 한정된 만큼 아이디어를 좁혀나갈 필요가 있었어요. 그러기 위해선 먼저 시장을 분석하고 소비자군을 파악하는 게 중요했죠.” 

소셜벤처 브이노마드가 겪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가톨릭대 학생들과 포스코경영연구원이 ‘W팀’으로 만났다. 지난 2월 개설된 가톨릭대 ‘제3 섹터와 기업가정신’ 수업을 통해서다. 이 수업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사회적 약자를 돕는 ‘프로보노(Pro Bono)’ 활동의 일환이자 가톨릭대 LINC+ 사업단과 포스코경영연구원이 체결한 업무협약의 결과물이다. 

✚ 아이스크림 시장에서 잼고미 소르베가 경쟁력이 있었나요. 
오경민 학생 : “잼고미 소르베는 장점이 많은 제품이었어요. 무엇보다 공정무역을 통해 확보한 원당과 지역에서 생산된 원재료를 사용하고 있었죠. 지역의 협동조합에 생산을 맡겨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점도 놀라웠어요. 하지만 이런 잼고미 소르베의 가치가 잘 알려져 있지 않았죠.” 

✚ 그래서 판매가 저조했던 걸까요. 
오경민 학생 : “가치가 덜 알려졌기 때문만은 아니었어요.” 

✚ 그럼요?
오경민 학생 : “잼고미 소르베는 1개당 3500원에 판매되고 있었어요. 20~30대가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을 선호한다곤 하지만 부담스러운 가격임은 분명했죠. 그래서 값이 왜 비싼지를 소비자에게 설명해줄 필요가 있었어요. 그래서 잼고미 소르베가 지닌 가치를 강조하는 한편 최근 떠오르는 ‘비건’이라는 가치를 부각해 보기로 했죠.”

‘비건(vegan)’이란 고기ㆍ우유 등 동물성 식품을 먹지 않는 적극적인 채식주의자를 의미한다. 그동안 ‘소수’만의 문화로 여겨지던 비건이 ‘가치소비’ ‘필환경’ 등 소비 트렌드와 맞물리면서 실생활을 파고들고 있다.  

✚ 잼고미 소르베가 비건에 적합한 제품이었나요. 
박창규 디렉터 : “유제품이 들어가지 않고 과일ㆍ유기농 설탕ㆍ구아검 등으로 만들어 비건에 적합한 제품이에요. 사실 저희도 비건 시장 진출을 검토하긴 했지만 잼고미 소르베에 맞는 타깃층인지 확신을 갖지 못했었요.” 

✚ 문제는 비건족에게 잼고미 소르베가 경쟁력이 있느냐일 텐데요. 비건 수요를 확인했나요. 
이윤희 연구위원 : “맞아요. 비건 소비자가 잼고미 소르베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가 관건이었어요. 그래서 비건 블로그를 운영하는 인플루언서부터 학생, 직장인 등 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어요. 모수가 많지 않은 만큼 유의미한 데이터를 얻기 위해 질문 문항을 가다듬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죠.” 

✚ 설문조사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얻었나요? 
박창규 디렉터 : “‘비싸다’ ‘인지도가 낮다’ 등 냉혹한 평가도 있었어요(웃음). 하지만 긍정적인 평가도 적지 않았어요. 잼고미 소르베 구매 의사가 있는 소비자들은 구매하고 싶은 이유로 ‘과일 함량이 높아서(50%ㆍ이하 복수응답)’ ‘합성첨가물이 없어서(25%)’ 등을 꼽았어요. 잼고미 소르베의 가치를 알아봐 주신 거죠. 특히 비건 소비자의 반응은 더욱 좋았어요. ‘비건 식품이라서’ 구입하고 싶다는 응답자는 93.8%에 달했습니다.” 

✚ 비건이란 새로운 타깃이 정해진 만큼 마케팅 전략도 달라졌겠군요. 
박창규 디렉터 : “맞아요. 현재 W팀이 제안한 비건 라이프스타일 커머스 업체 ‘채식한끼’에 입점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잼고미 소르베의 비건 인증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비건이라는 타깃이 정해지면서 제품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데도 속도가 붙었다. 당초 브이노마드는 소르베 제품 외에 우유가 들어간 ‘밤맛’ ‘흑미맛’ 젤라토 제품도 함께 판매하고 있었다. 품목이 다양하고 제조단가가 제각각이다 보니 수익성이 낮다는 단점이 있었다. 

✚ 제품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게 기업 입장에선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텐데요.  
박창규 디렉터 : “맞습니다. 하지만 비건으로 콘셉트를 잡는 게 훨씬 더 가치가 있을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사실 젤라토 제품 중 일부는 제조단가가 높아서 수익성이 낮기도 했어요. 그래서 젤라토 제품을 포트폴리오에서 빼기로 결정했죠.”

이윤희 연구위원 : “제품 포트폴리오를 개선하는 것도 기업에 중요해요. 비건을 콘셉트로 정하면서 제품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게 된 셈이죠.” 

✚ 관건은 ‘잼고미 소르베가 비건족이 아닌 일반 소비자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겠는가’였겠네요. 하지만 설문조사에서 ‘인지도가 낮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건 리스크 요인으로 보여요. 
이윤희 연구위원 : “올 초만 해도 검색포털에서 잼고미 소르베를 찾기가 어려웠어요. 소비자가 가장 먼저 제품을 검색하는 곳이 검색 포털인 만큼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 입점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게 어떨까 제안했죠. 학생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현재 잼고미 소르베는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에 입점해 있습니다.” 

오경민 학생 :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잼고미 소르베의 장점이 제품에서 잘 드러나지 않았어요. 제품 성분 등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도록 패키지를 개선하면 좋겠다는 의견도 드렸어요. 현재 남은 패키지를 소진하고 나면 반영하신다고 하더라고요.” 

✚ 결과는 어땠나요? 
박창규 디렉터 : “목표로 삼았던 판매량을 훌쩍 넘었습니다. 서울산업진흥원이 운영하는 ‘서울어워드(중소기업 우수상품에 대한 브랜드 인증 사업)’에도 선정됐고요. 이번 W팀 프로젝트가 밑거름돼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웃음).” 

✚ ‘비건 제품’이란 콘셉트를 설정한 게 맞아떨어진 셈이네요. 
박창규 디렉터 : “그렇습니다. W팀의 컨설팅 덕이죠.” 

✚ 한학기 동안 많은 성과가 있었네요. 
오경민 학생 : “맞아요. 사실 발품도 많이 팔았어요. 비건 레스토랑부터 커피전문점을 직접 다니며 시장조사를 했죠. 플라스틱 숟가락이 기본 제공되지 않아 불편하다는 소비자 의견이 있었는데, 브이노마드 측에선 플라스틱 폐기물 저감을 위해 원하는 분들께만 제공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겠다고 하셨어요. 그런 모습들이 더 멋져 보였습니다.” 

이윤희 연구위원 : “서로 호흡이 좋았던 게 주효했어요. 서로의 역할에 충실했던 게 좋은 ‘에너지의 합’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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