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에도 코로나19 영향
패션 강세 속 아이템 순위 변화

코로나19는 소비 품목에도 영향을 미쳤다. 몹쓸 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밖에 나갈 일이 줄자 사람들은 집에서 가볍게 입을 이너웨어 사는 데 지갑을 열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하고 외부활동이 많아지자 이번엔 레포츠의류와 아우터를 구매했다. 같은 패션 브랜드라고 해도 시대적 상황의 변화에 따라 품목별 순위가 달라졌던 거다. 코로나19로 바뀐 TV홈쇼핑 베스트 브랜드를 통해 일상의 변화를 살펴봤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확산할 땐 이너웨어 브랜드가 인기를 끌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확산할 땐 이너웨어 브랜드가 인기를 끌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고객님, 방금 끝난 드라마 잘 보셨나요?” 리모컨을 이리저리 누르던 중 살짝 들려온 TV홈쇼핑 쇼호스트의 다급한 목소리에 채널을 잠시 멈춘다. 조금 전 드라마에서 봤던 것과 유사한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한 그는 혹여라도 고객이 채널을 돌릴까 걱정됐는지 생각할 틈조차 주지 않고 빠르게 제품 소개를 이어간다. 

TV홈쇼핑은 TV를 보면서 손쉽게 쇼핑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랜 시간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TV를 시청하는 인구가 줄고 라이브 커머스 등 경쟁 채널이 등장하면서 특유의 매력을 잃어버렸다. 그럼에도 TV홈쇼핑은 누구보다 빠르게 트렌드를 반영해 상품을 편성한다. TV홈쇼핑 업계가 매년 발표하는 베스트 브랜드(히트상품)를 통해 시대의 변화를 읽을 수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변화❶ 패션의 약진 = TV홈쇼핑 업계는 해마다 12월 중순 베스트 브랜드 톱10(매출 순)을 발표한다. 최근 몇년 TV홈쇼핑을 이끄는 건 패션 브랜드다. 홈쇼핑 업체들이 각각 발표한 2021년 베스트 브랜드 톱10을 살펴보면, 패션 브랜드가 압도적으로 많다. CJ온스타일이 10개 중 9개, 롯데홈쇼핑 8개, GSSHOP 7개, 현대홈쇼핑 6개 순이다.

2017년 업체별 톱10에 패션 브랜드가 4~5개였다는 점과 비교하면 패션 브랜드 비중이 높아졌음을 알 수 있다. 게다가 홈쇼핑업계가 자체 브랜드(PB)와 단독 브랜드를 강화하면서 이런 분위기는 더 짙어지고 있다.


CJ온스타일이 2011년 론칭한 PB 패션 브랜드 ‘더엣지(The AtG)’는 2017년 이후 4년 연속 베스트 브랜드 1위 자리를 지키며 PB 브랜드의 자존심을 이어갔다. 롯데홈쇼핑이 2016년 론칭한 PB 패션 브랜드 ‘LBL’도 베스트 브랜드 4위에 이름을 올리며 효자제품 노릇을 톡톡히 했다. 

현대홈쇼핑과 GSSHOP은 단독 브랜드 효과를 봤다. 현대홈쇼핑이 패션 디자이너 이상봉과 손잡고 판매 중인 ‘이상봉에디션’은 2021년 76만개가 판매되며 베스트 브랜드 1위에 우뚝 섰다. 흥미롭게도 GSSHOP의 베스트 브랜드 1위 역시 GSSHOP이 2011년부터 국내에 단독 론칭한 프랑스 패션 브랜드 ‘모르간’이었다.
 
■변화❷ 코로나19 전후 = 이처럼 TV홈쇼핑의 베스트 브랜드를 ‘패션’이 독차지했지만, 트렌드의 변화를 이끈 건 코로나19였다. 코로나19가 몰려온 2020년과 1년을 넘기며 익숙해진 2021년 베스트 브랜드를 비교해보면 그 변화를 느낄 수 있다. 2020년엔 ‘집콕’과 ‘건강’이, 2021년엔 ‘다시 일상’이 화두였다.

먼저 롯데홈쇼핑의 사례를 들어보자. 2020년 롯데홈쇼핑 베스트 브랜드 1위에 오른 주인공은 독일 패션 브랜드 ‘라우엘’이다. 코로나19 때문인지 하이넥·카라 타입의 니트 2~5종 세트 등 이너웨어 상품들이 인기를 끌었다. 이너웨어가 높은 판매고를 올린 건 라우엘뿐만이 아니다. 


‘조르쥬 레쉬(2020년 베스트 브랜드 2위)’의 니트 롱 원피스 3종, ‘다니엘 에스떼(2020년 7위)’의 티블라우스도 2020년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롯데홈쇼핑의 PB브랜드 LBL도 전년 대비 이너웨어 비중을 30% 확대했을 정도로 2020년엔 이너웨어 수요가 많았다. ‘집콕’ 문화가 트렌드를 주도한 셈이다. 

반면 2021년엔 골프·캠핑 등 외부활동이 늘면서 레포츠 의류가 늘었다. 하반기부턴 일상회복 기대감이 강해지면서 아우터 수요도 증가했다. 프랑스 컨템포러리 브랜드 ‘폴앤조(베스트 브랜드 3위)’는 시즌별로 ‘리넨 재킷’ ‘니트 코트’ 등 아우터를 다양하게 선보이며 론칭 1년 만에 매출 3위 브랜드에 올랐다. 

2020년에 이너웨어 비중을 늘렸던 LBL(2021년 베스트 브랜드 4위)은 2021년에는 카디건·롱코트 등 아우터로 매출을 끌어올렸다. ‘지프’ ‘캘빈클라인 퍼포먼스’ ‘몽벨’ 등 레포츠 의류 브랜드가 10위 안에 이름을 올린 것만 봐도 2020년과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 CJ온스타일의 골프웨어 브랜드 ‘장 미쉘 바스키아’가 2년 연속 10위 안에 이름을 올린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부턴 외부 활동 기대감에 레포츠의류, 아우터 수요가 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부턴 외부 활동 기대감에 레포츠의류, 아우터 수요가 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2020년엔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확산하면서 이너웨어 중심으로 판매가 많이 이뤄졌다”면서 “하지만 2021년엔 장기화하는 코로나19에 둔감해지면서 레포츠 수요가 늘었고, 레포츠의류 판매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변화❸ 뷰티+프리미엄 = 2021년에 뷰티 브랜드가 떠오른 것도 일상 회복의 기대감에 따른 효과로 풀이된다. 대표적인 사례는 현대홈쇼핑과 GSSHOP에서 주목을 받은 뷰티 브랜드 가히(KAHI)다. 가히는 손쉽게 바르는 스틱형 멀티밤 제품으로 현대홈쇼핑과 GSSHOP의 베스트 브랜드에서 각각 10위, 3위를 차지하며 핫한 아이템으로 등극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변화는 프리미엄 상품에서 나타났다. 과거엔 홈쇼핑 상품이라고 하면 세트 상품이 떠올랐던 게 사실이다. 색상만 다르거나 약간의 변화만 준 상품 3~5종 세트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2021년엔 이상봉에디션, 지스튜디오, VW베라왕 등 디자이너 브랜드의 단일상품들이 유행을 이끌었다.

TV홈쇼핑업계 관계자는 “예전에 비해 외출을 많이 안 하다 보니 하나를 사더라도 제대로 된 걸 사자는 심리가 반영된 것”이라며 “명품을 비롯해 프리미엄 상품을 구매하려는 심리가 순위권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2022년은 어떨까. 홈쇼핑업계는 오미크론 확산과 거리두기 강화로 깊은 고민에 빠졌다. CJ온스타일 관계자는 “일상회복에 중점을 두고 상품을 편성하려고 계획했다가 재검토하고 있다”면서 “그래도 2021년보단 외부활동이 많아질 거라고 생각해 패션 브랜드에 밀려 움츠러들었던 뷰티 비중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오르락내리락했던 홈쇼핑 베스트 브랜드. 올해는 또 어떤 브랜드가 20 22년을 대변할까.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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