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월세 계약 6개월치 분석
신규계약 보증금 갱신계약보다 비싸
공공임대 많았던 서초구의 의미있는 통계

지난해 6월 1일 전월세 계약의무 신고제가 시작됐다. 2020년 7월 31일부터 시작된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의 효과를 더 정확하게 알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된 거다. 더스쿠프(The SCOOP)가 6개월간의 전월세 데이터를 확인해봤다. 신규계약 전세 보증금이 ‘5% 인상 상한선’의 제약을 받는 갱신계약의 경우보다 비싼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서초구였다. 

2021년 6월 1일부터 전월세 신고제가 시행됐다.[사진=뉴시스]
2021년 6월 1일부터 전월세 신고제가 시행됐다.[사진=뉴시스]

지난해 6월 전까지 우리나라의 전월세 가격은 안갯속이었다. 임대 계약을 맺어도 정부에 신고할 의무가 없었기 때문이다. 모든 주택 매매 거래가는 2006년 1월 1일부터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했지만 임대 계약만은 예외였다.

주택 매매 거래가 신고제가 실시된 지 15년 만인 지난해 6월 1일 전월세 계약은 의무 신고 대상이 됐다. ▲월 임대료 30만원 초과 ▲보증금 6000만원 초과인 전월세 계약은 반드시 주민센터 등에 신고해야 한다. 이렇게 신고된 전월세 실거래가 자료는 매매 실거래가처럼 민간에 공개된다. 효과는 두가지다. 첫째, 정확한 평균 임대료를 계산할 수 있다.

둘째, 임대료 자료가 쌓이면 시장에 표준 임대료를 제시할 근거가 마련된다. 전월세 신고제의 효과는 이뿐만이 아니다. 전월세 갱신계약과 신규계약을 구분해서 신고해야 하는 규정은 주목할 만하다. 2020년 7월 31일 도입된 전월세 계약갱신청구권(갱신요구권)의 효과를 확인할 수 있어서다.[※참고: 기존 세입자가 갱신요구권을 이용하면 집주인은 기존 보증금보다 5% 이상 올릴 수 없다.]

그렇다면 전월세 보증금은 얼마나 올랐을까. 전월세 데이터 반년 이상 쌓였으니 이제 그 결과를 한번 확인해 볼 때다. 더스쿠프는 전월세신고제가 시작된 지난해 6월 1일부터 올 1월 5일까지 신고된 서울 전월세 계약을 살펴봤다. 

상한선이 없었던 갱신 전세계약 보증금보다 신규 전세계약 보증금이 더 높았다.[사진=뉴시스]
상한선이 없었던 갱신 전세계약 보증금보다 신규 전세계약 보증금이 더 높았다.[사진=뉴시스]

주택 종류는 아파트와 연립다세대 주택, 면적은 주거 시장에서 선호도가 높은 전용면적 59㎡(약 18평ㆍ침실3, 욕실1)와 전용면적 84㎡(약 25평ㆍ침실3, 욕실2)로 한정했다.[※참고: 국토교통부 전월세 실거래가는 계약 형태를 ‘갱신’ ‘신규’ ‘알 수 없음’ 3가지로 구분한다. 더스쿠프는 그중 ‘갱신’ ‘신규’로 표시된 계약을 기준으로 전세 보증금을 계산했다. 

계약 형태 ‘알 수 없음’에는 갱신과 신규계약이 모두 포함되지만 구분할 수 없다. 다만, 갱신계약은 두가지 형태로 나뉜다. 갱신계약청구권을 활용한 갱신계약과 활용하지 않은 갱신계약이다. 이 부분은 뒤에 자세하게 설명했다.] 

■분석❶ 아파트 vs 연립다세대 = 서울 59㎡ 아파트의 신규 전세계약 평균 보증금은 6억5662만원이었다. 갱신계약청구권을 사용해 계약한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은 평균 5억1704만원에 머물렀다. 갱신계약보다 신규계약 보증금이 27.0% 비쌌던 거다. 갱신 없이 새롭게 전셋집을 찾으려는 신규 계약자로선 갱신계약청구권을 활용해 계약을 갱신한 세입자보다 1억원이 훌쩍 넘는 추가 자금이 필요했다는 얘기다. 

물론 모든 주택에서 신규 전세계약 보증금과 갱신계약 보증금의 차이가 컸던 건 아니다. 59㎡ 아파트 신규 전세 보증금의 급격한 상승은 아파트에만 국한됐다. 59㎡ 연립다세대 주택의 신규 전세계약 평균 보증금은 2억7515만원으로, 갱신계약청구권을 활용한 세입자의 보증금(2억6782만원)보다 2.7% 비쌌다. 

■분석❷ 84㎡ vs 59㎡ = 면적에 따른 차이도 있었다. 아파트는 규모가 클수록 신규계약 전세보증금과 갱신계약청구권을 활용한 갱신계약 전세보증금의 차이가 작았다. 하지만 연립다세대 주택은 반대였다. 

먼저 아파트를 보자. 84㎡ 아파트의 경우, 신규계약 전세보증금(7억9350만원)과 갱신계약청구권을 활용한 갱신계약 전세보증금(6억4777만원)의 차이는 22.5%로, 59㎡ 아파트 27.0%에 비해 적었다. 반면, 84㎡ 연립다세대 주택은 둘의 차이(신규 4억717만원ㆍ계약갱신 3억7397만원)가 8.8%로 59㎡(2.7%)보다 컸다. 

■분석❸ 계약갱신청구권 미활용 vs 활용 = 흥미로운 결과는 지금부터다. 갱신계약을 할 수 있는 모든 이들이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건 아니다. 세입자는 갱신청구권을 단 한번(2년+2년) 사용할 수 있는데, 이를 요구하지 않은 채 갱신계약을 체결한 이들도 있었다.

이럴 때 집주인으로선 ‘보증금 5% 인상 상한선’이 사라져 신규계약만큼 보증금을 재량껏 높일 수 있다. 그렇다면 갱신청구권을 활용하지 않은 ‘갱신계약’의 전세보증금은 어느 정도 수준이었을까. 59㎡ 아파트의 갱신청구권 미사용 계약의 평균 보증금은 5억9285만원이었다. 

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세입자의 전세 보증금(5억1704만원)보다 14.6% 비쌌지만, 신규계약 전세보증금(6억5662만원)보단 9.7% 쌌다. 84㎡ 아파트도 갱신청구권을 쓰지 않은 갱신계약의 전세보증금(6억9719만원)이 신규계약 보증금(7억9350만원)보단 12.1% 싸고, 갱신청구권을 활용한 갱신 계약(6억4777만원)보단 7.6% 비쌌다. 

 

계약갱신청권을 쓰지 않더라도 갱신계약의 전세보증금이 신규계약보단 쌌다는 얘기다.[※참고: 연립다세대 주택에선 특이한 결과가 나왔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세입자의 전세보증금보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쓰지 않은 경우가 더 쌌다. 계약갱신청구권을 활용하지 않은 세입자를 둔 집주인은 ‘보증금 5% 인상 상한선’의 구애를 받지 않았는데도, 되레 보증금을 덜 올렸다는 얘기다. 이 부분의 분석은 별도로 진행할 계획이다.] 

■분석❹ 서초구의 사례 = 다만, 신규 전세 계약 보증금이 갱신요구권 계약 보증금보다 낮은 자치구도 있었다. 대표적인 곳은 서초구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서초구 59㎡ 아파트 전세 보증금은 평균 7억8421만원이었고, 신규계약 보증금은 평균 7억8149만원으로 되레 쌌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었다. 139건의 신규 전세계약 중 공공임대로 추정되는 거래가 45건이었다. 공공 전세의 대량 공급이 전세 보증금을 억제했다는 거다. 

2020년부터 도입된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신고제로 필요한 데이터는 이제 쌓였다. 정부는 불안한 임대 시장을 안정시킬 묘수를 짜낼 수 있을까. 해답은 서초구에서 찾을 수 있을 듯하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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