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 곳간은 가득 찼지만
사업 진척 어려워진 곳 있어
현장 변수 통제 가능할까

지난해 현대건설은 대기록을 세웠다. 3년 연속 도시정비사업 수주액 1위 자리를 지켜낸 거다. 2020년에는 1조원이 넘는 초대형 사업장의 힘이 컸지만 2021년엔 수주 다변화에 성공한 결과였다. 하지만 수주액이 커진 만큼 사업이 순탄할지는 알 수 없다. 수주 현장엔 변수가 숱해서다. 

현대건설이 2021년 도시정비사업 최대 수주 실적을 기록했다. 사진은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사진=뉴시스]
현대건설이 2021년 도시정비사업 최대 수주 실적을 기록했다. 사진은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사진=뉴시스]

현대건설이 3년 연속 도시정비사업 수주 1위를 달성했다. 업계 최초다. 2021년 한해 따낸 도시정비사업 공사비만 5조5944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현대건설의 국내외 공사계약잔액 49조718억원의 8.8%에 달한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1월 용인 수지 신정마을9단지 리모델링 사업을 수주한 것을 시작으로 그해 12월 잠원동 롯데캐슬갤럭시 리모델링 사업까지 맡았다. 한해 수주한 도시정비사업장만 23개로 매달 약 2개의 사업장을 수주한 셈이다.

세부적으로 들여다봐도 실적은 꽤 알차다. 23개 사업지 중 리모델링 사업장이 7곳으로 전체의 30.4%를 차지했다. 2020년 리모델링 시장 첫 진출 후 1년 만에 수주 비중이 크게 늘었다. 2020년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처럼 1조원을 훌쩍 넘는 초대형 사업장은 없었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그만큼 다른 사업장에서의 수주가 늘었다는 뜻이다. 

일례로, 지난해 현대건설이 수주한 도시정비사업 사업장 중 규모가 가장 컸던 건 부산 범천4구역이었는데, 공사비는 6201억원이었다. 현대건설이 수주 다변화에 성공한 셈이다. 

문제는 현대건설이 수주의 대가를 제대로 받을 수 있느냐다. 건설사의 수주 사업은 앞으로 나올 매출의 마중물이다. 자체사업보다 수익률이 떨어지긴 하지만 공사비가 정해져 있어 안정적이다. 하지만 쌓아둔 사업의 공사비가 제때 매출로 들어올 수 있을지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봐야 한다. 변수가 많아서다. 

 

현대건설이 컨소시엄으로 참여한 둔촌주공 재건축이 대표적이다. 공사비 3조2000억원, 1만2000가구 규모의 공동주택이 들어설 예정인 둔촌주공 재건축은 공사가 중단됐다. “공사비 인상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지지 않았다”는 조합의 주장과 “조합이 동의했을 뿐만 아니라 물가상승 등의 요인으로 공사비를 인상할 수밖에 없었다”는 시공사의 반박이 충돌하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지난해 분양 계획은 물거품이 됐고, 일정은 올 5월로 미뤄졌다. 

하지만 이 역시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서울시와 강동구청이 중재에 나섰지만,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어서다. 서울시 관계자는 “대외적으로 알릴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다”면서 “지난 1월 7일 간담회를 진행했고 앞으로도 중재를 위해 간담회를 진행할 것이라는 정도만 언급할 수 있다”고 말을 아꼈다.

거대한 수주 창고가 제값을 하려면 매출로 이어지는 공사가 매끄럽게 이어져야 한다. 하지만 현장에선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현대건설은 ‘변수’를 털어낼 수 있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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