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전·이후 업종별 이익의 질 분석
자동차부품, 전기·전자 업종 선방한 반면
정유·화학, 식음료, 방송·통신·IT 악화일로

‘부ㆍ전ㆍ설’과 ‘방ㆍ정ㆍ식’. 더스쿠프(The SCOOP)가 국내 대기업 150곳의 이익의 질을 분석한 결과다. 이 키워드의 함의는 간단하다. 코로나19 이후 자동차부품, 전기ㆍ전자, 건설 업종은 이익의 질이 개선됐고, 방송ㆍ통신ㆍIT, 정유ㆍ화학, 식음료업종 이익의 질은 악화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해야 할 건 이익의 질의 결과값이 아니다. 거기에 숨은 경제의 흐름을 살펴보는 게 더 중요하다.

기업의 미래 성장 가능성을 가늠하기 위해선 이익의 질을 살펴봐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기업의 미래 성장 가능성을 가늠하기 위해선 이익의 질을 살펴봐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산업계 전반에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가져왔다.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의 시행은 여행항공업의 위축을 초래했고, 언택트(untact) 문화의 확산은 비대면온라인 시장의 성장을 유인했다.  

하지만 시장의 양적 성장이 산업의 질적 성장을 담보하는 건 아니다. 발전 가능성이 있는 산업을 가늠하고 비전을 살펴보기 위해선 이익의 질質을 따져봐야 한다. 이익의 질이 좋을수록 미래시장에 대비한 투자 여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할 수 있어서다.

더스쿠프(The SCOOP)가 2020년 기준 매출액 상위 150개 기업의 이익의 질을 분석한 이유다.[※참고: 이익의 질은 기업의 당기순이익을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으로 나누고, 이를 백분율로 환산한 수치다. 이 수치가 낮을수록 이익의 질이 좋다는 의미다.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이 당기순이익보다 많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산업이 코로나19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을까. 어떤 기업이 미래를 위한 발판을 잘 마련했을까. 지금부터 그 현주소를 자세히 살펴보자.[※참고: 더스쿠프는 150개 기업 중 이익의 질이 300% 이상인 곳과 마이너스 수치가 나오는 곳은 해석에서 제외했다. 통계의 신뢰성을 떨어뜨릴 수 있어서다. 이에 따라 이번 결과의 실질적 대상은 81개 기업이다.] 

■현주소❶ 이익의 질 개선 = 먼저, 코로나19 이전보다 이익의 질이 좋아진 기업은 총 33개였다. 그중 눈에 띄는 업종은 4개 기업의 이름을 올린 자동차부품업이다. 4개 기업의 평균 이익의 질은 2019년 3분기 87.0%에서 2021년 3분기 55.0%로 32.0%포인트 개선됐다.  

자동차부품업이 이익의 질을 개선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판가 인상이 있다. 글로벌 공급망 대란으로 부품 공급이 수요보다 적어지면서 제품 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진 거다. 이를 통해 자동차부품 업계는 코로나19 이전보다 판매량이 줄어도 그 타격을 상쇄할 수 있었다. 

자동차부품 업종은 앞으로의 전망도 밝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차량용 반도체의 공급 부족이 점차 완화되면서 완성차 기업들의 출하량과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증가할 것으로 본다”면서 “고객사들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부품사들의 매출액과 마진율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동차부품업 다음으로 이익의 질이 좋아진 업종은 전기ㆍ전자 업종이다. 그 중심에는 반도체가 있다. 이익의 질을 개선한 3개 기업 중 2개가 반도체 제조사(삼성전자ㆍSK하이닉스)였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3분기 79.6%였던 두 회사의 평균 이익의 질은 지난해 3분기 54.8%로 개선됐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두 회사가 주력하는 메모리반도체 시황이 좋아져서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3분기는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불황으로 가격 하락세가 지속됐던 시기다. 당시 삼성전자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9.0%, 77.7% 감소했고, SK하이닉스의 실적도 같은 기간 40.0%, 93.0% 감소했다.

코로나19 특수와 예외 

반면 코로나19 이후인 2021년 3분기에는 비대면ㆍ온라인 시장의 확대로 서버ㆍPCㆍ스마트폰용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증가하면서 제품 가격도 상승했다. 그 결과, 두 회사는 나란히 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관건은 반도체 업종이 지금의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느냐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에 기인한 비정상적인 수요가 조정되면서 올 1분기 메모리반도체의 가격 하락은 불가피하다”면서 “그렇더라도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30%를 차지하는 서버, 20%를 차지하는 PC에서 지속적인 수요가 발생하면서 2분기에 다시 가격이 반등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전기·전자 업종은 코로나19 이후 메모리반도체 호황을 등에 업은 반도체 제조사들의 선방으로 이익의 질을 개선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전기·전자 업종은 코로나19 이후 메모리반도체 호황을 등에 업은 반도체 제조사들의 선방으로 이익의 질을 개선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익의 질을 개선한 곳 중에는 코로나19의 직격탄을 피해간 업종도 있다. 바로 건설업이다. 국내 부동산 경기가 달아오르면서 주택사업의 비중이 커진 덕에 건설사 2곳(현대건설ㆍGS건설)의 이익의 질은 큰 폭으로 개선됐다. 

코로나19 이전 179.0%였던 두 회사의 평균 이익의 질은 코로나19 이후 35.0%로 144.0%포인트 좋아졌다. 코로나19 이전 대비 두 회사 합산 기준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이 304.8% 증가한 결과였다.

■현주소❷ 이익의 질 악화 = 건설사들의 바람직한 질적 성장과 달리 상당수 기업(48개)은 코로나19 이후 이익의 질이 악화됐다. 업종으로는 정유ㆍ화학이 9개 기업으로 가장 많았다. 이들 기업의 평균 이익의 질은 2019년 3분기 91.0%에서 코로나19 이후 126.0%로 나빠졌다. 이는 전체 평균(86.7%)을 웃도는 수치다.  

정유ㆍ화학업종 이익의 질이 악화한 원인은 석유ㆍ화학제품의 수익성이 떨어져서다. 이익의 질이 나빠진 정유ㆍ화학 기업 중에서도 기초화학물질로 2차 가공품을 만드는 다운스트림 기업의 비중이 절반(9개 중 5개)을 넘긴 이유다. 

나프타ㆍ에틸렌 등 원료로 쓰이는 기초화학물질의 가격은 치솟는데 이들 원료로 만드는 석화제품의 가격이 그 상승폭을 따라가지 못한 게 문제였다. 상품의 가격 변동을 측정하는 생산자물가지수를 살펴보면, 기초화학물질의 생산자물가지수는 코로나19 이전보다 22.1%(108.78→132.80) 상승했다.

반면 석화제품인 합성수지나 플라스틱은 각각 10.6%(96.66→106.19), 6.9% (100.09 →107.00) 오르는 데 그쳤다.[※참고: 생산자물가가 100 이상이면 해당 상품의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기업들이 제품 가격을 마음대로 올릴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현재로선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수요는 정체했는데 공급은 과잉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정유ㆍ화학업종 다음으로 이익의 질이 나빠진 곳은 7개 기업이 포함된 식음료 업종이다. 코로나19 이전 69.0%였던 평균 이익의 질은 코로나19 이후 103.0%로 악화됐다. 이중 5개 기업(CJ제일제당ㆍ현대그린푸드ㆍ동원F&Bㆍ농심ㆍ오뚜기)은 지난해 업계 매출 순위 10위권 안에 들었던 곳들이다. 

식음료 업종도 급등한 원재료 가격 때문에 수익성이 악화됐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하는 세계식량가격지수를 살펴보면 2019년 3분기 93.4포인트였던 지수가 2021년 3분기 129.2포인트로 상승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며 급증한 농식품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한 탓이다.

이익의 질 나쁜 나비효과 

세부 항목으로 보면 가격 상승폭은 더 크다. 코로나19 이전 100포인트 이하였던 곡물ㆍ유지류ㆍ설탕의 식량가격지수는 코로나19 이후 각각 44.7%, 101.0%, 64.9% 상승했다.[※참고: 식량가구지수가 100을 넘으면 해당 상품의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식음료 업계는 지난 1년 동안 지속적으로 제품 가격을 인상했지만 수익성을 개선하기에는 부족했다.

어윤선 세종사이버대(외식창업프랜츠학) 교수는 “올해도 주요 농식품 생산국의 이상기후ㆍ인력 부족 등으로 원재료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기업들은 단기적인 제품 가격 인상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스마트팜 등 첨단농업기술 개발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카카오 등 IT빅테크를 포함한 방송·통신·IT 업종의 이익의 질도 코로나19 이전보다 악화했다.[사진=뉴시스]
카카오 등 IT빅테크를 포함한 방송·통신·IT 업종의 이익의 질도 코로나19 이전보다 악화했다.[사진=뉴시스]

식음료 업종 다음으로 살펴볼 곳은 IT빅테크(네이버ㆍ카카오)와 통신사(KTㆍLG유플러스) 등 6개 기업이 이름을 올린 방송ㆍ통신ㆍIT 업종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 이후 6개 기업의 합산 당기순이익은 49.4% 증가(2조2973억원→3조4320억원)했다.

그럼에도 코로나19 이전 49.0%였던 평균 이익의 질은 코로나19 이후 68.0%로 되레 나빠졌다.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의 증가폭(27.1%)이 당기순이익 증가폭에 못 미쳐서다. 

이는 향후 통신ㆍIT업종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각각 5G 서비스의 품질 개선, 온라인플랫폼법에 대비한 서비스 확장이란 과제를 안고 있는 두 업종의 투자 동력이 약해진 것이나 다름없어서다. 이익의 질이 불러온 나쁜 나비효과인 셈이다.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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