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햇빛의 온기가 스며들길

# 대학생 때입니다. 실습 과제가 많다 보니 결과가 나올 때까지 밤을 새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여름엔 해가 지면 오히려 살 만했지만 겨울은 반대입니다. 밤이 깊어질수록 추위는 온몸으로 스며들었습니다. 

# 난로 하나 없는 골방 같은 스튜디오에서 사진을 찍다 보면 따스한 온기가 그리웠습니다. 긴 밤이 지나고 해가 뜰 때쯤이면 ‘광합성’을 하러 복도 창가로 종종걸음을 칩니다. 그곳에서 비둘기처럼 몸을 웅크린 채 태양을 기다렸습니다. 떠오르는 태양 빛을 쬐며 믹스커피 한잔을 마시면 따스한 온기가 햇살처럼 몸에 퍼져나갔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 해 질 무렵 아파트 사이를 뚫고 석양빛이 내려옵니다. 길이 없던 운동장에 빛의 길이 생깁니다. 그 길을 따라 한 사람이 걸어갑니다. 저 넓은 공간에서 빛이 낸 길로 가는 건 우연일까요? 조금이라도 따스한 기운을 느끼고 싶은 건 아닐까요? 

# 태양은 시간에 따라 모습을 달리합니다. 석양빛이 만들어 낸 어둡고 좁은 길은 내일 오전에 밝고 따뜻한 길로 바뀔 겁니다. 가만 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도 비슷하네요. 어두울 때도 밝을 때도, 추울 때도 따스할 때도 있습니다. 매일 뜨는 태양도 똑같은 빛은 없듯이, 우리의 삶도 그렇습니다. 오늘은 좀 추우셨나요? 내일의 삶은 오늘보다 따뜻할 겁니다. 

사진·글=오상민 천막사진관 작가
studioten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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