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도, 사람도 홀로 살아갈 순 없습니다.

# 아쿠아리움을 찾았습니다. 평소 TV나 책에서만 보던 철갑상어와 바다거북, 다양한 물고기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아이들은 신이 났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기대한 것은 벨루가로 불리는 흰고래입니다.

# 파란 물결 속에 미끄러지듯 헤엄치는 벨루가를 만났습니다. 아쿠아리움의 마스코트라서 그럴까요? 이미 많은 사람이 수족관 앞에 모여있네요. 기념사진을 찍기도 하고 손짓으로 벨루가를 부르기도 합니다. 벨루가는 사람들의 환호에 호응하듯 바쁘게 헤엄치며 돌아다닙니다. 벨루가가 수족관 유리면까지 다가올때면 사람들은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벨루가 수족관 앞은 마치 파티의 현장 같았습니다. 

# 폐관시간이 다 됐습니다. 벨루가 수족관 앞 북적이던 사람들이 어느샌가 자취를 감추고, 벨루가만 홀로 남았습니다. 혼자서 공을 갖고 노는 모습이 문득 외로워 보입니다. 답답하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 벨루가는 일생 동안 한 집단 안에서 생활한다고 합니다. “수족관 속 저 벨루가도 한때는 넓은 바닷가에서 신나게 헤엄치며 살지 않았을까?” “혼자있는 벨루가는 가족들과 친구들이 그립지 않을까?” 별별 의문이 머리를 스치면서 코로나19 속 우리네 모습이 겹칩니다. 

# 사람들과 거리를 둬야 바이러스를 피할 수 있는 세상입니다. 함께 놀이를 하고 얼굴을 마주하는 것도 부담스럽기만 합니다. 어쩌다 전염된 사람은 ‘자가격리’란 이름으로 집안에 갇힙니다. 수족관 앞에서 하루빨리 고향으로 돌아가 친구를 만나길 기대해 봅니다. 우리도 마스크를 벗고 사람들과 가까워지길 기다려봅니다. 동물도, 사람도 홀로 살아갈 순 없으니까요. 

사진·글=오상민 천막사진관 작가
studioten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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