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any Insight |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철회 진짜 이유
신사업 포부 컸지만
시장은 결국 외면

2021년 현대엔지니어링이 기업 공개(IPO)를 준비한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상장하면 단숨에 건설업계 시가총액 1순위에 등극할 것이라는 기대도 컸다. 하지만 증권신고서를 접수한 지 2달 만에 현대엔지니어링은 상장을 철회했다. 주식 시장에서 생각만큼 매력적이지 않았던 거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22년 1월 기업 공개를 하겠다는 계획을 철회했다.[사진=현대엔지니어링 제공]
현대엔지니어링은 2022년 1월 기업 공개를 하겠다는 계획을 철회했다.[사진=현대엔지니어링 제공]

지난해 말 현대엔지니어링은 주식시장의 기대감을 한몸에 받았다. 시장에 풀리는 1600만주의 1주당 최저 공모 가격은 5만7900원.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최대 6조원대였다. 건설사 중 시가총액 1순위인 현대건설(4조원대)보다 2조원이 더 많았다. 상장만 한다면 곧바로 1위가 뒤바뀌는 셈이었다. ‘대어’라 불릴 만했다.

큰 기대감을 모으며 2021년 12월 10일 제출됐던 현대엔지니어링의 증권신고서는 2개월도 넘기지 못하고 무효가 됐다. 지난 1월 28일 철회신고서가 접수됐다. 상장 철회의 가장 큰 이유는 ‘회사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지 못했다’는 거였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수요 예측에서 나온 청약 경쟁률은 최근 주식시장에서 상장과 함께 돌풍을 일으켰던 기업들의 ‘네자릿수 경쟁률’에 미치지 못했다.

시장의 반응이 냉담했던 이유는 뭘까. 실적 문제였을까. 코로나19에도 현대엔지니어링의 총 수주 잔고는 계속해서 늘었다. 2019년 21조8783억원이었던 수주 잔고는 코로나19가 터진 이후인 지난해 3분기 오히려 27조7800억원으로 늘었다.


증권가에서는 ‘신사업 성장성’이 있다는 이유로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 플랜에 우호적인 평가를 내렸다. 현대엔지니어링도 지난해 7월 만든 신사업본부를 통해 이산화탄소 포집ㆍ활용(CCU), 폐플라스틱ㆍ암모니아 등으로 만드는 ‘블루수소 사업’을 키우겠다고 공언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밝힌 신사업의 실적 목표치는 ‘5년 내 매출의 10%’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현대엔지니어링 매출의 10%는 국내 플랜트ㆍ인프라(5404억원)에서 발생했다. 이 수준까지 신사업 규모를 키우겠다는 거다.

하지만 신사업 성과는 아직 안갯속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차그룹 내에서 ‘신사업 동력’이 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지만 그 계획이 얼마나 현실화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상장 철회 결정은 ‘신사업’으로 시장을 설득하지 못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여기에 상장을 통해서 모인 현금이 회사보다 기존 주주들에게 흘러 들어가는 양이 더 많다는 점도 매력을 떨어뜨렸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상장을 예고했던 12월과 비교하면 2달 만에 국내 주식시장의 분위기가 크게 바뀌기도 했다. 일례로, 3010. 23포인트(2021년 12월 10일 기준)였던 코스피는 2663.34포인트(2022년 1월 28일)로 하락했다.

한번 꺾인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 플랜은 당분간 ‘미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시장 상황을 면밀하게 지켜보며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현대엔지니어링의 고민은 언제쯤 끝날 수 있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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