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S펜에 숨은 기대와 불안

삼성전자가 신규 모델인 갤럭시S22에 S펜 기능을 추가했다. 사이드 모델인 갤럭시노트에만 탑재해 오던 S펜을 정규 모델에 장착한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삼성전자가 S펜을 올해 흥행을 책임질 요소라고 봤다는 얘기라서다. 하지만 한편에선 출시한 지 10년이 넘은 S펜에 혁신성이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S펜이 갤럭시노트 마니아층에 호소하기 위한 마케팅 수단에 불과하다는 거다.

갤럭시S22에 S펜이 탑재되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사진=뉴시스]
갤럭시S22에 S펜이 탑재되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사진=뉴시스]

“갤럭시S22에 펜이 추가된다.” 삼성전자의 새 스마트폰 갤럭시S22에 업계의 이목이 쏠린 건 지난해 말이다. 삼성전자가 S펜을 갤럭시S22에 추가할 거란 소문이 나돌았기 때문이다. 1월 10일 열린 언팩 행사에서 S펜을 탑재한 모델을 선보였고, 소문은 사실이 됐다.

그러자 업계에선 출시일(2월 25일)이 한참 남았는데도 일찌감치 갤럭시S22의 흥행 가능성을 예견하기 시작했다. [※참고: 갤럭시S22는 S22·S22+S22 울트라 등 3가지 모델로 출시된다. S펜은 갤럭시S22울트라 모델에만 탑재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삼성전자에 S펜은 한때 ‘혁신의 상징’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방향을 살짝 틀어서 S펜의 역사를 살펴보자. S펜이 처음 등장한 건 2011년 10월 갤럭시노트1을 출시하면서다. 당시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1이 일반 스마트폰보다 훨씬 넓은 화면(5.29인치)을 탑재한 걸 보완하기 위해 S펜을 내장했다.

S펜은 대형화면을 조작하면서 느낄 수 있는 불편함을 방지하고, 노트에 필기하듯 메모하는 편의성을 제공하면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더구나 당시 펜을 내장한 스마트기기는 갤럭시노트밖에 없었기에 S펜은 삼성전자만의 무기임에 분명했다.


S펜을 등에 업은 갤럭시노트는 시리즈마다 승승장구를 거듭했다. 갤럭시노트1(10 00만대), 노트3(1200만대), 노트8(1030만대) 등 1년간 판매량이 1000만대를 돌파한 모델이 수두룩했다. 갤럭시노트가 나올 때마다 스마트폰을 바꾸는 마니아층까지 생길 정도였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와 갤럭시노트를 번갈아 출시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시장을 공략했고, 이를 통해 애플과 함께 스마트폰 업계의 양대산맥으로 군림했다.

하지만 일반 스마트폰의 화면 크기가 점점 커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큰 화면이 스마트폰 업계의 트렌드가 되고,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잇달아 큰 화면의 스마트폰을 출시하면서 갤럭시노트의 인기도 시들해졌다.

마니아층이 있다곤 하지만, 소비자들이 넓은 화면에 익숙해지기 시작하면서 S펜의 수요도 줄어들었다. 이 때문인지 지난해 삼성전자는 연중행사처럼 선보이던 갤럭시노트 시리즈를 론칭하지 않았고, S펜도 ‘메인 라인업’에서 밀려났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왜 ‘잊힌 S펜’을 다시 집어든 걸까.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위기의식’을 느꼈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까지만 해도 삼성전자는 시장점유율 21.7%를 기록, 2위 애플(16.8%)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업계 1위를 내달렸다.

하지만 중국기업 샤오미가 고속성장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6월 한때 삼성전자(15.7%)와 애플(14.3%)을 제친 샤오미(17.1%)는 2분기 평균 16.0%의 점유율을 기록, 삼성전자(18.0%)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물론 3분기엔 삼성전자가 20.0%까지 점유율을 올려 애플(14.0%)과 샤오미(13.0%)의 도전을 저지하는 데 성공했지만 안심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 샤오미뿐만 아니라 오포·비보 등 중국 기업들이 저렴한 가성비폰을 앞세워 시장을 공략하고 있어서다.

갤럭시Z폴드3와 Z플립3 등 고가의 폴더블폰으로 시장을 공략하던 삼성전자로선 흔들리는 입지를 다질 만한 ‘또다른 한방’이 필요했고, 그게 ‘S펜’으로 구현됐다. 신민수 한양대(경영학) 교수의 설명을 들어보자.

“지난해 삼성전자가 폴더블폰으로 선전했다고는 하지만, 점유율이 말해주듯 삼성전자 내부에선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분석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이번 갤럭시S22에 S펜을 추가한 건 부진했던 성적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S펜을 통해 갤럭시노트 마니아층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소구訴求(사람의 욕구를 자극해 구매동기 유발하는 것) 전략으로 고객을 확보해 두려는 거다.”

그럼 삼성전자의 S펜 전략은 어떤 평가를 받고 있을까. 일단 소비자들은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1월 14일부터 21일까지 갤럭시S22의 사전예약을 진행했는데, 예약 첫날에만 삼성전자 홈페이지에 5000명 이상의 구매자가 몰렸다. 업계에선 이를 ‘S펜 기대효과’로 분석한다.

익명을 원한 업계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이번 갤럭시S22용 S펜 성능은 한층 업그레이드됐는데, 기존 모델보다 반응 속도를 70% 높여 종이에 필기하는 느낌을 준다. 이런 점에 소비자들이 기대감을 보내는 것 같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직 예약판매가 끝나지 않아서 S펜을 내장한 갤럭시S22울트라의 판매량을 예측하기는 힘들다”면서도 “S펜을 기대해왔던 소비자들이 적지 않았던 만큼 S펜이 판매량을 늘리는 데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듯하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모든 반응이 긍정적인 건 아니다. 이번 신제품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갤럭시S22울트라가 S펜을 빼면 이렇다 할 장점을 갖고 있지 않아서다.

이규하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갤럭시S22울트라 모델의 경우 S펜이 내장됐다는 점을 제외하면 디스플레이 크기나 카메라 등 하드웨어 성능이 전작(갤럭시S21울트라)과 유사하다”면서 “이런 관점에서 전년 대비 올해 갤럭시S22의 판매량이 줄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S펜이 삼성전자의 장기플랜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9년 2월 폴더블폰인 갤럭시Z폴드1을 출시한 걸 기점으로 삼성전자는 지금까지 제품의 외형을 혁신하는 ‘폼팩터(Form Factor)’ 전략에 초점을 맞춰왔는데, S펜을 도입한 건 이런 전략과 거리가 멀다는 거다.

신 교수는 “S펜은 기존의 갤럭시노트에 특화된 고객에게 호소하는 것 이상의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면서 “삼성전자가 반짝 흥행을 목표로 일시적으로 S펜을 도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S펜이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미래를 책임질 만한 요소가 되기는 부족하다는 얘기다.

어쨌거나 삼성전자는 S펜을 장착한 스마트폰을 공개했고,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갤럭시S22는 우려를 딛고 스마트폰 시장에서 선전할 수 있을까. 아니면 “과거의 영광에 머물러 있다”는 냉정한 평가를 받게 될까. 결과는 곧 나온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