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제약 콜대원 성장 비결
국내 최초 스틱형 파우치 출시
빠른 효과와 편의성 모두 잡아

“감기약 주세요.”“○○ 주세요.” 감기에 걸려 약국에 들렀다면, 당신은 어떻게 묻는가. 전자인가 후자인가. 흥미롭게도 감기환자 대부분은 ‘○○’이란 브랜드를 댄다. 이는 ‘약효’보단 ‘브랜드’가 감기약의 판매량을 좌우한다는 방증이고, 판피린(동아제약)·판콜(동화약품)·테라플루(글락소스미스클라인)가 감기약 시장을 주름잡는 이유다. 이런 시장에서 최근 ‘돌풍’을 일으킨 감기약이 있다. 이 제약사는 어떻게 ‘신흥강호’로 떠올랐을까. 

대원제약은 2015년 국내 제약업계 최초로 스틱형 파우치 감기약(일반의약품)을 출시했다.[사진=뉴시스]
대원제약은 2015년 국내 제약업계 최초로 스틱형 파우치 감기약(일반의약품)을 출시했다.[사진=뉴시스]

코로나19 국면에서 거친 폭풍에 휘말리지 않은 업종은 드물다. 제약업계도 그중 한곳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상장 제약회사 10곳 중 4곳의 2020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 그중 감기약 제조업체의 매출 감소세가 뚜렷했다. 

원인은 코로나19였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통계를 보면, 2019년 3~7월 1093만9309명이었던 감기 환자는 2020년 3~7월 542만5468명으로 절반 이상 감소했다. 겨울이면 급증하던 인플루엔자 환자도 같은 기간 79만1613명에서 1만6039명으로 97.9%나 줄었다. 많은 이들이 코로나19를 피하기 위해 ‘마스크 쓰기’ ‘손 씻기’ 등 개인 위생을 철저히 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가 감기약을 주력으로 삼고 있는 국내 제약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2018년 1399억3000만원을 기록했던 국내 감기약 매출액은 지난해 1211억9000만원으로 13.3% 감소했다. 

그렇다고 모든 제약사의 감기약이 ‘코로나 늪’에서 허덕인 건 아니다. 동화약품·대원제약·동아제약·한미약품·일동제약 등의 지난해 감기약 판매액은 2018년 대비 증가했다.[※참고: 국내 21개 제약사 중 지난해 감기약 판매액이 2018년 대비 늘어난 곳은 7곳뿐이다.]

그중 대원제약의 성장세는 눈길을 끌 만하다. 이 회사의 감기약 ‘콜대원’ 매출이 20 18년 47억6000만원에서 지난해 63억1000만원으로 가파르게 늘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판피린(동아제약)·판콜(동화약품)·테라플루(글락소스미스클라인)가 주름잡고 있는 감기약 시장에서 ‘이례적인 성장세’를 기록해서다.

제약업계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감기에 걸린 이들은 약국에 가면 ‘감기약 주세요’가 아니라 ‘○○약 주세요’라고 말한다. 그만큼 감기약의 판매량은 ‘효능’보다 ‘브랜드’가 좌우한다. 이는 제약사가 내놓는 감기약의 주요 성분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콜대원’은 어떻게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냈을까. 첫째 비결은 끊임없는 연구개발(R&D) 의지다. 사실 액상·연질캡슐·정제·분말 등의 형태를 띤 기존 감기약은 불편한 게 많다. 액상 감기약은 빠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병에 들어 있어 약을 보관하는 게 쉽지 않다. 충격이 가해질 경우 병이 깨질 수 있어서다. 아울러 연질캡슐·정제·분말 감기약은 물이 없으면 복용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7년 전인 2015년, 대원제약 R&D팀은 액상형 감기약을 ‘스틱형 파우치’에 담는 방안을 숱한 실패 끝에 현실화했다. 이게 바로 2015년 9월 국내 최초로 개발한 ‘스틱형 파우치 감기약’이었는데, 장점은 분명했다.

R&D팀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우리는 액상형 감기약의 형태를 유지해 빠른 효과를 꾀하는 데 성공했다. 동시에 액상을 ‘스틱형 파우치’에 담아 물 없이 복용할 수 있도록 했다. 파우치형 스틱 포장을 통해 효과와 편의성이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셈이었다.” 

그렇다고 ‘최초 감기약’이란 타이틀이 당장의 실적을 보장했던 건 아니다. 론칭 초기, 스틱형 파우치 감기약은 시장과 소비자를 파고드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6명에 불과했던 영업사원만으로 ‘새로운 형태의 감기약’을 소비자에게 알릴 방안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이때 대원제약 마케터들은 ‘발상의 전환’을 꾀했다. ‘스틱형 파우치’ 콜대원의 특징을 한 단어로 요약해 알리자는 거였는데, 그 과정에서 나온 광고 카피가 ‘짜~라(2017년)’였다. 당시 광고의 한토막을 보자.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도입부 ‘Sunrise’가 웅장하게 흘러나온다. 음악의 제목을 재기 넘치게 바꾼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자막으로 흐르고, 모델이 재채기하는 모습이 슬로 모션으로 나온다.

그 사이 콜대원 제품이 천천히 등장하면서 ‘짜라’ 두글자만 남기고 나머지 자막을 모두 가린다. 언어 유희를 통해 소비자에게 ‘짜라’라는 두글자를 각인시킨 것이다. 짜 먹는 스틱형 파우치에 초점을 맞춘 광고카피였다. 

2018년엔 ‘짜라’가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공화국의 언어로 ‘최고’라는 뜻이란 것에 착안한 광고도 만들었다. 아프리카인들이 춤을 추다 ‘짜라’를 외치는 내용이었다. 이런 발상의 전환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최근엔 영화 ‘기생충’을 패러디한 광고를 선보였다. 영화 속 등장인물인 김기우와 김기정이 박사장네 초인종을 누르기 전에 불렀던 일명 ‘제시카송(독도는 우리 땅)’의 가사를 ‘콜대원 내용’으로 살짝 바꿨다. “…기침감기 파란색, 콧물감기 초록색, 몸살감기 빨간색, 증상별로….” 한번 들으면 자신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되는 묘한 중독성이 포인트다.

이같은 ‘발상의 전환’은 놀라운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2018년 이후 다른 제약사들이 앞다퉈 스틱형 파우치 감기약을 출시했다. 이는 ‘스틱형 파우치 감기약’이 시장에 먹힌다는 걸 보여주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매출도 가파르게 늘었다. 2017년까지 30억원을 밑돌던 매출액은 2018년 47억6000만원, 2019년엔 68억1000만원, 2020년 69억원으로 증가했다. 

대원제약 관계자는 “기존 액상형 제품은 복용 후 남은 약을 장기 보관하거나 버려야 하는 문제점이 있었다”며 “스틱형 파우치 제품은 이런 불편함을 줄였다”고 말했다. 그는 “정량 복용이 가능하게 만들어 감기약을 먹을 때마다 계량해야 하는 부담도 사라졌다”며 “약물의 오남용 없이 증상에 맞게 복용할 수 있다는 점이 소비자에게 통했다”고 말했다. 

대원제약이 위드코로나의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사진=연합뉴스] 
대원제약이 위드코로나의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사진=연합뉴스] 

그렇다고 대원제약이 ‘감기약 시장의 변화’를 주도할 만큼 성장했다는 건 아니다. 시장 점유율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동아제약·동화약품·글락소스미스클라인의 벽을 넘어서려면 더 많은 ‘전환과 혁신’을 이뤄야 한다. 문제는 그럴 만한 잠재력이 있느냐인데, 전망은 나쁘지 않다. 

역설적이지만, 이유는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에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오미크론의 치사율은 0.16% 수준이다. 2020년 3월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코로나19의 치사율이 3.4%였다는 걸 감안하면 3.24%포인트 낮다. 

이런 맥락에서 방역 지침이 ‘위드코로나’로 전환하면 호흡기 질환 의약품인 감기약이나 해열제 수요가 늘어날 게 분명하다. 그럼 호흡기 제품에 강점이 있는 제약사가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높은데, 대원제약은 ‘첫손가락’에 꼽힌다. 하태기 상상인증권 애널리스트는 “위드코로나 시대로 전환 시 호흡기의약품 처방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콜대원도 약국 수요가 증가해 최근 생산 가동률이 크게 올라가고 있어 매출이 증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