섈 위 아트 | 김향희 작가의 Fantastic Nature

Rose, 91.0×45.3㎝, oil on canvas
Rose, 91.0×45.3㎝, oil on canvas

추상표현주의抽象表現主義(abstract expr essionism)는 1940년대 후반부터 1950년대까지 미국의 미술계에서 주목받은 미술운동의 동향이다. 이는 뉴욕이 파리 대신 예술의 중심지가 되는 계기가 됐다. 당시 미국에선 유럽의 피카소에게 필적할 만한 예술인이 등장하길 염원하고 있었다. 이때 등장한 인물이 액션페인팅의 대가 잭슨 폴록이었다. 세계적인 컬렉터들과 후원자들은 잭슨 폴록을 대대적으로 후원해 뉴욕이 글로벌 미술시장으로 자리잡는 데 영향을 줬다. 이런 역사를 가진 추상표현주의를 대표하는 국내 작가는 김향희다. 

김향희 작가의 작품은 추상화와 구상화의 경계선에서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을 표현한다. 작품을 겉으로만 보면 자연의 힘을 그저 추상적으로 표현한 것 같다. 하지만 화려함 속에 감춰진 디테일을 쫓으면 독특한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에 있는 붓의 흔적들이 생동감이 있는 자연의 모습을 나타낸다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은 봄을 상징하는 꽃과 같은 다채로움을 펼쳐놓으면서도 유화가 주는 질감과 색채의 특성을 동시에 갖고 있다. 이를 미술사적으로 보면 추상표현주의적인 작품이 갖는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찬란한 김향희 작가의 작품을 미술사적 가치로 판단할 때 중요한 단어는 ‘앵포르멜(Informel)’이다. 이를 한국말로 표현하면 ‘뜨거운 추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끊임없이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김향희 작가에게 가장 어울리는 장르적인 명칭이라고 생각된다. ‘뜨거운 추상’이란 철학은 김향희 작가의 작가 노트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그의 작가 노트엔 “… 신이 인간에게 주신 다채로운 사계절 순환의 빛은…”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작품을 보면 푸른색으로 채워진 시원한 색채로 가득한 작품과 불과 같이 뜨거운 색채로 채워진 작품이 공존한다. 이는 4계절의 절기를 움직이는 차가운 북풍과 따스한 남풍을 상징하는 듯하다. 실제로 차가우면서도 뜨거운 힘이 계절을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계절은 세상만물을 빚거나 바꿔놓는다.

Forest, 116.7×80.3㎝, oil on canvas
Forest, 116.7×80.3㎝, oil on canvas


이런 작가의 철학은 동양학 4대 경전 중 ‘주역’과 연계된다. 주역에는 태극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이는 음과 양이라는 양 극단에서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요소로 구성돼 있다. 쉽게 말해, 음과 양은 사상으로 확장하고, 8개의 괘로 분화하며, 다시 섞이면서 64괘로 넓어진다. 처음엔 2가지 특성이던 요소가 우주 삼라만상의 끝을 알 수 없는 거대한 시스템으로 바뀌는 셈이다. 

태극 철학을 접목한 듯, 김향희 작가의 작품을 보면 차가운 색과 따뜻한 색이 큰 흐름을 잡고 그 사이에 색상들이 들어가 있다. 마치 주역의 태극처럼 힘의 균형과 끝없는 흐름을 보여주는 듯하다. 

이같은 특징은 그가 사용하는 캔버스에서도 나타난다. 작가들은 다양한 형태의 캔버스를 사용하는데, 그 다양한 형태 중에서 김향희 작가는 기본 사각형뿐만 아니라 8각형 캔버스도 쓴다. 캔버스가 작가가 작품을 그리는 베이스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선택은 김 작가의 의도로 봐야 한다.

Forest, 91.0×65.2㎝, oil on canvas
Forest, 91.0×65.2㎝, oil on canvas

사실 8각형은 상징하는 함의가 있다. 가톨릭의 경우, 성전이나 세례대의 형태가 팔각형이다. 서양에선 우주의 4원소(땅·물·불·공기)와 사추덕(정의·용기·절제·예지·四樞德)의 결합으로 인간과 우주의 조합을 의미한다. 기독교에서 8은 천지창조의 그다음 날인 여덟번째 날을 뜻한다. 안식일 이후 예수의 부활도 8일째 이뤄졌다. 이런 의미가 작가의 철학과 선택(캔버스를 통한)으로 조형적인 가치를 띤다는 거다. 

이렇게 자신의 세계를 창조해가는 김향희 작가가 오는 3월 11일부터 20일까지 갤러리산촌에서 개인전을 연다. ‘Fantastic Nature’라는 타이틀로 추상표현주의적인 작품을 선보인다. 생명력과 깊이 있는 아름다움을 소재로 한 작품을 감상하고 싶다면 김향희 작가의 전시회를 추천한다. 필자가 자신 있게 말하건대, ‘창조적 추상표현주의(creative abstract expressionism)’의 세계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김선곤 더스쿠프 미술전문기자
sungon-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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