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유니콘 3개에서 18개로 증가
하지만 절반 이상이 플랫폼 기반 유니콘
플랫폼 관련 사회문제 해법도 제시해야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국내 유니콘 기업은 3곳에 불과했다. 4년 후인 2021년 말에는 이보다 6배로 늘어난 18곳을 기록했다. 역대 가장 많은 수치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 2월 15일 내놓은 보도자료의 내용이다. 이른바 ‘문재인호號’가 돛을 올린 이후 유니콘 기업의 성장세가 가속화했다는 거다. 

정부가 나름 역할을 하긴 했으니, 박수 쳐 줄 수도 있지만 그러기엔 왠지 찝찝하다. 유니콘 기업 대부분이 ‘한 업종’에 편중돼 있는 데다, 거기서 기인하는 사회문제가 너무나 심각해서다. ‘유니콘이 지나간 자리에 풀 한포기 나지 않을 수 있다’며 우려의 시선이 쏟아지는 이유다. 더스쿠프가 유니콘의 성장에 숨은 허점을 취재했다. 

유니콘 수는 늘었지만, 대부분 플랫폼 기업들이어서 사회문제도 심각해지고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유니콘 수는 늘었지만, 대부분 플랫폼 기업들이어서 사회문제도 심각해지고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2017년 3개에 불과했던 유니콘 기업이 지난해 18개로 늘었다. 반길 일이다. 유니콘 기업이 증가했다는 건 국내 창업 생태계가 좋아졌다는 의미여서다.[※참고: 유니콘 기업이란 기업가치가 1조원 이상인 비상장기업을 말한다.] 그러자 2월 15일 중소벤처기업부가 보도자료를 뿌렸다. “유니콘 기업이 역대 가장 많은 수로 늘었다.” 아마도 자신들의 ‘유니콘 기업 육성 정책’ 덕분에 창업 생태계가 좋아졌고, 유니콘 기업도 늘었다는 걸 알리고 싶었던 모양이다. 

이를 두고 혹자는 ‘정부가 대체 뭘 했기에 민간기업의 노력에 숟가락을 얹느냐’고 비판할지 모르지만, 정부의 역할을 무작정 배제해선 안 된다. 정부나 지자체의 정책자금이 투입된 벤처펀드(정책금융)로부터 투자를 받는 스타트업들이 적지 않을 뿐만 아니라, 모태펀드를 밑거름 삼아 성장한 유니콘 기업도 숱하기 때문이다. 

비바리퍼블리카(토스), 야놀자, 우아한형제들, 엘앤피코스메틱 등이 대표적이다. 기업공개(IPO)로 유니콘 기업에서 제외된 크래프톤과 쿠팡 역시 모태펀드의 투자를 받아 성장한 기업이다.[※참고: 모태펀드(Fund of Funds)는 정부가 중소ㆍ벤처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벤처캐피털에 출자해 간접 투자하는 시스템이다.] 

문재인 정부가 ‘잘한 일’도 많다. 무엇보다 문정부 출범 이후 벤처캐피털 규모가 크게 늘었다. 일례로 2016년 2조1503억원이던 벤처캐피털 신규투자 금액이 2021년 7조6802억원으로 3.6배가 됐는데, 이중 60% 이상이 모태펀드나 공적기관 출자금이다. 유니콘 기업이 정부 정책 덕분에 탄생했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정부의 역할을 완전히 무시할 일은 아니란 얘기다. 

그렇다고 중소벤처기업부의 자찬성 보도자료에 박수를 쳐주자는 건 아니다. 유니콘 기업이 증가한 건 맞지만, 창업 생태계 전반이 개선된 건 아니기 때문이다. 유니콘 기업들의 사업 영역이 ‘한쪽’에 쏠려 있는 건 이를 잘 보여주는 예다.

구체적으로 따져보면, 유니콘 기업 18곳 중 12곳은 플랫폼 업종이다. 빅테크 2곳까지 포함하면, 18곳 중 14곳이 ‘플랫폼’을 발판으로 삼고 있다.[※참고: 나머지 4곳은 도ㆍ소매(3곳), 바이오(1곳) 업체다.] 특히 2020~2021년 추가된 유니콘 기업은 총 9곳인데, 이 가운데 8곳이 플랫폼 업종이었다. 

물론 플랫폼 기업이 많다는 게 반드시 나쁜 건 아니다. 구글ㆍ페이스북(메타)ㆍ아마존ㆍ넷플릭스 등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들도 플랫폼 기업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플랫폼 사업은 누가 선점하느냐가 관건이다. 우리 기업들이 손을 놓고 있으면 누군가가 가로챌 수 있는 시장이란 얘기다. 

문제는 기존에 없던 플랫폼 기업이 속속 생기면서 다양한 사회문제가 함께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몇가지 예를 들어보자. 

■문제❶ 플랫폼 노동자의 그림자 = 가장 많이 등장하고 있는 사회문제는 플랫폼 노동자의 처우 문제다. 법적으로 그들의 사용자를 명확하게 규정하지 못한 탓에 플랫폼 노동자가 ‘노동법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이들이 수없이 많고, 근무 중 사고가 나도 누구에게 따져야 할지 애매한 경우도 적지 않다. 

이뿐만이 아니다. 사용차 측에서 플랫폼 운영방식이나 요금체계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플랫폼 기업과 플랫폼 노동자 간 수익 배분이 적절하게 이뤄지는지도 알 수 없다. 20대 대선 국면에서 플랫폼 노동자의 권익 보호를 골자로 만든 공약이 수없이 펼쳐진 것도, 공정거래위원회가 수시로 플랫폼 기업들의 불공정 약관을 손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❷ 플랫폼과 자영업자의 삶 = 플랫폼 기업으로부터 양산되는 문제는 또 있다. 플랫폼 기업이 자영업자의 삶을 좌지우지한다는 점이다. 가령, 배달 플랫폼을 이용하는 자영업자 중엔 배달 수수료와 광고비 부담 탓에 ‘장사를 해도 남는 게 없다’며 하소연하는 이들이 상당수다. 실제로 전체 배달앱 매출(농림축산식품부)이 2019년 4조원에서 2021년 15조원으로 커지는 동안, 자영업자의 생계는 더 어려워졌다. 

중기부가 지난해 8~10월 배달 플랫폼을 이용하는 자영업자 300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9.3%는 ‘배달비가 부담스럽다’는 의견을 내놨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배달 플랫폼 기업들은 웃었지만, 자영업자들은 웃지 못했다는 얘기다. 

비단 배달 플랫폼뿐만이 아니다. 숙박 플랫폼 기업 야놀자는 숙박업체와 서비스 계약을 체결하면서 중요 정보를 계약서에 기재하지 않는 방식으로 갑질을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부동산 중개 플랫폼 기업 직방은 특수관계를 맺고 있는 부동산중개업체의 광고를 플랫폼 상단에 배치하는 방법으로 부동산을 편법적으로 우회 중개해 논란을 일으켰다. 

■문제❸ 시장 파괴하는 포식자 = 이뿐만이 아니다. 기존 시장을 파괴해 무너뜨리는 ‘포식자형’  플랫폼 기업이 너무 많다. 카카오의 콜택시 사업, 타다의 렌터카 사업은 ‘존재하던 시장’을 잡아먹은 대표적 예로 손꼽힌다.

이런 유형의 플랫폼 기업은 예비 유니콘 중에도 있는데, ‘의식주컴퍼니’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비대면 세탁서비스 플랫폼 런드리고를 운영하는 예비 유니콘 ‘의식주컴퍼니’가 동네 세탁소를 무너뜨리고 것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문제❹ 서비스의 악용 가능성 = 약간 다른 결의 문제지만, 플랫폼 기업의 ‘서비스’가 범죄의 도구로 악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가령, 쏘카의 플랫폼 서비스는 ‘필요한 시간만큼’ ‘복잡한 절차 없이’ 차량을 대여ㆍ반납할 수 있다는 편리함 덕분에 인기를 끌었지만, 10대 무면허 청소년도 다른 사람의 명의로 차량을 빌려 범죄에 악용할 수 있다는 허점이 노출돼 논란을 일으켰다. 

결국 쏘카는 재발 방지에 나섰다. 쏘카 관계자는 “미성년자 혹은 무면허자의 명의 도용 이슈가 사회문제로 비화된 후 회원가입 절차를 까다롭게 하고, 앱을 사용할 때마다 실제 예약자와의 일치 여부를 확인하거나 특정 거리에서 차량 문을 열고 잠그는 것을 원천 차단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등 시스템을 개선했다”면서 “국토교통부와 경찰청 등 유관기관과도 협력해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할 책임이 서비스를 제공한 기업에만 있는 걸까. 그렇지 않다. 우리는 이미 플랫폼 기업에서 파생하는 문제점이 적지 않다는 걸 실감하고 있다. 그런 플랫폼 기업을 정부는 유니콘으로 키우기 위해 지원하고 있다. 플랫폼 기업의 고질병을 예견하고, 거기서 기인하는 피해를 최소화해야 할 의무가 정부에도 있는 이유다.

익명을 원한 업계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유니콘 기업이 가파르게 늘어났다는 중기부의 발표를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유니콘이 늘어나는 건 한국 경제에 바람직한 일이지만, 그 유니콘이 플랫폼에 편중돼 있다는 것쯤은 정부가 먼저 생각했어야 한다. 지금 중요한 건 정부가 ‘역대 최다’라는 유니콘 기업들의 속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 기업들이 영위하는 사업에서 터져 나올 문제를 잘 정리하는 일일지 모른다.” 

지금이라도 유니콘의 성장에 숨은 허점과 그 허점에서 비롯되는 문제를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는 일침이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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