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독점 견제하는 미국
공공이 직접 플랫폼 만드는 한국
감독 기능 강화할 필요 있어

2021년 6월 ‘플랫폼 반독점 법안’이 미국 하원을 통과했다. 법안의 골자는 플랫폼의 독점 행위를 규제하는 거였다.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플랫폼 독점 문제가 수면으로 떠올랐지만 대처는 사뭇 달랐다. 플랫폼 반독점 법안과 별도로 공공公共이 직접 플랫폼을 만들어 민간과 경쟁하는 전략을 사용하기도 했다. 이를테면 심판이 선수로 뛰는 전략인데, 문제는 공공 플랫폼이 얼마나 오랫동안 공공성을 유지할 수 있느냐다.

플랫폼 수수료 이슈가 커지자 공공에서 직접 플랫폼 사업에 뛰어들기도 했다.[사진=연합뉴스]
플랫폼 수수료 이슈가 커지자 공공에서 직접 플랫폼 사업에 뛰어들기도 했다.[사진=연합뉴스]

플랫폼은 원래 사람들이 목적지로 가기 위해 잠시 머무르는 공간이다. 최근 급성장한 스타트업 중 일부가 운영하는 ‘디지털 플랫폼’ 역시 비슷한 역할을 한다. 소비자가 상품까지 가거나, 사업자가 소비자에게 닿기 위해 거쳐 가는 공간이라는 건 ‘디지털 플랫폼’이나 ‘기차역 플랫폼’이나 똑같다. 다만, 디지털 플랫폼은 물리적 한계가 없을 뿐이다.

실제로 기차역 플랫폼은 유지ㆍ관리비가 들어간다. 실체는 없지만 디지털 플랫폼을 유지하고 운영하는 데도 비용이 들어간다. 그래서 플랫폼 운영 업체는 수수료를 받는다. 수수료를 내는 쪽은 플랫폼을 통해 돈을 벌어가는 ‘입점 사업자’다. 플랫폼에서 고객을 만나고 돈을 벌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플랫폼에 내는 수수료가 과할 때 발생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기차역은 코레일이 적정 이용료를 책정하지만 민간이 만든 디지털 플랫폼은 사업자의 판단에 따라 수수료를 높일 수 있다. 공공기업이 아니기에 일반적으로 수수료 상승폭은 기차표가 오르는 값보다 훨씬 클 가능성이 높다. 

플랫폼 운영자가 수수료를 올리면 입점 사업자는 그만큼 지출해야 한다. 그게 부담스럽다면 떠나면 그만이지만, 이 역시 쉬운 선택은 아니다. 특정 플랫폼에 고객이 절반 이상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플랫폼을 떠나면 절반 이상의 고객을 잃은 상태에서 새로 시작해야 한다. 입점 사업자는 이때 내야 할 수수료와 발생할 매출 사이에서 계산기를 두드릴 수밖에 없다.

 

플랫폼 사업자들은 이때 유리한 위치를 차지한다. 입점 사업자들이 쉽게 떠나갈 수 없을 정도로 시장 장악력이 크다면 플랫폼 이용 수수료를 높여 수익을 더 낼 수 있어서다. 수수료를 더 올릴 수 없다면 대부분의 플랫폼 기업은 비슷한 길을 걷는다. 입점 사업자 중 특별 그룹을 따로 모아 고객을 더 많이 만날 수 있도록 혜택을 주거나 자신이 직접 플랫폼 안으로 들어가 ‘입점 사업자’처럼 행동하는 거다. 시작부터 유리한 게임이다.

플랫폼 독점 막기 위한 미국의 노력

미국 정부는 플랫폼 사업자의 독점으로 시장 경쟁 시스템이 약화하는 상황을 우려했다. 정치 진영을 막론하고 플랫폼 독점을 막아야 한다는 요구도 거셌다. 결국 2021년 6월 미국 하원에서는 플랫폼 기업을 견제하기 위한 패키지 법안(온라인 플랫폼 규제 반독점 법안)이 통과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광범위한 분야에서 독점을 막고 경쟁을 촉진하는 72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 하원을 통과한 법안은 총 다섯 개다. 기업 인수 시 미국의 공정거래위원회인 연방거래위원회에 내야 하는 수수료 관련 법안을 제외하면 나머지 4개는 모두 플랫폼 기업의 독점행위와 직접 관련돼 있다. ▲경쟁사 차별 대우 금지 ▲살인적 인수(Kill er Acquisition) 금지 ▲플랫폼 이용한 신사업 금지 ▲경쟁사에 데이터 공유 허용 등이다.

이 법을 따라야 하는 플랫폼 기업은 월평균 활성 이용자(MAU)가 5000만명 이상이거나 연간 매출액이 6000억 달러 규모 이상인 플랫폼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구글(구글플레이), 애플(앱스토어), 아마존(아마존닷컴) 등이 주요 규제 대상이다.

 

우리나라 역시 독점 행위를 방지하는 공정거래법이 있다. ▲자사우대 금지 ▲시장 지배력 키우는 인수 감독 ▲경쟁사 부당 대우 금지 등이 포함돼 있다. 대부분 대기업의 독점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법안으로 미국 하원을 통과한 반독점 법안과 비슷하지만 국내에는 별도의 온라인 플랫폼 규제는 없다.

대신 다른 방식으로 플랫폼 독점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플랫폼 회사들이 직접 ‘플레이어’로 뛴다면 공공도 역시 같은 ‘플레이어’가 되는 거다. 전북 군산에서 만든 공공배달앱 ‘배달의명수’나 경기도주식회사가 만든 ‘배달특급’이 대표적인 예다. 소상공인들이 “수수료가 과도하다”며 고충을 호소하자 공공에서 직접 플랫폼 시장에 플레이어로 뛰어들었다. 민간이 받던 10%대 수수료를 공공 플랫폼에선 1%로 낮췄다. 

‘공공 배달 앱’과는 성격이 다르지만 공공이 필요하기 때문에 직접 플랫폼을 만드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는 2020년 6억7000만원을 투입해 전자결재 기반 공동주택 관리 플랫폼 S-apt를 만들었다. 아파트에 우편으로 보내던 공문을 홈페이지에서 온라인으로 보내고 수신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든 거다.

 

독점 이슈는 결국 감독 기관의 조사 역량을 키워야 한다. 사진은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사진=연합뉴스]
독점 이슈는 결국 감독 기관의 조사 역량을 키워야 한다. 사진은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사진=연합뉴스]

비슷한 사업을 추진했던 울산시는 전자결재 기반 공동주택 관리 플랫폼을 자체 개발하는 대신 민간업체(직방)의 플랫폼을 활용하려다 제동이 걸렸다[※참고: 스페셜 직방 아파트 관리 사업 왜 멈췄나]. 경기도는 올해 안으로 공동주택 관리 플랫폼을 자체 개발할지 직방이나 아파트너 같은 민간 사업자와 계약할지를 두고 고심 중이다.

공공 플랫폼 만병통치약일까

하지만 공공이 모든 플랫폼에 개입하는 것도 능사는 아니다. 당장은 공공의 개입으로 ‘수수료’를 낮출 수 있지만 저렴한 수수료를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힘들다. 민간업체와 경쟁할 만큼 서비스 품질을 끌어올리는 것도 난제다. 수십조원의 예산을 다루는 서울ㆍ경기도와 수조원 규모로 살림을 꾸리는 지자체의 플랫폼 개발 여력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공공이 플랫폼 플레이어로 나서는 행위가 얼마나 ‘공공성’을 지킬 수 있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이화령 KDI 플랫폼경제분석팀장은 “정부가 공공성이 없는 영역까지 들어가는 건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면서 “결국은 기업 독점을 감독하는 우리나라의 공정거래위원회가 제 역할을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나 지자체가 플레이어로 뛰는 것보단 본연의 역할인 감시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는 거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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