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사업 13개, 85호의 행복주택
골목 속 임대주택으로 역할 해냈지만
주택 공급 문제 해결하기에는 역부족

집이 모자라는 서울에서 ‘빈집’은 어떤 의미일까. 사람이 살 수 없는 집은 보수하거나 재건축하는 게 그 자체로 이득이다. 새집으로 만들기 어렵다면 공원, 놀이터 등 주민들을 위한 시설로 만들 수도 있다. 서울시는 2018년부터 활발히 빈집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계도 있다.

빈집 정책이 서울 주택 공급의 열쇠를 제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빈집 정책이 서울 주택 공급의 열쇠를 제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서울은 단 한번도 집이 충분했던 적이 없다. 전체 주택 수 대비 가구 수를 말하는 주택보급률이 100%가 된 적이 없다는 뜻이다. 2020년 기준 서울의 주택보급률은 94.9%. 1000가구 중 51가구는 물리적으로 집을 사는 게 불가능하다는 거다. 비싸서가 아니다. 말 그대로 없어서 못 산다. 그렇기에 집이 모자란 만큼 더 만들어야 한다.

그 방안 중 하나는 ‘빈집’을 활용하는 거다.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을 새롭게 다시 만들어 공급한다면 어떨까. 기존에 있던 것보다 층수를 더 높이고 면적도 더 키울 수 있다. 1가구가 살던 집에 더 많은 가구가 입주할 수 있다. 정부도 2017년 ‘빈집 및 소규모 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을 개정해 빈집의 정의를 명확하게 했다.

이 특례법에서 정한 빈집의 기준은 ‘시장ㆍ군수 등 인허가권자가 확인한 후 1년 이상 비어 있는 집’이다. 공공임대주택의 공가나, 별장으로 사용하기 위한 주택, 준공 후 5년이 지나지 않은 미분양 주택은 여기서 제외된다. 그렇다면 이 ‘기준에 맞는’ 빈집이 서울엔 얼마나 있을까. 

2020년 서울에 있는 빈집은 총 2972호다. 단독주택이 가장 많고, 그다음은 다세대 주택, 아파트 순이다. 그럼 2972호는 서울의 주택 공급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쉽지 않다. 서울에 집이 없는 가구는 205만4216가구다. 단순 계산으로 빈집 1호에 691호의 새로운 주택을 만들어야 한다(205만4216가구/2972호). 일반적으로 철거 후 새로운 주택을 만들기 위해 매입하는 빈집은 단독주택인데 필요한만큼의 주택을 만드는 건 어렵다. 빈집을 이용해 서울 주택 공급 문제를 해결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거다. 

그렇다고 빈집의 효용성을 간과할 수는 없다. ‘자투리땅’이라도 1년 이상 비어 있었던 만큼 활용가치가 충분하다. 특히 서울은 대규모 택지를 조성해 대량으로 주택을 공급하는 게 쉽지 않다. 땅이 모자란 만큼, 빈집 관리 사업은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빈집을 모두 행복주택으로 만든다 해도 부족한 주택 공급을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빈집을 모두 행복주택으로 만든다 해도 부족한 주택 공급을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첫번째 활용 방안은 임대주택이다. 서울시는 2018년 서울도시주택공사(SH)를 통해 빈집을 사들이고 철거 후 다가구 주택을 만드는 사업을 시작했다. 행복주택으로 만드는 거다.[※참고: 행복주택은 청년ㆍ신혼부부 위주로 공급되는 도심 공공임대주택이다. 대부분 소형 주택(전용면적 60㎡ 이하)으로 만들어진다.]

결과는 어땠을까.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서울시 입찰 공고를 통해 빈집 활용 임대주택 사업을 확인해봤다. 서울시는 총 13개 사업지에서 행복주택 85호 건설을 계획했다. 그중 55호는 준공, 나머지 30호는 건설 중이다. 투입된 건설 비용은 114억8000만원에 달한다.

단순 계산하면 1호당 1억3500만원씩 투입한 셈이다. 1개 사업지당 대지 면적은 평균 193㎡(약 58평), 만들어진 행복주택은 6.5가구다. 앞서 언급했듯 서울에 있는 빈집은 2972호다. 빈집 1사업지당 6.5개의 행복주택을 만들 수 있으니, 1만9000호가량을 공급할 수 있다. 

임대주택만 공급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다른 사업도 있다. 저층 주거지 환경 개선이다. 서울시는 지역의 수요에 따라 ‘빈집’ 자리에 주택 대신 생활 SOC(사회간접자본)를 공급했다.

예를 들어보자. 저층 주거지역에서 주거 환경의 질을 떨어뜨리는 문제 중 하나는 주차난이다. SH는 매입한 빈집 대지 중 일부를 주차장으로 만들어 인근 주민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빈집 대지에 만들어진 생활정원(녹화사업)도 18곳에 이른다. 

하지만 이 사업은 제약 요인이 많다. 대부분 ‘파편화’한 상태로 존재하는 빈집 부지에선 현실적으로 주차장이나 생활정원을 만들기 어렵다. 뭔가 만들기엔 부지가 너무 작아서다. 고정된 빈집의 위치를 마음대로 바꿀 수도 없다. 

서울시가 짜낸 묘안은 두가지다. 빈집을 중심으로 토지를 더 매입하는 방식이다. 서울시는 올해 초 403필지의 새로운 빈집과 빈집 인접지를 사들이고  추가 매입도  계획했다. 약 40필지다. 빈집 대지가 좁다면 인근 토지까지 사들여 사업 효과를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또다른 방법도 있다. 대규모 공공사업에 빈집 사업을 결합하는 거다. 서울시가 새로 계획한 주택 정비 사업(모아타운ㆍ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 기반)에 따르면 소규모 주택 재정비 사업지가 서로 떨어져 있어도 구청장의 권한으로 사업 면적을 10만㎡(약 3만평)까지 적용할 수 있다.

작은 주택 사업지를 결합해 주택ㆍ주차장ㆍ어린이집 등을 만들 수 있다는 거다. 이런 작은 주택 사업지에는 ‘빈집’도 포함할 수 있다. [※참고: 모아타운은 서울시가 소규모 주택 정비사업을 이용해 추진하는 대규모 노후주택  정비사업이다. 전체 10만㎡ 규모로 지정이 가능하다. 전면 철거 재건축 사업 대신 여러  개의 소규모 주택 정비사업과 공공서비스 시설을 사업 지역 내에 함께 만든다.] 

2018년부터 서울시는 빈집을 매입해 행복주택ㆍ생활형 SOC를 공급해왔다.[사진=더스쿠프 포토]
2018년부터 서울시는 빈집을 매입해 행복주택ㆍ생활형 SOC를 공급해왔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아파트와 다르게 저층 주거지의 빈집들은 흩어져 있다. 작은 공간을 바꿀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대규모 개발은 그만큼 어렵다. 서울시는 흩어진 빈집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기 위해 주변 땅을 사들이거나 사업지 자체를 넓히는 전략을 택했다. 한데 모인 빈집은 서울 주택 공급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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