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바꾼’ 강북구 삼양동 가보니
빈집 1채가 행복주택 11가구로
노후 주거지 개발 원하는 목소리

서울시는 2018년부터 빈집을 사들여 임대주택으로 공급하고 있다. 그중 가장 큰 규모로 만들어진 임대주택은 노후주택이 몰려있는 강북구 삼양동에 있다. 1가구만 살 수 있었던 단독주택은 철거되고 이 자리에 주차장, 작은 정원, 근린생활시설이 들어올 수 있는 2동의 건물이 만들어졌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그곳에 가봤다.

강북구 삼양동에서 빈집 사업으로 만들어진 행복주택은 총 11가구가 거주할 수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강북구 삼양동에서 빈집 사업으로 만들어진 행복주택은 총 11가구가 거주할 수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골목을 걷다 보면 오랫동안 열리지 않은 것 같은 철문을 하나씩 만나게 된다. 굳이 들어가 보지 않아도 “사람이 안 사는구나”란 생각이 떠오르는 집 말이다.

장소를 더 특정해보자. 그 빈집이 서울에 있다면 어떨까. 주택보급률이 여전히 100%를 밑도는 도시에서 이 빈집을 어떻게든 이용한다면, 주택 수를 늘릴 수 있지 않을까.

2017년 그 발판이 마련됐다.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 개정으로 빈집의 정의가 명확해졌기 때문이다. 무엇이 빈집인지 정의돼야 빈집이 얼마나 있고, 무슨 사업을 할 수 있을지 계획하는 게 가능하다. 개정법에 따르면 빈집은 시장이나 군수가 비주거ㆍ가스 공급 차단 등을 확인한 후 사람이 1년 이상 살지 않은 곳이다. 

토지는 한정돼 있다. 생산할 수도 없다. 한강을 메우지 않는 이상 서울에 새로운 땅을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 그래서 2018년 서울시는 ‘빈집’에 주목했다. 넓은 땅은 아니더라도 사람이 살지 않는 땅을 최대한 쓸모 있는 시설로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서울시는 서울도시주택공사(SH)를 통해 빈집을 사들이고 노후 주택 1채가 있던 곳에 3~4층 규모의 다가구 주택을 만들었다. 이런 주택은 2022년 3월 기준 서울 13곳에서 지어졌다. 강북구ㆍ은평구ㆍ서대문구 등에 몰려 있는 ‘빈집’을 활용한 주택(행복주택단지)은 SH의 재산인 만큼 분양이 아닌 임대로 공급된다. 

그중 1곳을 직접 찾아가 보기로 했다. 목적지는 강북구 삼양동이었다. 평지를 달리던 버스가 우이신설선 솔샘역을 지나치며 가파른 오르막으로 향했다. 내려야 하는 정류장은 언덕의 꼭대기였다. 

저층 주거지는 노후주택별로 소규모 재건축이 이뤄지고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저층 주거지는 노후주택별로 소규모 재건축이 이뤄지고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도로 폭은 6m로 좁았다. 그 좁은 길을 택배 차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올라갔다. 택배차가 지나간 골목의 초입에는 ‘재개발’을 염원하는 주민이 붙인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발목이 꺾이는 느낌이 들 정도로 오르막의 경사는 가팔랐다. 

3종 일반주거지역인 이곳에는 이미 관리되지 않은 집이나 아무것도 만들어지지 않은 채 방치된 땅들이 눈에 띄었다. 언덕의 정상은 아주 약간의 평지만 있었고 곧바로 내리막으로 다시 이어졌다. 길의 왼쪽에 목적지로 정했던 행복주택 단지가 보였다. 언급한 것처럼 ‘빈집’을 개발해 만든 단지였다. 

행복주택 단지에 들어가기 전 잠깐 멈춰 주변을 둘러봤다. 주차장이 있는 공동주택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골목 한쪽에 차를 세워둔 상태였다. 저층 주거지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히는 주차난이 이곳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20년 서울 주택가 주차장 확보율은 63.6%다. 행정동 426개 중 122개(28.6%)는 주차장 확보율이 절반도 되지 않는다. 공동주택은 제외한 통계라는 걸 생각하면 저층 주거지의 주차 문제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뜻이다.

사들인 빈집의 가치 

다시 행복주택 단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지하 주차장의 입구가 길과 맞붙어 있었다. 주차장 입구 옆으로는 행복주택 단지로 들어가는 길이 나 있었다. 506㎡(약 153평)의 대지에 만들어진 2동의 건물은 한때 1층짜리 빈집이 있던 자리였다. 1가구가 살던 단독 주택을 철거하고 다시 만들어 11가구가 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건물 2동은 모두 남쪽을 향해 있었다. 주변 주택과의 차이도 느껴졌다. 주차장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기둥을 세워서인지 어둡고 캄캄한 다른 주택과는 달랐다. 행복주택의 1층은 유리로 만들어져 있어 무인택배함이 설치돼 있거나 근린생활시설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져 있었다. 

조만간 입주가 이뤄지면 총 11가구가 이곳에서 저렴한 임대료로 거주할 수 있다. 1인 청년 6가구, 신혼부부 5가구가 그 대상이다. 우리나라의 최저주거기준 면적은 14㎡다.

하지만 이곳에 만들어지는 행복주택은 청년 1인 가구를 기준으로 전용면적 25~40㎡ 규모다. 가장 작은 행복주택으로 비교해도 최저주거면적의 1.7배다. 신혼부부 주택도 전용면적 47~59㎡로 1억9104만원의 보증금이 있다면 월 임대료는 8만1800원 수준이다. 

두동의 건물 사이에는 벤치와 작은 화단이 있었다. 화단 앞에 서니 높은 언덕에서 아래로 이어지는 길이 한눈에 보였다. 뒤를 돌아 행복주택 단지의 입구를 통해 골목길로 다시 내려갔다.

골목길을 따라 형성된 계단은 가파른 내리막의 연속이었다. 쭉 따라 내려와 차가 다닐 수 있는 큰길까지 내려와보니 언덕 위에 놓인 행복주택이 높이 솟아 있어 눈에 띄었다. 하지만 골목길은 행복주택만으론 부족한 듯했다. 

1채가 11가구 되기까지…

버스가 다니는 길까지 내려가는 동안에도 단독주택이 하나씩 철거되고 새로운 건물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건설폐기물을 싣고 내려가려는 트럭은 골목을 꽉 채웠다. 

그래, 빈집 1채가 11호의 주택으로 재탄생했어도 골목 전체가 변화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인 듯했다. 큰 도로로 나가는 길에는 공공재개발을 원하는 주민들이 붙여둔 사업 설명회 현수막이 있었다.

어떤 방식으로 개발하든 빈집을 낀 노후 저층 주거지의 변화는 이뤄질 가능성이 컸다. 반복적으로 골목길을 오가는 트럭은 저층 주거지의 변화를 재촉하는 것 같았다. 빈집은 얼마나 더 많은 변화를 끌어낼 수 있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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