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난 소규모주택재정비
커진 시장 가져간 대형 건설사

2017년 ‘빈집및소규모주택정비에 관한 특례법’이 제정되면서 ‘소규모주택정비사업’의 기준이 완화됐다. 하지만 대규모 주택 정비 시장이 커지며 대형 건설사의 관심은 받지 못했다. 그러나 2019년부터 상황이 차츰 변했다. 대형 건설사들은 직접 나서거나 자회사를 앞세웠다. 그러면서 소규모 정비사업은 또 대기업의 먹잇감이 됐다. 
 

2017년 ‘빈집및소규모주택정비에 관한 특례법’제정으로 소규모 주택정비시장이 확대됐다.[사진=뉴시스]
2017년 ‘빈집및소규모주택정비에 관한 특례법’제정으로 소규모 주택정비시장이 확대됐다.[사진=뉴시스]

아파트가 아닌 도심 속 ‘노후주택’은 그간 천덕꾸러기였다. 주택 재개발 사업으로 묶이지 않으면 낡은 건물을 새 건물로 만들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게다가 평균 8년 이상 걸리는 사업 기간도 골칫거리였다. 공동주택을 정비하는 ‘재건축’과 비교해 변수가 크다는 것도 문제였다.

2012년 가로주택정비사업이 법제화된 지 5년 후인 2017년 2월 ‘빈집및소규모주택정비에 관한 특례법’이 제정됐다. 이 법을 통해 제대로 된 정의조차 없던 소규모주택정비사업은 ▲자율주택정비사업 ▲가로주택정비사업 ▲소규모 재건축으로 나뉘었고 활성화를 위해 규제도 완화됐다.[※참고: 소규모주택정비사업에 속하는 이 3가지 사업은 모두 사업지 면적이 1만㎡(약 3025평) 이하여야 한다. 규모로 따지면 자율주택정비사업이 가장 작고 가로주택정비사업, 소규모 재건축 순으로 사업 규모가 크다. 각 사업의 최소 조건은 주택 2호 이상, 단독ㆍ공동주택 혼합시 세대주 20명 이상, 200세대 미만의 공동주택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순식간에 소규모주택정비사업 ‘붐’이 일었을까. 그렇지는 않았다. 가로주택정비사업만 봐도 알 수 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서울에서 사업시행인가를 받거나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은 가로주택정비사업지는 연평균 4곳이었다. 2020년이 돼서야 가로주택정비사업지 수는 3배 늘어난 12곳이 됐다.

소규모주택정비시장의 규모가 커지자 대형 건설사들도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자회사를 앞세운 GS건설이나 대우건설이 대표적이다. GS건설은 2019년 일찌감치 기존에 있던 자회사인 ‘자이S&D’를 정비해 ‘중소규모 주택재정비사업’에 뛰어들었다. 바로 그해 대구 수성구 수성동1가 가로주택정비사업(219세대ㆍ482억원)을, 지난 6월엔 대구 침산동 삼주아파트 소규모재건축 사업(아파트 264가구ㆍ오피스텔 25실ㆍ678억원)을 수주했다. 소규모주택재정비사업에서 따낸 일감만 1000억원대다. 

시장 커지니 대형사 ‘슬쩍’

대우건설도 중소규모 시공을 해왔던 자회사 ‘푸르지오서비스’를 새롭게 단장했다. 2020년 6월 사업지 내 현장 사무소를 만드는 등 강구조물 공사를 해왔던 자회사 ‘대우에스티’를 합병하면서다. 비슷한 시기 1~2인 가구를 타깃으로 한 주택 브랜드(푸르지오 발라드)도 선보였다. 그러나 아직 소규모주택재정비사업에서 뚜렷한 수주 실적을 거두지는 못했다.

 

자회사를 내세우지 않고 직접 나선 곳도 있다. 현대건설이다. 이 회사는 2020~2021년에만 소규모주택재정비시장에서 공사비 1600억원대 수주를 기록했다. 서울 마포 합정동ㆍ성북구 장위동 등이 대표적이다. 사업지당 공사비만 400억~700억원대다. 

현대건설과 마찬가지로 DL이앤씨도 소규모주택정비사업에 직접 뛰어들었다. 같은 기간 DL이앤씨는 인천과 부산에서 약 800억원대 사업을 수주해 1600억원대 실적을 기록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작은 시장이라고 해서 굳이 소규모 사업을 위한 자회사를 만들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며 “대기업이 작은 규모 사업장에 간다고 해서 인력 운용이 비효율적으로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포스코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도 2020 ~2021년 소규모주택정비사업을 직접 수주했다. 738억원 규모의 가락현대5차아파트 소규모재건축은 포스코건설이 맡았고, HDC현산은 354억원 규모의 광진구 구의동 한양연립가로주택정비사업을 수주했다.

몇몇 예외는 있지만 대형 건설사와 중소규모 건설사의 소규모주택정비사업 수주 실적을 비교하면 차이점이 있다. 대형 건설사가 수주한 사업장 대부분은 대지 면적이 5000㎡(약 1512평) 이상이거나 공사비가 400억원 이상이다. 대지 면적이 5000㎡이란 건 소규모주택정비사업의 최대 면적인 1만㎡(약 3025평)의 절반 이상으로 제법 큰 크기다. 

 

‘빈집및소규모주택정비에 관한 특례법’이 제정되던 2017년만 해도 대지면적 5000㎡ 이상의 서울 가로주택정비사업지는 많지 않았다. 또 있다고 해도 대부분 시공능력평가순위에서 100위 밖에 있는 중소건설업체의 차지였다. 서울 강동구 상일동 벽산빌라 가로주택정비사업이 대표적이다. 

SG신성건설이 2017년 공사비 220억원에 수주했던 이 현장의 대지 면적은 5224㎡(약 1580평)였다. 그러나 3년 만에 비슷한 규모 (마포 합정동 447ㆍ5777㎡ㆍ약 1747평)의 사업지는 현대건설의 차지가 됐다. 한껏 커진 파이 대부분을 대형 건설사가 차지했다는 거다. 

커진 파이 누가 먹었나

소규모주택 시장을 둘러싼 경쟁은 더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 대기업의 간판을 단 기업들이 이 시장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어서다. 가령, SK가스의 자회사 SKD&D는 지식산업센터나 오피스텔 등 비주거용 부동산을 개발하거나 투자하는 부동산 개발회사지만 최근 주거용 부동산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공동주택 개발ㆍ분양과 관련한 인력도 충원 중이다.

소규모주택정비사업은 특별법 제정 후 초기 사업부터 “사업성이 낮아 건설사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을 것” “난개발만 만들어낼 것”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그 시장은 ‘대기업’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작은 시장까지 또 대기업이 집어삼켰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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