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달라진 전략
폐점 대신 리뉴얼 확대
역성장 고리 끊을 수 있나

“역성장 고리 끊는 원년 될 것이다.” 이제훈 홈플러스 사장은 올해 초 ‘2022년 경영전략 보고’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만큼 홈플러스가 처한 상황은 절박했다. 자산유동화 정책을 통해 수익성 개선을 꾀했지만, 매출 감소와 수익성 악화라는 부메랑을 맞았기 때문이었다. 대대적인 변신을 예고한 홈플러스는 지난 2월 간석점을 리뉴얼하면서 ‘다시 오프라인’ 전략을 꺼내들었다. 이 전략, 성공할 수 있을까.

오프라인 강화 계획을 밝힌 홈플러스가 17개 점포를 '메가 푸드 마켓'으로 전환한다.[사진=홈플러스 제공]
오프라인 강화 계획을 밝힌 홈플러스가 17개 점포를 '메가 푸드 마켓'으로 전환한다.[사진=홈플러스 제공]

안산점·대구점 등 ‘알짜점포’ 매각을 통해 수익성 개선에 나섰던 홈플러스가 전략을 수정했다. 홈플러스가 띄운 승부수는 ‘다시 오프라인’이다. 홈플러스는 지난 2월 17일 홈플러스 간석점(인천 남동구)과 월드컵점(서울 상암동)을 미래형 마트 콘셉트의 ‘메가 푸드 마켓’으로 리뉴얼 개점했다. 이어 청라점, 송도점, 작전점 등 메가 푸드 마켓을 올해에만 17개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세상 모든 맛이 다 있다.” 슬로건에서 짐작할 수 있듯 메가 푸드 마켓은 ‘식품’에 방점을 찍고 있다. 매장 입구에는 즉석 샐러드 코너 ‘프레시 투 고(Fresh to go)’를 배치했다. 다양한 샐러드 재료 중 선택해 나만의 샐러드를 구입할 수 있다. 또 다양한 즉석식품을 한 데 모은 ‘푸드 투 고(Food to go)’, 700여종의 간편식 상품을 모아 놓은 ‘다이닝 스트리트(Dining Street)’, 전세계 소스류 700여종을 판매하는 ‘인터내셔널 푸드(International Food)’ 코너도 갖췄다. 

오프라인 대형마트의 강점으로 꼽히는 식품을 강화한 셈이다. 아울러 점포 안쪽 공간을 ‘후방 피킹 존’으로 전환했다. 온라인 주문이 많은 700여개 품목을 후방 피킹 존에 모아 빠르게 배송할 수 있도록 했다. 후방 피킹 존에서 처리할 수 있는 주문은 전체의 40%가량으로, ‘피킹’과 차량 상차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였다. 온·오프라인을 연계한 ‘올라인(All-Line)’ 전략 강화를 위해서다. 

홈플러스가 전략을 수정한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무엇보다 ‘매각 일변도’ 전략의 한계를 느꼈을 거란 분석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로선 폐점에 따른 매출 감소가 불가피했다”면서 “온라인을 강화하려고 해도 본업인 오프라인 점포가 뒷받침돼야 하는 만큼 다시 오프라인을 강화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홈플러스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이하 한국기업평가 추정치)은 4조8928억원으로 전년 동기(5조1997억원) 대비 5.9%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830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여기에 폐점에 반발하는 노조와의 계속된 갈등으로 부정적인 이미지가 커졌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거란 분석이다. 홈플러스 노조는 “홈플러스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투자금 회수를 위해 점포를 매각하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새어나오는 잡음이 홈플러스에 부담요인이 됐을 것이란 얘기다. 

메가 푸드 마켓 간석점은 오픈 첫 주말에 하루 매출 11억원을 기록했다.[사진=홈플러스 제공]
메가 푸드 마켓 간석점은 오픈 첫 주말에 하루 매출 11억원을 기록했다.[사진=홈플러스 제공]

업계 관계자는 “매장을 폐점하면 노조와 갈등을 빚을 뿐만 아니라 지역 일자리가 줄어 지자체와의 관계가 불편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홈플러스로선 여러 방면에서 다양한 문제를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홈플러스의 이유 있는 변신에 소비자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초기 반응은 긍정적이다. 메가 푸드 마켓 간석점의 경우, 개점 첫 주말(2월 19일) 일 매출 11억원을 달성했다. 홈플러스 전체 점포 중 가장 높은 일 매출(이하 주말 기준)을 기록한 셈인데, 대형마트 평균 일 매출보다 8억~9억원 이상 더 많다. 온·오프라인 시너지 효과도 나타났다. 같은 기간(2월 17~20일) 간석점의 온라인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50%가량 증가했다. 

이제훈 홈플러스 사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오프라인 핵심 경쟁력인 고객 경험을 극대화한 결과”라면서 “메가 푸드 마켓을 통해 경쟁사를 압도해 유통시장을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홈플러스가 메가 푸드 마켓을 통해 식품군을 강화했다곤 하지만 이는 다른 대형마트가 펼쳐오던 전략과 별반 차이가 없어서다. 김영호 김앤커머스 대표는 “식품이 오프라인 대형마트의 경쟁력이라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면서 “고객을 끌어모으기 위해서는 마트가 위치한 지역만의 특성을 살려 지역 주민과 함께 하는 콘텐츠를 강화하는 등 그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온·오프라인 연계 강화를 위한 올라인 전략을 펼치고 있지만 홈플러스의 온라인몰 인지도가 경쟁사(SSG닷컴·롯데온)에 비해 낮다는 점도 과제다. 점포 리뉴얼을 위해선 추가 투자가 필요하지만, 홈플러스의 부채 비율이 500%를 훌쩍 넘는다는 점 역시 부담 요인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그동안 자산 유동화를 통해 현금성 자산을 확보해 왔다”면서 “이를 통해 오프라인 점포를 강화하고 온라인 경쟁력을 키우는 등 보다 적극적인 경영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의 전략 변화는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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