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모니카 서드 스트리트 프로머네이드
해변가에 글로벌 패션 브랜드 즐비
음식점·푸드트럭 등 먹거리 즐길거리 많아

자연채광이 들어오는 1~2층 높이의 낮은 상점들. 여럿이 걸어도 불쾌하지 않게 어깨가 스치는 정도의 간격. 이런 곳이라면 걷다 쉬다를 반복하며 몇시간이고 보낼 수 있을 것만 같다. 이것이 바로 필자가 생각하는 슬로 쇼핑(slow shopping)의 요건이다. 김영호의 핫스팟 ‘스트리트형 매장’ 그 두번째는 슬로 쇼핑의 진수 ‘산타모니카 서드 스트리트 프로머네이드’다.

산타모니카 서드 스트리트 프로머네이드는 미국 내에서도 대표적인 문화거리 성공 사례로 꼽힌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산타모니카 서드 스트리트 프로머네이드는 미국 내 대표적인 문화거리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로스앤젤레스(LA)에 있는 산타모니카(Santa Monica)는 대표적인 해변 휴양지다. 연간 800만명이 방문하는 이곳은 5.6㎞에 이르는 너른 해변과 반짝이는 백사장, 각종 즐길거리로 유명하다. LA 시민들이 사랑하는 산타모니카 해변은 주말이면 주차가 어려울 정도로 사람들이 붐빈다.

아름다운 자연을 벗 삼아 서핑을 즐기는 이들도 많다. 로버트 레드퍼드와 폴 뉴먼 주연의 영화 ‘스팅’의 배경이 되기도 한 ‘산타모니카 피어(Santa Monica Pier)’에는 아케이드·게임·범퍼카 등을 즐길 수 있는 작은 유원지가 있다.


산타모니카 비치와 베니스 비치 근처의 메인 스트리트에는 셀렉트 숍과 카페가 길게 늘어서 있다. 맛집도 많다. 퓨전 스타일 요리의 창시자 울프강 퍽(Wolfgang Puc)이 운영하는 시누아 온 메인(Chinois on Main) 레스토랑, 캘리포니아 대표 레스토랑인 마이클 매카티(Michael McCarty)의 마이클스(Michael’s)도 이곳에 있다.

산타모니카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하나 더 있는데, 바로 ‘쇼핑’이다. 산타모니카 3번가(Third Street). 이 거리엔 길 양쪽으로 쇼핑몰이 즐비하다. 클럽 모나코(Club Monaco)·디젤(Diesel)·갭(Gap)·게스(Guess) 등 글로벌 패션 브랜드가 길게 늘어선 건 다른 해변가에선 찾아보기 힘든 이색 풍경이다.

패션브랜드뿐만이 아니다. 음식점·푸드트럭 등 먹거리와 즐길거리가 워낙 많아 해변에서 일광욕을 즐기다 쇼핑 스트리트로 나와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특히 저녁에 관광객들이 몰리는데, ‘석양이 지는 해변가 산책’과 ‘쇼핑’이라는 두가지 욕구를 모두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일 거다. 

산타모니카 서드 스트리트 양쪽으론 쇼핑몰이 즐비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산타모니카 서드 스트리트 양쪽으론 쇼핑몰이 즐비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곳 3번가를 둘러보기 전에 먼저 산타모니카라는 지역의 역사를 알아보자. 산타모니카는 해변을 제외한 삼면이 LA로 둘러싸여 있다. 면적은 여의도의 약 5배, 거주 인구는 9만명인 소규모 도시다. 1960년대 LA는 이곳 해안가 세번째 블록에 보행자 전용 상가를 조성했다. 당시에는 흔치 않은 형태였는데, 이 상가가 ‘산타모니카 몰(Santa Monica Mall)’이다. 

1970년대 말엔 상가 남쪽에 쇼핑센터 ‘산타모니카 플레이스(Santa Monica Place)’가 새롭게 들어섰다. 이후 여러 차례 변화를 거쳐 1989년 지금의 ‘서드 스트리트 프로머네이드(Third Street Promenade)’가 탄생했다. 이곳은 미국 내에서도 대표적인 문화거리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왜일까. 그 이유는 크게 두가지가 있는데, 지금부터 하나씩 살펴보자. 

■성공사례➊ 다양성 = 서드 스트리트 프로머네이드의 길이는 약 400m다. 이 거리 양쪽에는 레스토랑·상점·극장 등 130여개 점포가 둥지를 틀고 있다. 전문서점·골동품점·기념품점·유명 부티크 등 개성 있는 상점들도 하나둘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거리의 중간중간에는 스트리트 퍼포머(st reet performer)도 많다. 할리우드 스타 등 유명인사를 모방하는 이들이 주를 이룬다. 그밖에도 사시사철 가수·연주자·마술사·광대·힙합댄서 등 각양각색의 행위예술가들이 쇼핑객들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주말에는 한 무리의 댄서들이 이곳에서 춤판을 벌인다. 댄스교습소를 홍보하기 위한 목적이지만 그 화려함만은 압권이다.

■성공사례➋ 규제 = 쇼핑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이곳에선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이곳에서 아무나 퍼포먼스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지역 당국의 엄격한 규정을 준수해야만 한다. 공연하기 전에 사전 등록을 하고, 공연 자격을 얻었더라도 주어진 시간을 지켜야 한다. 다른 퍼포머들과 최소 15m 간격을 유지해야 하는 것도 하나의 룰(rule)이다.

다양한 쇼핑 문화와 스트리트 예술문화가 어우러져 새로운 대중문화를 만들 수 있었던 건 ▲시 당국, 상인, 지역주민의 협력 ▲철저한 관리 ▲규제 덕분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해변가에 무엇이 필요한지를 모든 이들이 알았다는 게 성공 포인트인 것 같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도 지역경제를 살리려면 어떻게 해변가를 활용하고 설계해야 하는지, 그 해답을 산타모니카에서 찾을 수 있다. 


김영호 김앤커머스 대표 | 더스쿠프 전문기자 
tigerhi@naver.com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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