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9단 김영호의 핫스팟 | 스페인 람블라 스트리트

1.2㎞에 달하는 거리에서 글로벌 브랜드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아름다운 노상카페, 펍, 레스토랑 등도 소비자를 유혹한다. 흥미롭게도 현대식 상점들만 둥지를 틀고 있는 것도 아니다. 거리를 가다보면 어느샌가 전통시장으로 접어든다. 현대식 쇼핑몰과 전통시장이 알듯 모를 듯 상생하는 이곳, 스페인 바르셀로나 ‘람블라 스트리트(Lambla Street)’를 가봤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람블라 스트리트는 세계에서 가장 긴 쇼핑몰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스페인 바르셀로나 람블라 스트리트는 세계에서 가장 긴 쇼핑몰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쇼핑몰은 단순히 물건만 파는 곳이 아니다. 깐깐해진 소비자들을 사로잡기 위해선 그곳엔 상품뿐만 아니라 문화·가치 등이 함께 녹아들어 있어야 한다. 국내외 많은 쇼핑몰이 어쩌면 뻔한 쇼핑공간에 먹거리·마실거리·볼거리 등을 줄줄이 배치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만, 국내외 쇼핑몰 사이엔 다른 게 하나 있다. 국내 쇼핑몰의 초점은 현대화에 맞춰져 있다. 번듯한 쇼핑공간에 글로벌 브랜드들을 배치하는 식이다. 해외 쇼핑몰의 콘셉트는 조금 다르다. 쇼핑몰이 야외에 있는 경우가 많고, 그중 몇몇은 전통시장과 절묘하게 연계돼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야외 쇼핑몰이라고 할 수 있는 ‘람블라 스트리트(Lambla Street)’가 그런 유형이다. 그럼 필자와 함께 스페인 바로셀로나로 떠나보자.


바르셀로나는 가볼 장소뿐만 아니라 볼 만한 건축물이 많은 도시다. 스페인이 낳은 천재 건축가 가우디가 설계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Templo Expiatorio de la Sag rada Familia)’을 비롯해 ‘구엘공원(Parque Guell)’ ‘카사 바트요(Casa Batllo)’ 등 내로라하는 장소가 숱하다. 그중 자영업자·소상공인 등 유통 분야 종사자뿐만 아니라 정부·지자체 관료들이 꼭 가봐야 하는 곳은 람블라 스트리트다. 

이곳의 출발점은 바르셀로나를 대표하는 광장 ‘카탈루냐(Cata luna)’다. 이 광장부터 콜럼버스 동상이 있는 해안까지 이어진 보행자 전용도로를 람블라 스트리트라고 일컫는다. 길이는 1.2㎞로 무척 길다. 거리 폭은 15m(미터)에 달하는데, 양쪽으론 가로수가 즐비하다.

아름다운 길인 만큼 많은 지역주민과 세계 각국에서 방문한 관광객들로 붐빈다. 길가에 줄줄이 늘어선 노상카페, 펍, 레스토랑, 기념품 상점, 유명 브랜드숍, 꽃집 등도 일품이다. 스트리트 중간중간에 사람들이 쉴 수 있는 공간도 많아 다른 야외 쇼핑몰들이 벤치마킹할 만하다. 스페인을 대표하는 시인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가 람블라 스트리트를 “세계에서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유일한 거리”라고 말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이곳의 흥미로움은 지금부터다. 람블라 스트리트는 전통시장과 연결돼 있다. 바로 ‘라 보케리아(La Boqu eria)’다. 바르셀로나의 최대 시장이기 때문인지 이곳 주변은 인산인해다.

신선한 식재료, 전통과자, 다양한 채소와 과일, 수산물, 축산물, 농산물 등 살거리·볼거리가 워낙 많아서 사람에 치여도 즐겁다. 이중에서 하몽(Jamon·염장 숙성 방식으로 만든 생햄), 타파스(Tapas·애피타이저 같은 음식) 등 길거리 음식을 파는 곳은 필수 코스다.


언뜻 영국 런던을 대표하는 전통시장 버러 마켓(Borough Market)과 콘셉트가 유사하다. 버러 마켓은 런던 서더크에 있는 식품 등을 파는 도소매 시장이다. 올해로 개장 1008주년을 맞았다. 이렇게 전통시장과도 연결돼 있는 람블라 스트리트의 볼거리는 이뿐만이 아니다. 거리 아티스트들이 밤 늦게까지 마임이나 퍼포먼스를 펼친다. 한 블록 한 블록 지나갈 때마다 재미있게 분장한 행위 예술가를 만나는 건 색다른 즐거움이다.

필자는 몇년 전 람블라 스트리트를 거닐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 쇼핑몰도 전통시장과 연결돼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나라 쇼핑몰엔 왜 행위 예술가들의 장이 없을까.” “정부·지자체 관료들이 조금만 스크린한다면 현대식 쇼핑몰과 전통시장을 아우를 수 있는 방법이나 대안을 찾아낼 수 있을 텐데, 왜 그렇게 하지 않을까.” 

사실 대기업형 쇼핑몰과 전통시장이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굳이 묘책이란 말을 붙일 필요도 없다. 람블라 스트리트가 그 아름다운 답을 제시하고 있으니 말이다. 

글 = 김영호 김앤커머스 대표
tigerhi@naver.com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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