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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전환’ 롯데의 얄팍한 전략
브랜드 변경으로 빅마켓 실패 만회 가능할까

롯데의 창고형 할인점인 롯데마트 맥스 전주 송천점.[사진=뉴시스]
롯데의 창고형 할인점인 롯데마트 맥스 전주 송천점.[사진=뉴시스]

“국내 유통업계 최초 유료회원제 창고형 할인점 빅마켓(VIC Market) 오픈(2012년)” “광주 첨단점 계기로 창고형 할인점 늘려갈 계획(2017년)” “유료회원제 폐지하고 개방형 매장으로 전환(2020년)” “도봉점·신영통점·킨텍스점 폐점(2020년)” “2023년까지 빅마켓 20개점 확대(2021년)” “창고형 할인점 맥스(MAXX) 오픈(2022년)”.  

롯데의 창고형 할인점 전략이 갈팡질팡하고 있다. 2012년 롯데는 국내 유통업계 최초로 유료회원제 창고형 할인점인 빅마켓 금천점을 오픈했다. 1994년 국내 진출한 미국의 ‘코스트코’가 유료회원제를 운영하고, 빅마켓보다 2년 앞선 2010년 이마트가 국산 창고형 할인점인 ‘트레이더스’ 사업을 시작했지만, 국내 유통업체가 ‘유료회원제’ ‘창고형 할인점’이란 두 조건을 모두 적용한 건 빅마켓이 처음이었다. 


그런 빅마켓이 10년 만에 ‘맥스’로 옷을 갈아입었다. 롯데는 “새로운 상품으로 최대치의 고객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의미를 담아 이름을 ‘맥스’로 바꿨다”면서 “단독상품 비중을 현재의 35%대에서 50% 이상으로 확대하고, 무조건 대용량 상품을 선보이는 대신 3~4인 가족 중심의 용량으로 상품을 구성하는 등 맥스만의 차별화 전략을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맥스는 일단 창고형 할인점이 없는 호남 지역을 겨냥하기 위해 지난해 9월 영업을 종료한 롯데마트 전주 송천점, 광주 상무점, 목포점을 맥스로 리뉴얼해 첫선을 보였다. 이후 수도권으로 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직 남아 있는 빅마켓 서울 금천점과 영등포점은 상반기 중 맥스로 이름을 바꾼다(표❶). 

하지만 이 지점에서 의문이 하나 생긴다. 같은 창고형 할인점이라면 빅마켓에 ‘새 전략’을 도입하면 그만이다. 그럼 브랜드 교체에 따른 위험요인이나 교체비용 등을 줄일 수 있다.

롯데가 굳이 맥스로 이름을 바꾼 이유는 무엇일까. 롯데마트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빅마켓 사업을 2012년 시작했지만 양적인 확대를 이어오지는 못했다(표❷).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서 이름을 바꿨다.” 이미지 변신의 니즈가 컸기 때문에 간판을 바꾸기로 했다는 거다. 설득력이 없진 않다. 

빅마켓을 포함한 롯데쇼핑 할인점 부문 실적은 감소세를 면치 못하고 있어서다. 2018년 6조3170억원이던 매출액은 지난해 5조7160억원으로 줄었고, 80억원이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320억원의 적자를 냈다(표❸). 롯데가 최근 성장세인 창고형 할인점 카드를 다시 꺼낸 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표❹❺). 

그럼에도 롯데의 간판 변경 전략에 의문을 표하는 시각이 여전히 많다. 이름을 바꾼다고 모든 니즈가 해결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언급했듯 리모델링, 브랜드 교체, 마케팅 등에 필요한 부수적 비용만 늘어날 가능성이 더 높다.

김익성 동덕여대(경영학) 교수는 “브랜드는 투자를 먹고사는 존재이기 때문에 자본과 시간 투자가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면서 “새로운 전환이 필요하지만 기존 구조나 기업 문화로는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이런 결정을 내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또 있다. 대형마트를 창고형 할인점으로 바꾸는 것도 쉬운 전략이 아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창고형 할인점은 대형마트와 시작부터 다르다”면서 “창고형 할인점은 영업공간 이외의 물류(재고) 공간을 최대한 줄여 가격을 저렴하게 제공하는 전략인데, 기존 대형마트를 단순 개조해서 대용량 상품만 갖다 놓는다고 창고형 할인점이 되는 건 아니다”고 꼬집었다.

창고형 할인점 사업 진출 10년, 롯데는 빅마켓의 실패를 ‘브랜드 변경’ 하나로 만회할 수 있을까.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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