섈 위 아트 | 작가로 인정받는 요소

고흐의 자화상.[사진=뉴시스]
고흐의 자화상.[사진=뉴시스]

얼마 전 평소 가깝게 지내는 경영컨설턴트 A씨로부터 한가지 질문을 받았다. “어떤 NFT(대체불가능한 토큰·Non Fungible Token)를 만들면 될까요?” 필자는 고미술에 관심이 많은 그를 위해 다음과 같은 조언을 해줬다.

“미술 관련 NFT 어때요? 유망할 듯해요.” 필자는 A씨가 무슨 답을 바라는지 짐작하고 있었다. 필자가 아트와 NFT의 상관관계를 종종, 아니 자주 설파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설명한 글도 기고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잘 아는 A씨가 아트 NFT에 참여하기 위해 ‘확인사살’을 했던 거였다. 

A씨는 아트 투자 쪽에 관심을 기울였지만, 최근 아트시장에선 흥미로운 변화가 일고 있다. 예술인이 되고자 하거나 예술작품에 관심을 갖는 일반인이 부쩍 늘어난 것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아트시장에선 이전보다 더 근원적인 질문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과연 나는 예술인인가” “내가 만든 것이 예술작품인가”…. 이런 질문을 받으면 필자는 비교적 간단하게 답한다. “작가, 아트전문가그룹, 대중이 인정하면 작가입니다.”
 
좀 더 친절하게 설명해보자. 누군가 “나는 작가다”라고 선언한 다음, 자신의 철학과 감각으로 만들어진 작품을 꾸준히 작업한다면 그는 작가의 첫번째 조건을 갖춘 것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자신을 작가라고 정의하면서 작품을 때마다 발표하는 연예인은 첫번째 범주에 들어간다. 


작가로서 인정을 받을 수 있는 두번째 요소는 아트 전문가그룹이다. 이들은 미술 관련 전문교육을 받고 언론·매체·대학·예술행사 등에서 자신의 철학과 메시지를 전달하는 전문가들이다.

과거엔 미대 교수, 평론가, 미술관 관장, 갤러리 대표 등으로 그 범위가 제한적이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온라인 블로그나 유튜브 등에서 풍부한 지식을 드러내는 이들도 전문가그룹의 일원이다. 이런 전문가그룹에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면 ‘작가 반열’에 올랐다고 할 수 있다. 

기안84 작품.[사진=뉴시스]
기안84 작품.[사진=뉴시스]

작가로 인정받는 마지막 요소는 ‘대중’의 선택이다. 어떤 작가가 작품을 만들고 대중에게 알렸다고 치자. 그게 저명한 작가의 작품이든 연예인의 작품이든 대중의 마음을 흔들고 울림을 전달했다면 그건 작품으로 인정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최근 작품을 공개한 기안84가 이 범주에 해당할 듯하다.

기안84를 지지하는 미술계전문가도 있지만, 그의 작품을 인정하지 않는 이들도 숱하다. 하지만 대중이 인정했다면 기안84도 작가의 자격을 갖춘 것이다. 다시 말해, 작가란 기준점은 무슨 선거 치르듯 몇 퍼센트를 넘어야 하는 게 아니란 얘기다. 

이쯤에서 거장 고흐를 예로 들어보자. 생전에 자칭 작가로 활동한 고흐는 주변 사람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를 작가로 인정하고 친분을 쌓은 가셰 박사, 갤러리에서 근무하면서 고흐의 작품을 구입해줬던 고흐의 동생 테오가 대표적인 조력자다.

고흐가 그린 가셰 박사.[사진=뉴시스]
고흐가 그린 가셰 박사.[사진=뉴시스]

하지만 이들을 제외한 사람들은 고흐를 작가로 인정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만큼 고흐는 철저한 무명이었다. 결국 고흐는 사후死後에야 작가로 인정받았는데, 그건 동료작가, 아트 전문가그룹뿐만 아니라 대중의 절대적 지지를 받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공식은 지금도 통용된다. 무명작가 고흐를 인정했던 가셰 박사처럼 대중은 작가를 숨쉬게 만드는 중요한 존재다. 미학美學을 몰라도, 혹은 미술사美術史를 몰라도 작품을 보면서 마음이 설레는 당신이야말로 예술의 근간이다. 이런 의미에서 예술은 멀리 있지 않다. 앤디 워홀이 말했듯 세상은 예술로 차있고, 그래서 모든 건 아름답다. 

김선곤 더스쿠프 미술전문기자
sungon-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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