섈 위 아트 | 미술품 공동투자

아트테크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위험요인도 내재돼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트테크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위험요인도 내재돼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돈을 버는 방법은 자본주의 관련 서적을 몇권만 읽어도 통달할 수 있다. 문제는 책이 아닌 현장에서 뭘 해봤느냐는 거다. 현장의 경험은 무서울 때가 많다. 돈을 많이 벌어본 사람은 흥미롭게도 돈 버는 방법을 줄줄이 꿰고 있다. 일반인이 상상하는 수준을 넘어서는 대출을 받아본 사업가는 대출 잘 받는 법을 숱하게 인지하고 있다.

어떤 이는 이런 방법들을 콘텐츠로 만들어 많은 돈을 벌기도 한다. 하지만 절대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게 있다. 경험이 성공을 담보하진 않는다는 거다. 유튜브가 경험을 근거로 그럴듯한 투자법을 늘어놔도 그건 ‘황금률’이 될 수 없다. 그만큼 투자시장엔 돈을 버는 방법과 상식을 무너뜨리는 변수가 많다. 

필자가 느닷없이 ‘돈’을 화두로 삼은 덴 나름의 이유가 있다. 요즘 아트테크(아트+재테크)라 불리는 미술품 공동투자 시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주식에 이어 미술품을 제3의 투자대상으로 선택하는 MZ세대가 부쩍 늘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런 니즈를 유혹하는 유튜버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미술품 공동투자는 새로운 투자기법이며 성공을 확신한다”는 사탕발림을 늘어놓으면서 말이다. 

소액미술투자
소액미술투자

사실 미술품 공동투자는 매력이 충분하다.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을 호가하는 유명 작가의 미술품을 소유할 수 있어서다. 투자금이 많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하나의 작품을 지분처럼 쪼개 판매하기 때문에 소액으로 투자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보자. 1000만원짜리 그림을 1000개의 지분으로 쪼갠 후 1000명의 투자자에게 각각 1만원에 판매한다. 그다음 그림을 재판매하고 오른 가격만큼 수익을 돌려준다. 보유 지분은 다른 투자자에게 판매할 수 있어 융통성도 있다. 


어떤가. 쉽게 돈을 벌 수 있지 않겠는가. 그래서인지 미술품 공동투자 사업을 진행하는 아트테크업체 5곳의 거래금액(한국미술시장정보시스템)은 2020년 66억7000만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미술품 공동투자 방식엔 위험요인도 많다.

무엇보다 법적 보호망이 약하다. 다수 투자자로부터 투자금을 유치하고, 판매 수익을 배분하는 업체는 자본시장법의 규제를 받아야 하는 ‘집합투자업자’로 볼 여지가 있지만 대부분의 업체는 통신판매업자로 등록돼 있다. 사고가 터지면 투자자 보호가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공동투자는 대여 과정에서 작품이 훼손되거나 파손될 우려가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공동투자는 대여 과정에서 작품이 훼손되거나 파손될 우려가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수익성도 의문이다. 공동투자로 구입한 미술품을 제값을 받고 되팔면 다행이지만, 전시수익의 배분을 주 수익원으로 하고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전시수익을 올리기 위해선 공동투자해 구입한 작품을 갤러리에 대여해야 하는데, 그런 시스템이 불안정한 데다 대여가격도 높지 않아서다.

일례로, 400만여원 미술품의 3개월 대여금은 15만원에 불과하다. 한달 매출이 고작 5만원이라는 건데, 소득세·배송비·보험료 등을 제하면 남는 게 있을지 의문이다.


문제는 또 있다. 대여 과정에서 작품이 훼손되거나 파손될 우려가 있고, 변심한 몇몇 투자자가 작품을 빼돌릴 수도 있다. 물론 미술품 공동투자란 방식이 꼭 나쁜 건 아니다. 작가를 위해, 또는 미술계를 위해 숙고해 만들어낸 비즈니스 모델이긴 하다. 

그렇다면 미술품 공동투자를 둘러싸고 제기되는 위험요인을 풀어야 할 의무는 이를 개발하고 제안한 업체에 있다. 위험요인이 해소되기 전까지 작가는 물론 투자자가 위험성을 견지하는 건 당연한 절차다. 

김선곤 더스쿠프 미술전문기자
sungon-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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