섈 위 아트 | 개념미술과 게임

메타버스 갤러리.[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타버스 갤러리.[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시작부터 뜬금없는 말인지 모르지만, 필자는 게임을 안 한다. 그렇게 재밌다는 배틀그라운드도, 리그 오브 레전드도 할 줄 모른다. 스타크래프트의 헌터맵(hunter Map)에 빠졌던 학창 시절, 게임의 중독성이 얼마나 무서운지 절감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들어 필자는 게임에 흥미를 갖기 시작했다. 물론 게임 자체는 아니다. 게임이 불러일으키는 새로운 변화가 필자가 주목하는 포인트다.

이쯤에서 ‘딥마인드’ 이야기를 해보자. 딥마인드는 알파고를 개발한 회사다. 뉴미디어 아트(New Media Art)라고 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코딩을 지금의 수준까지 끌어올린 곳이기도 하다. 흥미롭게도 이 회사의 대표인 데미스 하사비스(Demis Hassabis) 역시 블랙 앤 화이트란 AI를 탑재한 게임을 만든 개발자다. 


딥마인드의 사례에서 보듯, AI가 뉴미디어 아트의 범주에 들어간다면, AI를 탑재한 게임은 유사예술 혹은 문화콘텐츠 분야에 속한다고 봐야 한다. 실제로 최근에 개발된 대부분의 게임은 AI와 물리엔진으로 가상의 세계(메타버스)를 구축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게임은 독자적인 세계관을 구축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매체이자 플랫폼일지 모른다. 

대림미술관
대림미술관

자!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보자. 요즘 시각 예술계의 최대 관심은 더 많은 일반인이나 그들의 관심을 아트 쪽으로 유인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전엔 생각하지 못했던 파격적 마케팅을 시도하는 곳도 있다. 일례로, 대림미술관은 인스타그램을 연계한 마케팅을 펼쳤다. 미술관 관람에 인스타그램이란 ‘게임성’을 추가한 건데, 다른 미술관에선 보기 어려울 만큼의 흥행을 기록했다. 

늘 그렇듯 몇몇은 “미술관이 셀카 찍는 배경이냐”며 혹평을 늘어놓기도 했지만, 대림미술관의 사례는 의미하는 바가 크다. 무엇보다 게임성에 유인된 관람객들은 농도 깊은 미학의 세계에 호기심을 가졌을 것이다. 이런 호기심은 미술품 구매와 투자 트렌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 

대림미술관의 사례처럼 게임적 요소는 끝없는 흥미와 궁금함을 자극한다. 이 때문에 ‘게임’을 잘 활용하는 기업이나 업계는 한단계 높은 가치나 콘텐츠를 품을 수 있다. 이는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와 게임의 경계가 조금씩 허물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임을 방불케 하는 화면처리, 게임을 본떠 만든 인터페이스는 작품이나 아트를 감상하는 관람객들을 더욱 몰입하게 만들어서다. 

모여봐요 동물의숲
모여봐요 동물의숲

어쨌거나 엘리트 문화의 상징인 ‘아트’와 대중문화의 상징인 ‘게임’은 접점을 찾아가고 있다. 이같은 문화적인 결합, 거기서 잉태되는 새로운 양식은 문화예술의 세계를 더 풍요롭게 가꿔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미학美學 중 가장 난도가 높아 대중이 다가가기 어려운 ‘개념미술(Con ceptual Art)’에 게임적 요소를 융합해 보는 건 어떨까란 생각을 해본다. 더 많은 이들이 쉽게 ‘개념미술’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서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삶이라는 개념을 도입한 닌텐도의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김선곤 더스쿠프 미술전문기자
sungon-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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