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현의 컴플라이언스 경영
최근 4개월간 기업 횡령범죄 6건
해당 기업 피해 규모만 2916억원
내부 통제 시스템·감시 장치 고장
3단계 체계 마련해 부정 방지해야

미국공인부정조사인협회(ACFE)는 최근 의미 있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골자는 부패, 허위 보고, 횡령 등 3가지 유형의 부정不正 중 횡령 범죄의 발생률이 가장 높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해 12월 오스템임플란트를 시작으로 올 3월 LG유플러스까지 기업들의 횡령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횡령 등의 부정을 방지하고, 줄여나갈 수 있을까.

국내 기업들의 횡령 범죄가 잇따라 터지면서 내부 통제 시스템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 기업들의 횡령 범죄가 잇따라 터지면서 내부 통제 시스템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2916억원. 지난해 12월부터 올 3월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횡령 사건들의 총 피해 규모다. 최근 4개월간 내부 직원의 횡령 소식이 전해진 회사만 6곳이다. 코스닥 상장사는 물론 공공기관(구청), 비상장 저축은행까지 면면도 다양하다. 

이들의 피해 규모를 개별적으로 살펴보면 ▲오스템임플란트 2215억원 ▲휴센텍 259억원 ▲계양전기 246억원 ▲강동구청 115억원 ▲모아저축은행 59억원 ▲클리오 22억원 등이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는 횡령범죄는 결국 대기업까지 덮쳤다. 지난 3월 23일 국내 3대 이동통신사 중 하나인 LG유플러스에서도 횡령 사건이 터졌다. 고객사와의 거래 과정에서 수십억원을 빼돌리고 잠적한 이 회사의 직원은 현재 해외로 출국한 상태다. 

LG유플러스 사태까지 불거지자 여기저기서 “횡령이 유행”이라는 우스갯소리가 흘러나온다.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이야기다. 대기업이라면 조직을 통제할 여력이 부족한 중소ㆍ영세기업들보다 사정이 나아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서다. 

사실 ‘관리의 아이콘’이라고 불리는 삼성전자에서도 10년 전 경리부 직원이 회삿돈 100억원을 빼돌리려다 들통난 적이 있었다. 글로벌 초일류기업을 자부하던 삼성조차 내부 통제 시스템에 구멍이 뚫려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던 사건이다.

이렇듯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가리지 않고 터져 나오는 횡령범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대검찰청의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에서 발생한 횡령범죄는 6만819건에 이른다. 1년 동안 6만명이 넘는 인원이 회삿돈에 손을 댔다는 의미다. 개인ㆍ기업의 횡령 피해액은 연간 2조7376억원에 달한다. 

이 숫자들을 보니 ‘묘서동처猫鼠同處(고양이와 쥐가 함께 있다)’란 사자성어가 떠오른다. 도둑을 막기 위해 높은 담을 쌓았지만 정작 도둑은 내부에 있다는 뜻이다. 이 정도면 국내 기업들의 사훈을 ‘도둑질하지 말자’로 정해야 할 판이다.

잇따라 터지 나오는 횡렴 범죄 

최근 들어 횡령범죄가 이토록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개인의 일탈 ▲조직 내 시스템 부족 ▲경영진과 이사회의 감시 소홀 ▲현행법상 약한 처벌 수준 등 다양한 이유를 들고 있다. 이 지점에서 한가지 의문이 든다. 기업 내부의 시스템이 과연 부족했냐는 거다. 

2019년 7월 한국거래소는 코스닥 상장사의 회계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기업의) 내부 통제 시스템에 관한 규정을 강화했다. 상장사들에 관련 인력을 확보하고, 내부회계관리제도를 마련토록 한 것이 대표적이다. 적어도 코스닥 상장사라면 조직 내부를 감시하는 장치를 반드시 갖춰야 한다.   

그런데 최근 일어났던 횡령 사건들을 보면 일련의 감시 장치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반문하게 된다. 해당 사건들 모두 직원 개인이 거액을 횡령했는데도 범죄가 들통나기 전까지 누구도 몰랐던 ‘나홀로 범죄’였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론 기업들의 내부 통제 장치가 무용지물로 전락한 셈이다. 

그렇다고 잇따라 터져 나오는 횡령범죄를 두고 볼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횡령범죄가 허위 보고, 부패 등 다른 형태의 부정不正과 맞물려 또다른 사회적 손실을 초래할 위험이 높아서다.

그렇다면 이런 부정을 막기 위해서는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할까. 답은 명확하다. 부정을 예방, 탐지, 대응하는 3단계 체계를 갖추는 거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단계 예방 = 부정 리스크(fraud risk)는 기업을 둘러싼 여러 위험 요인 중 하나로 예측하고 통제하는 게 가능하다. 따라서 기업은 주기적으로 조직의 부정 리스크를 점검하고, 그에 알맞은 대책을 세워야 한다. 여기서 핵심은 ‘사람’을 관리하는 일이다. 부정 리스크의 예방은 조직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기업의 채용 절차가 중요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기업은 새로운 임직원을 뽑을 때 지원자가 회사의 윤리적 가치에 부합하는 사람인지를 철저하게 따져야 한다. 특히 돈을 관리하는 직원이라면 더욱 엄격하게 평가ㆍ심사해야 한다. 이를 통해 기업은 부정이 발생할 가능성을 낮추고, 장기적으로는 부정 리스크를 관리하는 비용도 줄일 수 있다.   

업무를 체계적으로 분장하고, 적절한 인사를 적소에 배치하는 것도 부정을 예방하는 방편이 될 수 있다. 개개인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해야 구성원들이 상호 견제를 통해 조직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어서다. 아울러 임직원들이 평소 경각심을 가지도록 정기적으로 부정 예방 교육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2단계 탐지 = 부정 리스크를 예방하는 동시에 보이지 않는 부정을 탐지하려면 내부 감사와 내부 고발 시스템을 활용해야 한다. 적극적으로 부정을 탐지하려면 감사 조직과 인력을 확대하는 것이 가장 좋다. 하지만 이 방법은 자칫 관리 비용만 늘리고, 직원들의 사기를 위축할 수 있어서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내부 감사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어려운 과제인 만큼 기업은 구성원들의 내부 고발을 장려할 필요가 있다. 다만, 내부 고발이 효과적이려면 직원들이 조직 내 부정을 스스럼없이 고발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해둬야 한다. 아울러 내부고발자에게 어떠한 보복이나 인사상 불이익이 없다는 것을 회사가 보장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은 부정 제보 핫라인(Hot line), 휘슬블로어(Whistle-Blower) 프로그램, 퇴사자 인터뷰(Exit Interview) 등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내부 고발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구축된다면 부정을 적발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참고: 휘슬블로어는 조직의 부정과 비리를 신고하는 내부고발자를 의미한다.]

제2의 오스템임플란트 사태를 막기 위해선 부정을 방지할 수 있는 3단계 체계가 필요하다.[사진=연합뉴스]
제2의 오스템임플란트 사태를 막기 위해선 부정을 방지할 수 있는 3단계 체계가 필요하다.[사진=연합뉴스]

■3단계 대응 = 만약 기업이 탐지 시스템을 이용해 부정을 적발했다면 무엇보다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다. 부정행위자는 무관용의 원칙 아래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 또다른 부정이 생기지 않으려면 일관성 있으면서도 엄격한 처벌이 필요하다.

조직 구성원들도 동료의 부정과 비리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 이 대목에서 중요한 건 최고경영자(CEO)의 의지다. CEO가 솔선수범해서 직원들로 하여금 그 행동을 보고 따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CEO가 임원 중 한명을 ‘최고윤리담당책임자(Chief Ethics Officer)’로 선임하는 것도 부정에 대응하는 효과적인 방책이 될 수 있다. 

물론 현실 세계에서 부정을 100% 근절하는 건 불가능하다. 부정은 머리 하나를 자르면 그 자리에 또 다른 머리가 자라는 그리스 로마 신화 속의 괴물 ‘히드라’와 같아서다. 하지만 예방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부정을 방지하려는 노력을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된다. 유비무환이라는 말이 있듯 결국 모든 일은 준비만이 답이다.


글=장대현 한국컴플라이언스아카데미㈜ 대표
changandcompany@gmail.com | 더스쿠프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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