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짜 먹는 약’ 개발기
업계 최초 스틱형 파우치 제품 개발
소비자 위한 혁신 DNA 갖춰

국내 최초 ‘짜 먹는’ 감기약으로 인기몰이에 성공했던 대원제약이 이번엔 ‘짜 먹는’ 정맥순환개선제로 돌풍을 잇고 있다. 2020년 국내 최초로 론칭했던 ‘스틱형 파우치’ 뉴베인이 그 제품인데, 출시 2년 만에 매출이 10배 이상 늘어나는 성과를 올렸다. 혹자는 ‘운이 따랐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국내 최초 ‘짜 먹는’ 약 뒤에 숨은 개발기記는 순탄치 않았다.

대원제약의 ‘뉴베인’이 정맥순환개선제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원제약의 ‘뉴베인’이 정맥순환개선제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어린 꼬마 시절, 감기에 걸렸을 때 알약 삼키는 걸 힘겨워했던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거다. 성인에게도 감기 알약은 때론 편하게 복용할 수 있는 방식이 아니다. 함께 먹을 음료가 없다면 복용이 불가능한 데다, 다른 약과 동시에 먹을 땐 왠지 모를 빡빡함을 감수해야 해서다.

이런 소비자의 단순한 불편함을 캐치해 제품을 히트시킨 제약업체가 있다. 감기약 ‘콜대원’의 대원제약이다. 2015년 이 회사는 국내 최초로 감기약을 액상 형태로 스틱형 파우치에 담은 ‘콜대원’을 선보였다.

당시로선 파격에 가까운 형태였지만, “캡슐·알약보다 복용이 편하고 흡수율이 높아 효과가 빠르게 나타난다”는 장점이 입소문을 타면서 콜대원은 출시 2년 만에 누적 판매량 1000만개를 돌파할 만큼 인기를 끌었다.


대원제약은 ‘스틱형 파우치’를 앞세워 또다른 시장도 노크했다. 2020년 7월 정맥순환개선제 ‘뉴베인’을 국내 최초로 스틱형 파우치에 담아 출시했는데,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출시 첫해 2억원이었던 매출이 2021년 23억원으로 11배나 증가하면서 뉴베인은 동국제약 ‘센시아(매출 146억원)’의 뒤를 이어 정맥순환개선제 시장 2위로 뛰어올랐다.

대원제약 관계자는 “뉴베인의 주성분인 트록세루틴의 함량은 3500㎎으로, 주성분 함량 비율만 놓고 보면 업계 최고 수준이다”면서 “주성분 함량이 높은 만큼 효과가 빨라 소비자들의 만족도도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원제약의 이같은 성적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12년 이래 10년째 ‘센시아’가 주름잡고 있는 정맥순환개선제 시장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보인 건 뉴베인이 유일해서다. 그렇다면 대원제약이 뉴베인을 통해 시장을 흔들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원동력❶ 차별화와 뚝심 = 첫번째 원동력은 ‘차별화’다. 대원제약의 성공 뒷면엔 ‘국내 최초’란 타이틀이 붙은 스틱형 파우치 제품(콜대원·뉴베인)이 있다. 감기약을 ‘액상’으로 만들어 스틱형 파우치에 넣겠다는 혁신적 발상이 실적으로 이어진 셈이다.

혹자는 “약을 액상으로 만드는 게 뭐가 어려운가”라고 물을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 스틱형 파우치를 만드는 과정은 ‘험로險路’ 그 자체다. 무엇보다 기술력이 없으면 제품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어설픈 기술로 액상을 만들면 미생물에 오염되거나 부패하기 십상이다. 이 때문에 액상형 약을 만들 땐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입할 수밖에 없다.

대원제약 연구개발(R&D)팀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뉴베인을 개발하기 위해 불순물의 함유량이 상당히 낮은 고가의 원료를 사용했다. 아울러 보존 효과가 뛰어나면서도 인체에 무해한 제품을 만드는 데도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다.” 대원제약 R&D팀의 뚝심이 없었다면 혁신제품도 없었다는 거다.

액상형 약의 난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다름 아닌 맛이다. 액상형 약을 먹을 땐 환자가 원하든 그렇지 않듯 맛을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거부감이 전달돼선 곤란하다. 뉴베인을 개발할 때 대원제약 R&D팀은 약효·안전성에 ‘맛’까지 인정받기 위해 타깃을 설정하고 연구를 거듭했다. 일단 장시간 앉아 있거나 서 있어 정맥·림프 순환장애를 겪는 젊은 여성층을 타깃으로 삼았다.

그다음 포도맛·딸기맛·레몬맛 등 다양한 맛으로 시음테스트를 거쳤다. 숱한 설문조사 끝에 “향긋한 과일향이 나면서 목 넘김이 깔끔한 히비스커스 맛이 제격”이란 결론을 내렸고, 제품화했다. ‘사소한 것’까지 연구한 R&D팀의 이런 노력은 소비자의 마음을 관통하는 데 성공했다.

김진현 대구 228약국 약사는 “뉴베인의 경우 하루에 15~20상자씩 팔리는데, 젊은 여성과 어르신, 수술 후 몸에 부기가 있는 환자들이 많이 찾는다”면서 “인터넷에서 검색하고 왔는지 따로 추천하지 않아도 뉴베인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원동력❷ 안정적인 판매망 = 뉴베인이 성공한 원동력은 또 있다. 단기간에 판매망을 구축한 거다. 대원제약은 뉴베인을 론칭하자마자 일반의약품 전담 영업조직을 활용해 유통망을 확보하는 데 힘을 쏟았는데, 그 결과 전국 1만3000여개의 약국에 뉴베인을 유통하는 데 성공했다.

유통망이 탄탄하면 제품의 인지도가 올랐을 때 파급력이 더 커진다. 아울러 제품 인지도가 높아지면 관련 시장이 또 성장한다. 다리통증·부기·저림 등 정맥순환 증상을 겪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지만, 이를 질병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다.

대원제약 관계자는 “뉴베인 등 새로운 약품이 알려지면 정맥순환개선제 시장의 성장에도 도움을 준다”면서 “우리가 현재 200억원대인 정맥순환개선제 시장이 더 커질 것으로 내다보는 이유다”고 말했다.

대원제약은 짜 먹는 스틱형 파우치로 제품을 만들어 시장을 공략하는 데 성공했다.[사진=대원제약 제공]
대원제약은 짜 먹는 스틱형 파우치로 제품을 만들어 시장을 공략하는 데 성공했다.[사진=대원제약 제공]

이처럼 대원제약은 차별화 전략과 뚝심경영, 그리고 안정적인 판매망 구축을 통해 뉴베인을 흥행 반열에 올려놨다.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뉴베인은 향후 대원제약의 실적을 견인하는 효자노릇을 해낼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대원제약은 코로나19의 반사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많은 이들이 각종 상비약을 구비하면서 감기약 콜대원의 매출이 가파르게 늘었다. 올해 콜대원 매출이 전년 대비 311% 증가한 250억~300억원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유아용 감기약 ‘콜대원 키즈’가 정부 지정 소아용 재택 코로나19 치료제로 구성된 것도 호재란 평가다. 몇몇은 “운이 좋았다”고 말하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끊임없는 혁신과 과감한 R&D가 없었다면 지금의 호재와 반사효과를 이 회사가 누렸을 가능성은 없다.

대원제약이 넘어야 할 산과 과제

물론 넘어야 할 산이 없는 건 아니다. 그중 정맥순환개선제 업계 1위인 동국제약의 시장점유율이 75.4%(시장조사업체 아이큐비아·2021년 3분기 기준)에 이른다는 점은 대원제약엔 위협적인 요소다. 혁신적 도전의 뒷면엔 ‘실패’가 도사리고 있다는 점도 이 회사가 감내해야 할 변수다.


대원제약의 올해 매출은 전년(3542억원) 대비 18.5% 늘어난 4198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를 반영해서인지 주요 증권사는 1만8000원대인 대원제약의 목표 주가를 2만3000원대로 제시하고 있다. ‘혁신’으로 지금의 위치에 오른 대원제약은 또 다른 혁신으로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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