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택 보급률 94.4%
오세훈의 모아타운
송영길의 누구나집

서울 집값은 천정부지로 솟구친 지 오래다. 공급은 적은데 수요가 많으니, 집값은 여기에서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서울 무주택자無住宅者의 한숨이 날로 커지는 이유다. 그럼에도 서울을 떠날 수 없다면, 결국 전세나 월세를 알아봐야 하는데, 이 또한 가격이 만만치 않다. 6ㆍ1 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서울시장 후보들은 어떤 주택공급정책을 갖고 있을까. 무주택자는 누구의 정책에 표를 던질까.
거대 양당 서울시장 후보들은 주택공급정책을 중심으로 서울 주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사진 왼쪽부터 송영길 후보, 오세훈 서울시장.[사진=뉴시스]
거대 양당 서울시장 후보들은 주택공급정책을 중심으로 서울 주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사진 왼쪽부터 송영길 후보, 오세훈 서울시장.[사진=뉴시스]

6ㆍ1 지방선거는 단순한 ‘지선’이 아니다. 5월 10일 대통령 취임식 직후 열리는 선거라는 점에서 61 지방선거의 결과가 윤석열 정부의 초기 국정 운영 방향을 가늠할 공산이 크다. 선거 결과에 따라 새 정부의 행보에 탄력이 붙을 수도,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번 지방선거의 성패를 가를 변수는 안갯속에 갇혀 있지만, 확실한 건 있다. 부동산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무주택자의 주거는 여전히 불안정하다. 한은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끌어올리고 있어, 많든 적든 자금을 융통하는 것도 여의치 않다.

게다가 2022년 8월은 2년 전 도입된 계약갱신청구권을 적용할 수 없는 민간 임대주택이 시장에 풀리는 시점이기도 하다. 일부 민간 임대주택의 보증금이 가파르게 증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이보다 2개월 앞서 열리는 지방선거에서 무주택자의 불안함이 어떤 선택으로 이어질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여러 정당에서 서울시장 후보를 냈지만, 이번에도 거대 양당에서 시장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 오세훈 현 서울시장(국민의힘)과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더불어민주당) 중 한명이 서울 시정을 이끌 것이란 얘기다.

그럼 두 후보의 주택정책은 어떨까. 이 질문의 답을 풀기 전에 전제조건부터 보자. 서울 주민이 원하는 ‘거주 환경’이 무엇인지부터 파악해야 정책을 고를 수 있다. 첫째는 주택 그 자체다. 서울시 주택 보급률은 2020년 기준 94.9%다. 전국 주택 보급률은 이미 100%를 넘어섰지만 서울만은 주택보다 거주가구가 더 많다.

여기에 외국인 가구는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는 걸 감안하면 체감주택 보급률은 이보다 더 낮을 수도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일단 서울은 새집을 더 지어야 한다.

둘째는 자금이다. 지난 몇년간 이어진 ‘유동성 국면’에서 서울 주택값은 껑충 뛰어올랐다. 물론 이 오름세엔 만성적인 ‘주택 부족’도 영향을 미쳤다. 사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은데 주택은 적다 보니 가격이 오르는 건 당연했다. 문제는 오를 대로 올라버린 주택 가격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거다.

서울을 떠날 수 없는데 당장 집을 살 수 없다면, 방법은 집을 빌리는 것뿐이다. 그러나 보증금과 임대료마저 오르고 있어 서울 무주택자의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서울 시정을 새롭게 맡을 시장은 부족한 주택을 공급함과 동시에 집을 사기 어려운 서울 주민을 위해 ‘자금 부담 완화’ 정책을 펼쳐야 한다.

문턱 낮추고 주택 늘려야

그럼 오세훈 시장과 송영길 후보의 주택 정책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오 시장의 주택 공급 정책 핵심은 ‘모아타운’이다. 새 땅이 없는 서울에 새 집을 지으려면 있는 집을 허물고 새롭게 건물을 올려야 한다. 여태까진 대단지 아파트가 대상이었지만 ‘모아타운’이 주목하는 사업지는 저층ㆍ저개발 주택 단지다.

저층 주거지를 대상으로 했던 ‘뉴타운’과 흡사해 보이지만 차이가 있다. 사업지는 최대 10만㎡(약 3만평)로 광대하지만 사업지 내 개발은 속도가 다를 수 있다. 전체 사업지를 하나로 묶는 뉴타운 개발 방식과 달리 블록 단위로 구분해 재개발을 꾀할 수 있어서다.

공동주택을 만드는 동시에 계획에 따라 일부 주택은 주차장이나 도서관 등 생활 편의시설로 재탄생할 여지도 있다. 사업지 내 모든 주택 소유주의 합의 없이도 도시 개발 사업이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모아타운을,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는 누구나집을 주택정책으로 내세웠다. [사진=뉴시스]
오세훈 서울시장은 모아타운을,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는 누구나집을 주택정책으로 내세웠다. [사진=뉴시스]

문제는 최근 건설 시장이 순탄치 않다는 데 있다. 건물 시공에 필수재인 시멘트ㆍ철근가격 등은 이미 30% 이상 올랐다. 우리나라 주택 대부분이 ‘선분양’으로 공급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추가공사비가 커질수록 사업자로선 불리해진다. 이를 해결하려면 분양가를 높이는 수밖에 없다.

이는 무주택자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대출 부담이 큰 상태에서 주택 분양가만 오른다면 이를 감당할 만한 무주택자가 많지 않아서다. 대외환경이 오세훈식 모아타운 전략에 그리 유리하진 않다는 얘기다.

이번엔 송영길 후보의 주택정책을 보자. 핵심은 협동조합이 공급하는 ‘누구나집’이다. ‘누구나집’의 가장 큰 장점은 초기 자금 부담이 적다는 거다. 일반 민간 사업자보다 큰 수익을 추구하지 않는 협동조합이 ‘누구나집’ 사업을 추진하고 공공은 이를 위해 저금리 대출을 지원한다.

‘누구나집’에 거주하려는 주민은 먼저 집값의 10%를 협동조합 출자금으로 낸다. 그다음 집값의 80%는 공적 보증으로 저리 대출을 받고 나머지 10%는 시행사ㆍ시공사 등 사업 참여자가 부담한다. 실질적으로 필요한 현금은 집값의 20%이고 나머지는 공공이 감당하는 셈이다.

협동조합원이자 임차인인 거주민은 ‘누구나집’을 소유하는 게 아니라 최장 10년간 시세의 70~85% 수준 가격으로 빌릴 수 있다. 나중에 분양 여부를 선택할 때는 ‘최초 분양가’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올랐다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내집을 마련할 수 있다. ‘10년 전’ 가격에 집을 사들일 수 있다는 거다.

‘모아타운’과 ‘누구나집’은 재건축·재개발과 초기 자금 부담 해소에 각각 초점을 맞춘 정책이다.[사진=뉴시스]
‘모아타운’과 ‘누구나집’은 재건축·재개발과 초기 자금 부담 해소에 각각 초점을 맞춘 정책이다.[사진=뉴시스]

하지만 단점도 있다. 다름 아닌 ‘10년 뒤’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부동산 가격이 꾸준히 오른다면 임대 기간이 끝난 후 분양받으려는 세입자가 많겠지만 부동산 가격이 하락한 상태라면 최초 분양가라는 메리트가 크지 않다.

역으로 세입자를 위해 더 저렴한 가격을 선택할 수 있게 해준다면 협동조합과 사업자가 감당해야 할 부담이 커진다. 사업자들이 ‘누구나집’ 사업에 뛰어드는 걸 꺼린다면 민간의 힘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건 어려워진다.


이처럼 오 시장과 송 후보의 핵심 주택 정책은 개발과 자금 부담 해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부차적으로 주거 환경 개선도 함께 이뤄진다. 그럼에도 ‘모아타운’ 사업지가 아니거나 ‘누구나집’에 입주할 수 없는 서울 무주택자는 여전히 존재한다. 정책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주거 안정성을 갖출 수 있는 제도가 뒤따라야 한다는 거다. 6ㆍ1 지방선거 이후 새 시장은 그 답을 찾을 수 있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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