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의 Clean Car Talk
전기이륜차 대중화 열쇠는 배터리
단기간 내 성능·경제성 제고 어려워
전기이륜차 전용 변속기 대안 될 것

자동차 시장을 휘감은 전기차 열풍이 이륜차 시장에도 불어 오고 있다. 기존 이륜차에 모터를 장착한 전기이륜차로 대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거다. 친환경 이동수단이 글로벌 트렌드라는 점을 감안하면 맞는 말이다. 다만 전기이륜차의 대중화를 위해선 배터리 기술부터 개발해야 하는데, 그 여정이 험난하다. 그렇다고 대안이 없는 건 아니다. 전기이륜차 전용 변속기가 ‘게임체인저’가 될 수도 있다.

이륜차 시장에도 친환경 바람이 불면서 향후 전기이륜차가 대중화될 것으로 예상한다.[사진=고고로 제공]
이륜차 시장에도 친환경 바람이 불면서 향후 전기이륜차가 대중화될 것으로 예상한다.[사진=고고로 제공]

2021년은 21세기 자동차 역사의 분기점이 된 해였다. 제너럴모터스(GM),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등 글로벌 완성차기업들이 일제히 전기차 메이커로 변신을 선언하면서다. 그 배경에는 세계 1위의 전기차 메이커 테슬라의 약진이 있다. 테슬라는 자동차의 가속 · 제동 · 조향(방향 조정) 등을 돕는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오토파일럿’을 앞세워 내연기관차 운전자들을 전기차 시장으로 끌어들였다. 

그 결과, 2016년 230만대였던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2021년 660만대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테슬라의 판매량은 94만대로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의 14%를 차지했다.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2010년 25억원에서 2022년 1146조원(4월 27일 기준) 규모로 성장했다. 이제 전세계 자동차 산업을 논할 때 테슬라와 전기차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말 그대로 패러다임 혁명이 일어난 셈이다. 

그런데 테슬라가 주도하는 자동차 시장의 변화를 부러운 눈길로 바라보는 곳이 있다. 바로 이륜차 업계다. 자동차 산업처럼 이륜차 업계도 전동화 바람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기후변화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강도 높은 환경 규제를 시행하면서 이륜차 시장도 체질 개선이 시급해진 거다. 

실제로 이륜차는 자동차보다 더 많은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한다. 엔진 이륜차의 일산화탄소와 탄화수소 배출량은 각각 자동차의 12배, 124배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승용차 · 화물차 · 이륜차 등 각종 이동수단을 아우른 오염물질 배출 총량에서 이륜차가 차지하는 비중도 4.7%로 작지 않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이후 배달 문화가 확산하며 이륜차 보급량이 늘어났다.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 220만8424대였던 이륜차 등록 대수는 2020년 228만9909대를 기록하며 3.6% 증가했다. 이를 감안하면 오염물질 배출량을 줄여나가기 위해서라도 전기이륜차의 보급을 확대할 필요가 있는 셈이다.

하지만 전기이륜차의 대중화가 전기차만큼 빠르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구조적 · 기술적 한계 때문이다. 엔진을 활용하는 기존 이륜차와 달리 전기이륜차는 모터와 배터리를 탑재해야 한다. 1회 충전으로 더 오랜 시간, 더 많은 거리를 주행하려면 배터리 용량을 최대한 높여야 하는데 쉽지 않은 문제다. 걸림돌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서다. 

이륜차 시장 전동화 바람 불지만…

우선 이륜차용 배터리 기술이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대용량 배터리일수록 생산 비용이 커지는 탓에 현재로선 이륜차용 배터리의 경제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다품종 소량생산이란 이륜차 산업의 특수성도 전기이륜차를 개발하는 과정에선 한계점으로 작용한다. 소품종 대량생산에 해당하는 자동차 시장에서는 특정 차종에 맞는 배터리를 맞춤제작할 수 있지만, 모델이 워낙 다양한 이륜차 시장에선 맞춤제작이 불가능에 가깝다. 

이로 인해 배터리 제조사는 품종 단일화로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다. 그렇다보니 이륜차용 배터리의 생산 단가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단가가 상승하면 당연히 완제품(전기이륜차) 가격도 비싸진다. 

관건은 소비자들이 전기이륜차의 높은 가격을 수용할 의지가 있냐는 건데, 현실적으로 가격 수용력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 전기이륜차는 엔진 이륜차에 비해 주행거리가 짧은 데다 충전 스트레스까지 감수해야 한다.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비싼 돈을 주고 전기이륜차를 사기에는 별다른 메리트가 없다고 느낄 공산이 크다. 

자, 그렇다면 전기이륜차의 한계점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야 할까. 이 지점에서 필자는 전기이륜차 전용 변속기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전기이륜차에 전용 변속기를 설치하면 에너지 효율이 높아져 속도 · 주행거리 등의 성능이 향상될 수 있어서다.

[※참고: 변속기란 자동차 엔진이나 모터 등의 회전 속도를 극대화하는 장치다. 변속기를 달면 엔진 · 모터의 회전 속도가 빨라지고, 회전 속도가 빨라지면 그만큼 자동차를 움직일 수 있는 힘(에너지)도 커진다.] 

이미 자동차 시장에는 전기차에 변속기를 설치해서 성능을 높인 사례가 있다. 글로벌 완성차 기업 포르쉐의 전기차 모델인 ‘타이칸’이다. 포르쉐는 타이칸에 2단 변속기를 달아 출발 시 가속력, 주행 시 출력(자동차가 갖는 힘) 등을 대폭 향상했다.  

전기차 전용 변속기 주목해야   

필자는 이륜차 시장에서도 포르쉐 타이칸과 같은 사례가 나올 수 있다고 판단한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의 한 중소기업은 전기차 전용 6단 변속기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전기이륜차에 높은 단수의 변속기를 달면 주행거리를 기존의 2배 이상 늘릴 수 있다. 언덕길 등 고지대를 오르는 등판 성능도 대폭 개선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변속기 덕분에 모터를 무리하게 사용할 필요가 없으니 모터의 과열도 방지할 수 있다.  

이렇듯 변속기는 현시점에서 전기이륜차가 갖는 한계점을 보완하는 최선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전기이륜차 전용 변속기가 상용화한다면 소비자들도 더욱 합리적인 관점에서 전기이륜차를 구입하고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어쩌면 전용 변속기가 전기이륜차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글=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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