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디앤디의 팔색조 변신

부동산 사업은 오랫동안 아파트·오피스 등을 공급하는 ‘하드웨어’ 중심이었다. 매매·임대·건물관리 등 부동산 서비스에 IT 플랫폼을 결합한 ‘프롭테크’가 시장에 등장한 건 그래서 새로웠다. 하지만 건설업체나 기존 디벨로퍼는 소비자의 눈길을 끌 만한 IT 플랫폼을 만들지 못했고, ‘프롭테크’로 무장한 신생 업체는 하드웨어 시장을 뚫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두 시장을 모두 잡겠다는 기업이 나타났다. 부동산 개발업체 SK디앤디다. 

SK디앤디는 부동산 개발업체로 시작했지만 최근 전력 중개 사업까지 영역을 넓혔다.[사진=SK디앤디 제공].jpg
SK디앤디는 부동산 개발업체로 시작했지만 최근 전력 중개 사업까지 영역을 넓혔다.[사진=SK디앤디 제공].jpg

부동산 시장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아파트 등 상품을 만드는 데 오래 걸리는 데다, 가격도 비싸 소비자가 구매 결정을 내리기 어려워서다. 이는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사업 영역에서 큰 변화를 꾀하기 어려운 이유기도 하다.

SK디앤디(SKD&D)는 오랫동안 부동산 ‘하드웨어’로 매출을 키워온 회사다. 2004년 부동산 개발을 위해 설립했고, 부동산은 이 회사의 핵심 사업이었다. 2021년 매출 7909억원 중 75.1%인 5936억원도 부동산에서 나왔다.[※참고: SK디앤디 매출 중 19.8% (1566억원)는 에너지·ESS(에너지저장장치) 사업 부문에서 올렸다. 에너지·ESS사업은 풍력, 태양광 발전사업과 연료전지발전소 등으로 구성돼 있다.] 

실제로 SK디앤디는 다양한 건물을 준공해 왔다. 2010년을 기점으로 따져보면, 호텔(10개)·지식산업센터(6개)·오피스(5개)·도시형 생활주택(4개)·물류센터(2개)·대형 상업시설(1개) 등이다. 올해도 지식산업센터 1개와 오피스 1개가 준공될 예정이고 앞으로도 물류센터·오피스·지식산업센터를 연이어 지을 계획이다. 

이렇게 부동산 분야로 사실상 한 우물을 파던 SK디앤디가 종합 솔루션 플랫폼 기업으로 목표를 선회했다. 올 초 사업 목적에 ‘오피스·주거 솔루션을 위한 소프트웨어 제작·임대’를 추가하면서다. 이를테면 지금까지 공급해온 주거시설·오피스·지식산업센터·물류센터 등을 관리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거다. 언뜻 부동산 사업만 확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SK디앤디의 에너지 사업 부문에서도 새로운 사업 목적을 접목한다. 이 회사가 풍력·태양광 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개발사업을 통해 만들어낸 전력을 중개하는 플랫폼을 개발 중인 이유다. 

SK디앤디 관계자는 “전통적인 부동산 디벨로퍼에서 솔루션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한걸음씩 밟아나가고 있다”며 “부동산 사업과 전력 중개 분야에 모두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한 솔루션 플랫폼을 접목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시점은 특정하기 어렵지만 올해 말까지 새로운 플랫폼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성공한다면 SK디앤디는 하드웨어 중심의 부동산 개발업체에서 플랫폼 기업으로 방향을 틀게 된다.

문제는 ‘플랫폼’으로 대표되는 소프트웨어와 ‘부동산’ 사업에서 모두 성과를 보인 기업이 없다는 점이다. ‘플랫폼’이 시장에 안착하지 못한다면, 자칫 부동산 디벨로퍼로서 쌓아온 SK디앤디만의 정체성이 흐려질 우려도 있다. SK디앤디는 이 과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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