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데이터 프롭테크 빅밸류
금융 약자 위한 데이터 생산
공간 데이터 활용처 무궁무진해

빌라 수요자는 그동안 대출을 쉽게 받기 어려웠다. 정확한 담보가치를 측정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었다. 감정평가사에게 평가를 의뢰할 수 있지만, 값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아파트보다 싸기 때문에 빌라를 원하는 이들이 되레 대출을 못 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거듭된 이유다. 이런 난제를 프롭테크 스타트업이 풀었다. 빅밸류다.

빅밸류는 빌라 감정 기준을 개발해 사회적 소외 계층의 대출 기회를 넓혔다.[사진=뉴시스]
빅밸류는 빌라 감정 기준을 개발해 사회적 소외 계층의 대출 기회를 넓혔다.[사진=뉴시스]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 할 때 같은 값이라면 아파트보다 빌라가 더 힘들다. 이유는 간단하다. 은행이 꺼려서다. 아파트는 같은 조건의 주택이 여러 채 있기 때문에 거래가 빈번하게 일어난다. 그만큼 가격 데이터도 풍부하다. 은행 입장에서는 ‘담보’ 가격이 안정되다 보니 대출도 한결 쉽게 승인한다. 

빌라는 그렇지 않다. 일단 비슷한 조건의 주택도 많지 않은 데다 거래도 뜸해 담보가치를 정확하게 측정하기 어렵다. 감정평가사의 평가를 받으면 되지만, 비싼 비용 탓에 접근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같은 빌라의 태생적 한계는 ‘빌라 가치’를 떨어뜨리는 악순환으로 작용해 왔지만, 여태 속시원한 해결책을 제시한 곳은 없었다.

그런데 최근 이 문제를 해결한 곳이 등장해 이목을 끌고 있다. 프롭테크(Proptechㆍ재산 Property+기술 Technology) 기업 ‘빅밸류’다. 2015년 창업한 빅밸류는 빌라 실거래가 등 공공(국토교통부)이 수집한 데이터와 감정평가 시 사용하는 기준을 융합해 빌라 평가 기준을 개발했다. 

흥미롭게도 이 기준은 인공지능(AI)이 만들고 있다. 기술 수준은 상당히 높다. 빅밸류 AI가 만들어낸 데이터 정확도의 오차율은 10% 내외다. 그 결과, 빌라를 원하는 수요자와 은행은 감정평가사를 통하지 않고도 더 싸고 빠르게 빌라의 담보가치를 측정할 수 있게 됐다.

AI를 사용하는 만큼 인간이 잡아내지 못하는 부정 거래(다운계약서 등)의 흔적을 잡아내기도 한다. 아파트 위주로 성장한 국내 부동산 정보 분야에서 새로운 항로를 찾아낸 거다.

그렇다고 기술만 개발해 놓은 것도 아니다. 2018년 이미 신한은행을 첫 고객으로 맞았고 고객사는 계속 늘어나는 중이다. 빅밸류의 새로운 기술은 사회적 의미도 갖고 있다. 빌라의 수요자는 대부분 신혼부부ㆍ청년ㆍ저소득층이다. 상대적으로 아파트보다 가격이 저렴해서다.

하지만 연립주택이나 빌라를 사기 위해 대출을 받는 건 아파트보다 되레 어렵다는 모순이 있었다. 제1금융권에서 빌라 주택담보대출이 거절되면 제2금융권에서 더 높은 이자를 내며 돈을 빌려야 하는 사회적 소외 계층도 숱했다. 

빅밸류의 기술은 이런 그늘을 밝히고 있다. 흔히 프롭테크는 ‘부동산 자산가치’를 키우는 방향으로 서비스를 개발하는 경우가 많다. 최적의 매매가를 산출하기 위한 실거래가 분석, 인근 선호시설 평가, VR로 보여주는 내부 상태 등이 대표적이다. 대부분 주택 매입을 위한 서비스인 데다 기존 데이터를 보기 좋게 나열한 수준이다. 

빅밸류는 다르다. 공간 데이터를 활용해 부동산 거래에 도움을 주고 있다. 빌라 담보가치처럼 소외계층을 위해 새로운 정보를 생산하는 것도 이들이 짊어진 몫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건 양질의 데이터와 가공 과정이다. 국내 공공데이터는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충분한 편이지만 문제는 제대로 정제된 게 많지 않다는 점이다. 빅밸류는 공공데이터를 기반으로 정제 과정을 거쳐 쓸모 있는 데이터로 만들고 있다. 말 그대로 새 데이터를 생산한다는 거다. 

빅밸류가 개발한 빌라 데이터엔 사회적 가치가 함유돼 있다. [사진=뉴시스]
빅밸류가 개발한 빌라 데이터엔 사회적 가치가 함유돼 있다. [사진=뉴시스]

김진경 빅밸류 대표는 “지금은 빌라 가치를 평가하는 데이터를 생산하고 있지만, 우리가 분석하는 공간 데이터의 활용 영역은 무궁무진하다”면서 “부동산뿐만 아니라 검역, 탄소 배출 시나리오, 유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령, 전염병이 돌 때 공간 내에서 어떤 식으로 퍼져나가고 영향을 미치는지를 데이터를 통해 예상할 수 있다는 거다. 다른 프롭테크와는 다른 길을 밟고 있는 빅밸류의 기술은 얼마나 많은 그늘을 밝힐 수 있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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