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설렘

# 처음 사진을 배울 때 흥미로운 게 두가지 있었습니다. 하나는 흐림이었고, 다른 하나는 흐름이었습니다. 흐림은 초점입니다. 초점이 맞은 곳은 선명하고 나머지 부분은 흐릿하게 표현되는 사진을 보며 신기해했죠. 배경흐림 혹은 아웃포커싱이라고 불리는 기법이었습니다. 참고로 아웃포커싱은 콩글리시입니다. 영어권에서는 shallow depth of field라고 씁니다.

# 흐름은 시간이었습니다. 시간은 자동차나 별빛의 긴 궤적을 담아내고 성난 파도를 잔잔한 물결로 만들었습니다. 장노출이라는 촬영 기법입니다. 카메라의 셔터를 오랫동안 열어두는 방식으로 빛의 흐름을 사진에 담는 방법이죠. 

# 두가지 촬영법을 알고 나서 얼마나 재밌게 촬영했는지 모릅니다. 그동안 눈으로 보지 못했던 방식으로 세상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신기하고 흥미로웠습니다. 그렇게 사진을 배우던 학생은 이제 다른 사람들에게 사진을 알려주는 사람이 됐습니다.

# 스마트폰 사진 수업을 위해 촬영한 샘플 사진입니다. 1초의 시간을 담았습니다. 그동안 DSLR 카메라에서만 찍던 장노출 사진을 처음으로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봤습니다. ‘이게 될까’란 의구심은 ‘진짜 되네’라는 신기함으로 바뀌었습니다. 오랜만에 느낀 감정입니다. 스마트폰을 통해 사진 배울 때의 재미를 느낍니다. 

# 생각해보면 세상이 흥미로워진 건 아닙니다. 제 마음이 조금 바뀌었을 뿐이겠지요. 오늘도 그저 그런 똑같은 하루였나요? 여러분의 손에 있는 스마트폰으로 세상을 담아보세요. 아마도 조금은 흥미로운 하루가 시작될 겁니다.  

사진·글=오상민 천막사진관 작가
studioten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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