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찬의 프리즘
50%에 턱걸이한 6·1 지방선거 투표율

필수 지지층만 바라보면서 펼치는 ‘팬덤정치’는 다수 국민의 폭넓은 지지를 받을 수 없다. 여야 모두 혁신과 실천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사진=연합뉴스]
필수 지지층만 바라보면서 펼치는 ‘팬덤정치’는 다수 국민의 폭넓은 지지를 받을 수 없다. 여야 모두 혁신과 실천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사진=연합뉴스]

민심은 냉정하고 매섭다. 민심의 바다는 배를 띄우기도, 배를 뒤집기도 한다. 6·1 지방선거 결과는 ‘국민의힘 압승, 더불어민주당 참패’로 요약된다. 민심은 중앙권력에 이어 지방권력도 국민의힘을 선택했다. 

국민의힘은 17곳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서 경기와 호남(전북·전남·광주), 제주 등 5곳을 뺀 12곳을 차지하면서 전국 정치지도를 상징색인 빨간색으로 물들였다. 4년 전 선거에서 민주당이 경북과 대구, 제주를 뺀 14곳을 석권하며 파란색으로 물들인 것과 정반대 결과다.

그렇다고 자만은 금물이다. 국민의힘이 잘해서라기보다 선거구도 자체가 여당이 유리했기 때문이었다. 3·9 대선 이후 82일 만, 새 정부 출범 이후 22일 만에 치러진 이번 선거는 대선 연장전 성격이 짙었고, 인물과 지방 의제는 묻혔다.  

국민의힘은 지방선거를 통해 정권교체를 완성해달라는 ‘힘있는 여당론’ ‘국정안정론’을 내세워 승리했다. 민주당은 ‘국정균형(견제)론’을 주장했지만 대선 패배 이후 반성 및 쇄신 부족과 혁신을 둘러싼 지도부 내 갈등, 성비위 사건, 검수완박 입법 강행 등으로 여론의 비판을 자초하며 연패했다. 수적으로 보면 국민의힘 압승이지만, 민심은 최대 승부처인 경기지사 선거에서 김동연 민주당 후보를 선택함으로써 견제론의 불씨도 살려뒀다.

윤석열 대통령도 선거 승리를 오독誤讀해선 안 된다. 한미정상회담을 거치며 국정지지율이 다소 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50%대로 역대 대통령의 집권 초기 지지율보다 낮다. 1기 내각 및 대통령 참모진 인선에서 드러난 편중 인사 논란과 ‘검찰공화국’ 우려도 가시지 않았다. 

여야 정당 모두 곱씹어야 할 중요한 사실은 가까스로 50%에 턱걸이한 투표율이다. 6·1 지방선거의 전국 평균 투표율은 50.9%. 2002년 한일월드컵과 겹쳐 역대 최저 투표율을 기록한 3회 지방선거(48.9%) 다음으로 저조하다. 4년 전 지방선거보다 9.3%포인트, 3·9 대선보다는 26.2%포인트나 내려갔다. 

유권자의 절반은 국민의힘도, 민주당도 찍고 싶지 않았음이다. 또한 굳이 투표를 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음이다. 국정농단 사태에 따른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높아졌던 국민의 정치적 효능감이 역대급 비호감 선거로 얼룩진 3·9 대선에 이어 6·1 지방선거마저 지역일꾼을 뽑는다는 의미를 잃은 채 ‘대선 연장선’처럼 치러지면서 급감했다는 방증이다.

대선을 치른 지 석 달도 안 돼 전국 단위 선거가 실시됨에 따른 피로감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는 유권자들이 정치에서 희망을 찾기는커녕 국민이 정치를 걱정해야 하는 현실 때문일 것이다. 

대선 이후 정치권 행태를 보면 유권자들이 투표장으로 향할 의욕을 갖기 어려울 만도 하다.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와 윤석열 대통령 측은 정권 인수인계 과정에서 여러 차례 갈등하고 충돌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지역일꾼을 뽑는 지방선거에서 중앙정치 이슈를 부각시켰다. 

그러면서도 6·1 지방선거에 임박해선 정부안보다 많은 역대급 추가경정예산안을 통과시키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코로나19 손실보상금으로 600만~1000만원씩 지급했지만, 투표율은 과거 선거보다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특히 자신들의 텃밭인 대구(43.2%)와 광주(37.7%)에서 투표율이 뚝 떨어진 점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6·1 지방선거를 통해 갓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여소야대 국회 지형도에서 국정운영의 동력을 확보했다. 게다가 2024년 4월 총선까지 약 2년 동안 전국 단위 선거가 없다. 선거를 의식하지 않고 일할 수 있을 때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약속한 노동개혁·연금개혁·교육개혁과 낡은 규제개혁을 완수하길 바란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골수 지지층만 바라보면서 펼치는 ‘팬덤정치’에서 벗어나야 다수 국민의 폭넓은 선택을 받을 수 있다. 선거가 끝나면 유권자들이 투표로 보여준 질책과 회초리를 달게 받겠다는 식의 립 서비스에 그쳐선 곤란하다. 진정으로 국민이 원하는 변화와 개혁이 무엇인지 찾아내고, 이를 스스로 실행함으로써 국민의 걱정하는 정치권, 정당의 이미지를 벗어야 한다.

한국은 경제와 문화, 스포츠 등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는데 정치만 후행後行하고 있다. 선거는 끝났다. 다른 정당, 후보들과 경쟁해 한 표라도 더 얻으면 이기는 상대평가의 시간은 지나갔다. 이제 스스로의 혁신과 실천으로 얼마나 잘하느냐를 보여줘야 하는 절대평가의 시간이다. 

양재찬 더스쿠프 편집인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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