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연한 도래하는 1기 신도시
리모델링과 재건축 사이
비슷한 조건 사이 균형 맞출 수 있나

주택이 부족하던 1990년대 만들어진 1기 신도시는 이제 재건축이 가능한 연령대가 됐다. 그래서인지 여야 정치권은 대선 당시부터 6·1 지방선거 때까지 1기 신도시 재건축 카드를 꺼내들면서 민심을 자극했다. 문제는 재건축만 진행하면 1기 신도시가 신속하게 변할 수 있느냐다. 

1기 신도시의 용적률, 건폐율 규제를 해제해 주택을 더 공급해야 한다는 정책이 나오고 있다.[사진=뉴시스]
1기 신도시의 용적률, 건폐율 규제를 해제해 주택을 더 공급해야 한다는 정책이 나오고 있다.[사진=뉴시스]

1996년. 1기 신도시의 입주가 끝난 때다. 지금으로부터 26년 전이다. 아파트 리모델링은 15년, 재건축은 30년이 지나야 가능하다는 걸 감안하면 1기 신도시는 재건축 사업이 시작되는 시점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래서인지 3월 펼쳐진 20대 대선 기간 거대 양당 후보는 1기 신도시 재건축 공약을 들고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용적률 상향 조정을 통해 ‘10만호’를 추가 공급하는 1기 신도시 계획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아울러 인허가 기간을 단축하고 재건축 과정에서 필요한 이주 단지는 공공이 마련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민간이 기획하는 재건축 사업에 공공의 지원과 자원을 모두 투입하겠다는 얘기였다.

5월 16일엔 하태경 의원(국민의힘)이 ‘노후계획도시 활성화 및 재생 지원을 위한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하며 대통령 공약에 힘을 실었다. 여기엔 ▲1·2기 신도시 포함 지방 거점 계획도시 사업 대상지 포함 ▲건폐율·용적률 등 규제 완화 ▲ 광역교통개선대책 수립 ▲노후계획도시 재생사업 활성화 및 기본 계획 10년 단위 수립, 5년마다 재검토 ▲스마트도시 계획 수립 등의 내용이 강조됐다. 

마찬가지로 대선 공약에 1기 신도시 재건축을 걸었던 더불어민주당도 비슷하게 움직이고 있다. 5월 4일 민주당은 ‘1기 신도시 주거환경 개선 특별위원회’ 1차 회의를 열고 1기 신도시 재건축 특별법을 통과시키기 위한 활동을 시작했다.

민주당이 내놓은 특별법은 3월 14일 김병욱 의원이 대표 발의한 ‘노후신도시 재생 및 공간구조개선을 위한 특별법안’이 기본이 됐다. 주요 내용은 ▲1·2기 신도시의 자족 기능 갖춘 재구조화 ▲건폐율·용적률 등 규제 완화 ▲역세권 및 특정 지역 집중 공급 ▲광역교통개선대책 수립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임차인 상생협약 등이다. 여기서 ‘재구조화’는 스마트시티를 만드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거대 양당의 1기 신도시 재건축 특별법은 상당히 유사하다. 특히 건폐율·용적률 등 규제를 완화하고, 스마트시티를 진행한다는 점은 똑같다. 문제는 이같은 특별법이 1기 신도시의 노후 문제를 적절하면서도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느냐다. 

용적률부터 보자. 1기 신도시별 용적률(3종 일반주거지역 평균)은 성남시 분당 184%, 고양시 일산 169%, 군포시 산본 205%, 부천시 중동 226%, 안양시 평촌 204% 수준이다. 언뜻 봐도 1기 신도시의 용적률은 상당히 높다.

이런 이유로 이곳은 ‘리모델링’ 시장의 블루오션처럼 여겨졌다. 혹여 재건축이 가능하더라도 용적률 한도 내에서 만들 수 있는 주택 수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발목 잡는 과거와 미래

분당 신도시에서 리모델링 사업 계획이 통과된 한솔마을 5단지, 무지개마을 4단지, 느티마을 3·4단지, 매화마을 1단지의 사례를 살펴보자.

이 단지들의 건폐율은 평균 13.3%에서 28.6%로 늘어났고, 용적률도 평균 184.0%에서 267.9%로 커졌다. 단지당 늘어난 세대 수는 평균 104세대다. 건폐율과 용적률이 각각 15.3%포인트, 80%포인트 늘어날 때 세대 수는 100세대 넘게 늘었다는 거다.

그럼에도 일부 주민은 리모델링 대신 재건축이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여야가 앞다퉈 특별법안을 내놓는 것도 이 때문이다. 5월 13일 분당에서 진행된 민주당의 1기 신도시 재건축 주민간담회에서 아파트 주민들은 “아파트가 노후해 배관부터 주차장까지 모두 고쳐야 하는 상황”이라며 “과거에 잘 만들어진 도시로 평가받았던 1기 신도시를 다시 한번 정비해야 하는 때”라고 말했다. 결국 재건축하자는 이야기다.

1기 신도시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는 리모델링 대신 재건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사진=더스쿠프 포토]
1기 신도시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는 리모델링 대신 재건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사진=더스쿠프 포토]

그렇다면 특별법이 통과돼 1기 신도시에 완화된 용적률이 적용되면 어떤 변화가 나타날까. 1기 신도시 지역의 3종 일반주거지역 용적률을 다시 보자. 건축법에서 규정하는 3종 일반주거지역 용적률은 최대 300%다.

특별법에 따라 이 지역에 최대 용적률인 300%를 적용할 수 있게 되면, 분당은 116%포인트, 일산은 131%포인트까지 용적률을 더 채워서 주택을 만들 수 있다.

같은 방식으로 산본, 중동, 평촌은 각각 95%포인트, 74%포인트, 96%포인트 상향이 가능하다. 당연히 리모델링에 비해 단지당 신축 세대수가 훨씬 더 증가한다.[※참고: 앞서 언급했듯 건축법에서 규정하는 3종 일반주거지역 용적률 상한선은 300%다. 지자체는 조례로 300% 이하 수준에서 상한선을 정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분당의 용적률 상한선은 현재 280%, 일산 250%, 산본 280%, 중동 280%, 평촌 260%다. 1기 신도시 재건축 특별법은 지자체 조례 대신 법에서 정한 용적률 최대치인 300%까지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빠른 변화를 기대하기엔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다. 이미 리모델링을 계획한 단지가 있어 특별법에 따라 재건축이 진행될 경우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아울러 인허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1기 신도시처럼 계획도시는 자연 발생한 도시와 다르다. 같은 해에 만들어진 공동주택 단지가 몰려있다. 당연히 재건축 시점과 노후 정도도 비슷하다. 

이 때문에 재건축 이슈가 발생했을 때 그곳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이주 수요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데, 비슷한 상태의 공동주택이 많다 보니 인허가를 내주는 순서에서부터 갈등을 빚을 수 있다. 

1기 신도시는 7년 만에 완성됐다.  다시 그려야 할 1기 신도시 그림은 여야 정치권의 계산대로 그려질지 의문이다.
1기 신도시는 7년 만에 완성됐다. 다시 그려야 할 1기 신도시 그림은 여야 정치권의 계산대로 그려질지 의문이다.

만약 1기 신도시 재건축을 특별법의 내용처럼 ‘스마트시티 계획’과 연계한다면 더 큰 진통이 잇따를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이 공약했던 ‘신속 개발’과 반대되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

우리나라 스마트시티 국가 시범도시인 세종·부산의 사례를 들어보자. 이 계획은 2018년 세워졌지만 사업자 선정은 2022년에야 이뤄졌다. 계획부터 사업자 선정까지 4년이 꼬박 걸린 셈이다. 일반적인 도시 계획과 달리 자율주행·에너지자립 요소 등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게 속도에 영향을 미쳤다. 

아무것도 없던 땅에서 탄생한 1기 신도시는 1989년 첫 계획 이후 1996년 마무리에 이르기까지 7년이 걸렸다. 다시 그려야 할 1기 신도시 그림은 여야 정치권의 생각대로 제시간에 완성할 수 있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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