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아파트 가격 왜 올랐나
무주택자와 다주택자 상황 서로 달랐나

# 올해 들어 서울 아파트ㆍ연립주택(이하 공동주택) 매매ㆍ전월세 거래량이 뚝 떨어졌다. 올 1~5월 거래량은 월평균 4000건가량에 불과했다. 2021년 서울 공동주택 거래량의 절반 수준이었다. 

#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하는 주간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동향 지수도 5월 9일 이후 90포인트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 지수가 100 미만이라는 건 부동산을 사지 않겠다는 사람이 더 많다는 뜻이다. 

# 하지만 다른 통계도 있다. 더스쿠프는 아파트의 가격 추이를 분석하기 위해 올 3월 1일~6월 8일 사고팔린 서울 아파트 중 대통령 취임일을 기준으로 그 이전 이후에 모두 거래된 아파트를 분석했다. 대통령 취임일을 전후로 가격 비교가 가능한 아파트는 모두 313개 단지였고, 매매 계약 건수로 따지면 1261건이었다. 1261건 중 112건은 직거래였다. 

# 직거래 중 대통령 취임일 전보다 매매가가 떨어진 계약은 62건, 오른 건 39건이었다. 전체 계약의 55.4%는 대통령 취임일 전보다 가격이 내려갔지만 34.8%는 오히려 가격이 오른 셈인데, 문제는 값이 오른 아파트가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느냐다. 결론부터 말하면, 규모가 작은 아파트의 가격이 상승했다. 비싼 돈을 주고 작은 집을 구하려는 이들이 많았다는 거다. 이것이 의미하는 건 뭘까. 

아파트 거래가 줄어 부동산 폭등은 진정됐지만 내 집 마련이 쉬워진 것은 아니다.[사진=뉴시스]
아파트 거래가 줄어 부동산 폭등은 진정됐지만 내 집 마련이 쉬워진 것은 아니다.[사진=뉴시스]

부동산 시장의 움직임은 시시각각 포착된다. 국토부 산하 한국부동산원과 민간 부동산 정보업체들의 시장가격 발표가 일주일 단위로 이뤄져서다.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칠 만한 일이 생겼을 때 시장 반응을 살피는 분석이 자주 나오는 이유다. 

물론 주택 거래가 갑작스럽게 이뤄지는 건 아니다. 큰돈이 들어가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래를 내다볼 만한 이슈가 있다면 시장은 선제적으로 움직이곤 한다. 가령, 새 대통령의 공약은 시장을 움직이는 대표적 이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때부터 재산세 산정 기준을 2021년에 묶어두고 종합부동산세 기준을 바꾸겠다고 공언했다. 재건축 시장을 활성화해 민간 위주 부동산 공급을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이 때문에 대통령에 취임한 지 1개월 남짓 흘렀을 뿐이지만, 윤 대통령의 정책은 이미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더스쿠프가 윤 대통령이 취임한 5월 10일을 기점으로 부동산 시장의 가격 흐름을 살펴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분석➊ 거래량과 정책 = 먼저 부동산 시장의 거래량을 살펴보자. 아파트든 연립주택이든 거래량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는 ‘정책’이다. 어떤 정책이 발표되느냐에 따라 거래량이 늘어날 수도, 위축될 수도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2021년 서울 아파트ㆍ연립주택(이하 공동주택)의 월평균 매매ㆍ전월세 거래량은 8280건이었다. 2022년이 되면서 월평균 거래량(2022년 1월~5월)은 4183건으로 떨어졌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반토막이 난 셈이다. 

이유는 ‘정책’에서 찾을 수 있다. 2022년 1~3월엔 더불어민주당(이재명 후보ㆍ당시 기준)과 국민의힘(윤석열 후보) 중 누가 집권할지 알 수 없었다.

3~5월은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이지만, 대통령직 인수위 시절이어서 부동산 정책의 방향을 가늠하는 게 쉽지 않았다. 2022년 1~5월 서울 공동주택의 매매량이 쪼그라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실 서울 공동주택 월 거래량이 4000건 수준으로 줄어든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8년 11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월평균 4439건을 기록한 적도 있는데, 이 역시 정책 변화의 영향을 받은 결과였다. 

시계추를 거꾸로 돌려 그때 상황을 상세히 살펴보자. 당시 정부는 2018년 8월 수도권 주택공급을 확대하겠다고 밝혔고, 9월엔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방안(1차)을 발표했다(9ㆍ13대책). 그로부터 3개월 만인 2018년 12월에도 수도권 주택공급 방안(2차)을 내놨다. 

그러자 서울 공동주택 거래량(2018년 6~ 10월)은 1만건을 훌쩍 넘어섰다. 정부의 대규모 공급책에 부동산 수요자들이 ‘공동주택 거래’로 화답한 셈이다. 하지만 이같은 거래량 증가세는 이내 꺾였는데, 2019년 1월 등록임대주택 관리 강화방안이 발표된 게 영향을 미쳤다. 

여기엔 등록 임대주택을 임대주택 등록 플랫폼인 렌트홈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임차인의 권리를 강화하는 방안 등이 포함돼 있었다. 이로 인해 ‘다주택자를 규제한다’는 분위기가 시장 안팎에 형성되면서 2018년 11월~2019년 3월 사이 거래량이 4000건대로 뚝 떨어졌다. 정책이 부동산 시장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분석➋ 거래량과 기준금리 = 다시 2022년으로 돌아와보자. 앞서 언급했듯 올해 들어 서울 공동주택의 월평균 거래량(2022년 1월~5월)이 4000건대 수준으로 감소한 이유는 또 있다. 기준금리다. 이 기간 기준금리는 1월 1.25%, 4월 1.50%, 5월 1.75%로 가파르게 치솟았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전후로 서울 부동산 시장은 매매가 위축되고 전월세 거래는 그대로 이어졌다.[사진=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전후로 서울 부동산 시장은 매매가 위축되고 전월세 거래는 그대로 이어졌다.[사진=뉴시스]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대출금리가 상승한다. 그러면 주택을 사들이거나 임대보증금을 마련해야 할 때 대출금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2022년 들어 서울 공동주택의 거래량이 줄어든 까닭이다. 

■분석➌ 가격 = 이번엔 가격 추이를 살펴보자. 기준금리가 잇따라 인상되자 서울 공동주택의 거래량은 감소했다. 서울 주택 가격 지표도 하락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주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2022년 1월 24일부터 3월 28일까지 매주 하락해 누적 0.16포인트 떨어졌다. 

다만, 아파트가 만들어진 기간에 따른 차이는 있었다. 서울 아파트 중 10년 초과~20년 이하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5월 9~30일 꾸준히 하락했고 20년 초과로 재건축 연한이 가까워졌거나 10년이 되지 않은 비교적 새 아파트의 매매가격지수는 되레 올랐다. 재건축 기대감이 그만큼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렇다고 아파트를 구입하기에 좋은 시기인 건 아니다.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하는 매매수급동향은 2021년 9월 6일 107.2포인트를 기록한 후 2022년 2월 28일 86.8포인트로 가파르게 떨어졌다가 지난 5월 9일 이후 90포인트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2월과 비교하면 다소 올랐지만 매매수급동향은 여전히 100포인트 아래에 형성돼 있다. 매매를 원하지 않는 수요자가 더 많다는 얘기다. 이는 가격이 내려가도 곧바로 무주택자들이 내 집 마련에 성공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걸 잘 보여준다. 

■분석➍ 직거래 = 이처럼 대통령 취임일을 전후로 전체적인 거래량이 줄고 매매가도 하락했지만 모든 아파트가 다 그랬던 건 아니다. 반대로 가격이 오른 아파트도 있다. 

더스쿠프는 아파트의 가격 추이를 분석하기 위해 지난 3월 1일부터 6월 8일까지 사고팔린 서울 아파트 중 대통령 취임일을 기준으로 그 이전 이후에 모두 거래된 아파트를 추렸다. 대통령 취임일을 전후로 가격 비교가 가능한 아파트는 모두 313개 단지였고, 매매 계약 건수로 따지면 1261건이었다. 1261건 중 112건은 직거래였다. 

직거래 중 대통령 취임일 전보다 매매가가 떨어진 계약은 62건, 오른 건 39건, 달라지지 않은 건 11건이었다. 전체 계약의 55.4%는 대통령 취임일 전보다 가격이 내려갔지만 34.8%는 오히려 가격이 오른 셈이다.[※참고: 매매가 상승 여부는 이전에 팔린 같은 면적의 아파트를 기준으로 봤고 만약 없으면 전용면적 3.3㎡(약 1평)당 매매가를 기준으로 판단했다.] 

그렇다면 가격이 오른 매매계약 39건은 어디서 진행된 걸까. 답은 흥미롭다. 39건 중 84.6%에 달하는 거래가 전용면적 40㎡대 이하의 ‘소형 아파트’에서 이뤄졌다. 작은 아파트가 직거래로 거래될 경우 가격이 오른 경우가 많았다는 건데, 결국 더 비싼 돈을 주고도 소형 아파트를 구매하려는 사람이 많았다는 거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부동산 시장을 기웃거린 건 ‘다주택자’였을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부동산 실거래가는 실제 계약이 발생한 시점부터 30일 이내에 신고하면 되기 때문에 5월 부동산 지표가 윤 대통령 취임과 부동산 시장의 상관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완벽한 기준은 아니다.

그럼에도 추이를 살펴보는 건 의미가 있다.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따른 시장의 움직임을 가늠할 수 있어서다. 정부는 지난 5월 민생안정 10대 정책을 내놓으면서 다주택자의 세금을 줄이고 1주택자의 보유세는 동결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유주택자들에게 유리한 정책이다.

대통령 취임 후 값 오른 아파트의 비밀

그렇다고 집을 사기 좋은 상황이라는 건 아니다. 주택 시장이 냉각됐던 2018년 11월~2019년 3월과 마찬가지로 기준금리가 이미 1.75%가 된 상황인 데다 주택 가격은 천정부지로 솟구친 상태이기 때문이다. 

신혼부부나 생애 최초로 주택을 구입하는 청년들에게 주택담보대출비율(LTV) 80%를 허가하고 50년 만기의 주택담보대출을 제공할 계획이지만 지금까지의 지표만 보면 효과를 낼지 알 수 없다. ‘내집 마련’에 초점을 맞춘 윤석열 정부의 주택 정책은 목표대로 무주택자의 주거 안정을 가져올 수 있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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