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 후 부동산 시장 향방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부동산 세금을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종합부동산세는 폐지까지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 재건축을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 집 가진 사람은 부담을 덜고, 무주택자에겐 거기서 발생하는 집을 값싸게 주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실제로 대통령선거가 끝난 이후 땅값이 비싼 서울 일부 지역에선 재건축 아파트가 고가에 거래되는 일이 발생했다. 잠시 냉랭했던 부동산 시장에 벌써 훈풍이 불어온 걸까, 아니면 과열 부작용이 나타난 걸까.

대통령 선거 이후 부동산 시장의 향방에 이목이 쏠린다.[사진=뉴시스]
대통령 선거 이후 부동산 시장의 향방에 이목이 쏠린다.[사진=뉴시스]

대통령선거 후 부동산 시장의 향방에 이목이 쏠렸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부동산 공약이 대부분 세금 부담 완화, 재건축 추진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재건축 안전진단을 완화하고, 종합부동산세ㆍ재산세 부담을 덜겠다는 윤 당선인의 공약이 현실화하면 시장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은 건 분명했다. 윤 당선인의 부동산 공약이 ‘공급은 많이 하고 보유 부담은 낮추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동산을 좀 아는 사람들은 한가지 의문을 떠올렸다. “부동산 보유 부담이 줄어들면 시장에 풀리는 주택이 감소하지 않을까. 그럼 가격이 되레 상승하진 않을까.” 후보 시절 윤 당선인은 ‘공급을 늘리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한발 더 나아가 ‘주택담보대출비율(LTVㆍ집값에서 대출금이 차지하는 비중) 최대 80%’를 적용해 돈이 없어도 대출을 받아 집을 살 수 있도록 만들어주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대선 후 부동산 시장의 움직임 

그렇다면 대선 이후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움직였을까. 이 질문을 풀려면 3월 10일 이후의 부동산 시장을 조명해야 한다. 이 과정에선 유념해야 할 게 있다. 시장의 반응을 알아보기엔 3월 10~3월 30일 20여일이 너무 짧다. 거래가 됐다고 하더라도 대부분 1개 단지에서 1~2건에 불과하다. 시장의 ‘진짜 반응’을 알아내기 위해선 이보다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단 얘기다.

하지만 다소 짧긴 하지만 대선 전후에 포착된 변화를 통해 부동산 시장이 어느 쪽으로 방향을 틀지는 점칠 수 있다. 지금부터 우린 이 잠정적 방향성을 보려 한다. 자, 그렇다면 서울 아파트 거래 흔적을 들여다보자.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2021년 1월 서울 아파트 거래는 5770건이었다.

이후 매달 3000~4000건을 맴돌던 서울 아파트 거래는 7월 4681건을 기록한 뒤 2022년 1월 1087건이 될 때까지 계속 줄었다.[※참고: 3월 거래 기록은 전부 반영된 것이 아니므로 거래 건수로 비교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어 참고하지 않았다.]

거래가 줄었다는 건 두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첫째, 가격이 너무 높아 수요자들이 집을 사들이는 걸 포기했을 때다. 둘째, 가격이 너무 떨어진 탓에 매도자들이 집을 내놓지 않을 때다. 

둘 중 무엇 때문에 거래가 줄었는지 파악하려면 ‘매수우위지수’를 살펴보면 된다. 민간부동산정보업체 KB리브부동산이 제공하는 ‘매수우위지수’는 매수자(수요)와 매도자(공급)의 수를 비교할 수 있는 지표다. 100포인트를 초과할 땐 매수자가 더 많고, 100포인트 미만일 때는 매도자가 더 많다는 의미다. KB리브부동산의 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수요가 더 많았을 때는 2021년 9월 27일(102.0)이 마지막이었다.

그 이후엔 상황이 바뀌었다. 100 이하로 떨어진 매수우위지수는 2021년 12월 20일 50.0까지 하락했고 3월 21일에는 57.7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서울 아파트 시장은 매도자가 더 많은 상황이었다는 얘기다.

이런 맥락에서 2021년 7월 이후 거래 건수가 줄어든 건 ‘매수’하려는 사람이 없어서 발생한 일이다. 집을 사고 싶지 않거나 사기 싫은 사람들이 더 많다는 거다. 

그렇다면 가격은 어땠을까.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021년 1월 97.0을 기록한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2021년 12월까지 104.4로 지속해서 상승했고 2022년 2월(104.3포인트)까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이는 대선 전부터 시장은 이미 굳은 상태였단 뜻이다. 

왜 그랬을까. 답은 간단하다. 무엇보다 집을 사는 게 쉬운 환경이 아니다. 2022년 초 발생한 큰 변화는 금리였다. 주택담보대출을 새롭게 받을 때 기준으로 삼는 신규 취급액 기준 COFIX는 1년 전인 2021년 1월 0.86%에서 2022년 1월 1.64%, 2월 1.70%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더구나 COFIX가 하락세로 전환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가 금리인상 기조로 무장한 만큼 한국은행 역시 기준금리를 끌어올려야 한다. 이렇게 대출금리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면 집을 사들이는 사람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게 지금 부동산 시장의 현주소다. 

대선 전 이미 굳어었던 시장

그럼 또 하나의 의문이 생긴다. “집을 사기 어려운 시점에서도 ‘재건축 훈풍’이 부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의문을 풀기 위해선 대선 결과가 나온 직후인 3월 10일부터 3월 30일까지 서울에서 발생한 아파트 매매를 더 면밀히 볼 필요가 있다. 

대선 이후 서울 아파트 거래는 3월 31일 집계를 기준으로 총 341건이다.[※참고: 국토교통부가 집계하는 실거래가는 계약일 이후 인식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집계 시점에 따라 늘거나 줄어들 수 있다.] 

이때 거래된 아파트 단지를 모두 살펴본 다음 2021년 3월 9일부터 2022년 3월 9일까지의 거래 내역과 비교해봤다. 대선 이후 비싼 값에 거래된 아파트가 있는지 확인해보기 위해서였다. 만약 그런 아파트가 있다면 ‘재건축 훈풍’이 불고 있음을 시사해준다. 

재건축 이슈가 있는 일부 아파트는 높은 가격에 거래됐지만 직거래를 통해 낮은 가격에 팔린 아파트들도 있다.[사진=뉴시스]
재건축 이슈가 있는 일부 아파트는 높은 가격에 거래됐지만 직거래를 통해 낮은 가격에 팔린 아파트들도 있다.[사진=뉴시스]

실제로 재건축 기대감 때문인지 ‘비싼 동네’의 ‘오래된’ 아파트는 높은 가격에 거래되기도 했다. 여의도 서울 아파트는 대선 이전인 2021년 3월 23일 30억원에 거래됐지만 1년 만인 2022년 3월 42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10억원 이상 가격이 뛴 셈이다. 

물론 정반대의 경우도 있다. 15억원에 거래되던 서울 여의도 진주아파트(전용면적 48㎡)는 대선 이후 8억원에 매매됐다. 용산구 이촌동 한가람 아파트(전용면적 59㎡)의 거래가격도 역시 대선 전 18억원에서 대선 후 14억원으로 줄었다. 

그렇다면 대통령 당선이란 새로운 사실 하나가 ‘집값’을 잡은 걸까. 그렇지 않다. 통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 거래가격 하락 사례로 꼽은 두 아파트는 모두 ‘직거래’로 거래됐다. 중개사무소에 매물을 내놓은 후 찾아오는 매수인에게 판 게 아니라 중개인을 거치지 않고 거래했다는 거다. 통상적으로 이런 직거래는 비정상 거래로 분류된다. 

구본기 구본기생활경제연구소 소장은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직거래’는 물건을 넘길 사람을 정해놓고 하는 행위”라며 “가격이 하락한 아파트 거래가 직거래로 발생했다는 점은 생각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기존 재건축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던 사람들이 낮은 가격에라도 누군가에게 주택을 넘기길 원했다는 거다. 

특이한 부분은 또 있다. 소형 아파트 매매 비중이다. 언급했듯 2022년 3월 10일부터 3월 30일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341건이다. 여기서 분양으로 추정되는 거래 80건을 통계에서 빼면 261건이 남는다.

이중 전용면적 40㎡ 이하 서울 아파트 거래는 99건에 달했다. 분양을 제외하고 비중을 따져보면, 37.9%의 거래가 전용면적 40㎡ 이하, 이를테면 1~2인 가구가 살 만한 아파트에서 발생했다는 얘기다.  

대선 이전엔 어땠을까. 2022년 1월 1일부터 대통령 선거일인 2022년 3월 9일까지 서울 아파트 거래는 총 2153건이었다. 이중 전용면적 40㎡ 이하 아파트 거래는 516건으로 전체의 24.0% 수준이었다. 대선을 전후로 소형 아파트 매매의 비중이 13.9%포인트 커졌다.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있었을까. 명확한 분석을 위해 서울과 가까운 경기도를 같은 기준으로 살펴봤다. 대선 이후인 2022년 3월 10일부터 2022년 3월 30일까지 경기도 아파트 매매는 1388건을 기록했다.

그중 전용면적 40㎡ 이하 아파트 거래는 156건으로 전체의 11.2%였다. 대선 이전인 2022년 1월 1일부터 3월 9일까지의 경기도 소형 아파트 거래 비중은 10.3%로 대선 이후와 별 차이가 없었다. 

종합하면, 대선 이후 서울에서만 소형 아파트 거래 비중이 가파르게 늘었다는 거다. 대개 소형 아파트를 구입하는 목적이 실거주보단 투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서울 시장에서만 ‘과열 조짐’이 나타난 게 맞다.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은 “표본이 작아서 정확하게 평가하긴 어렵지만 1~2인 가구에 적합한 소형 아파트의 거래 비중뿐만 아니라 거래량까지 늘어난 것으로 확인된다면 투기성 자본의 선제적 취득 행위로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 거래 아파트 중 38%는 ‘소형’ 

대선 이후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올랐다’거나 ‘부동산 거래가 줄어들고 아파트 가격 하락 조짐이 보인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어떤 것도 장담하거나 확신할 수 없다.

임차인에게 유리한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ㆍ임대료 상한제ㆍ임대차거래 등록 의무화)이 바뀔 거란 기대감에 작은 주택을 사들여 세를 놓으려는 매수자가 많은지, 아니면 대출을 버티지 못해 가지고 있던 집을 내놓고 있는 매도자가 많은지도 알 수 없다.

대선이 끝난 3월 10일 이후 일어난 부동산 시장의 변화는 진짜 변화였을까. 답을 찾기엔 안개가 너무 진하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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