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온 나영호 체제 1년의 기록
안일한 대처로 지배력 갖지 못해
반전 기회 마련할 수 있을지 미지수

롯데의 통합 온라인몰 ‘롯데온(ON)’은 언제쯤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 수년간 많은 자금을 쏟아부어 통합앱을 만들고, 이커머스 전문가(나영호 대표)까지 수혈했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반응이 없다. 문제는 앞으로도 큰 기대를 걸기 어렵다는 거다. 대체 롯데온의 문제는 무엇일까.

롯데온의 시장 지배력은 아직 미미하다.[사진=뉴시스]
롯데온의 시장 지배력은 아직 미미하다.[사진=뉴시스]

지난해 4월 롯데는 ‘롯데온(ON)’을 살릴 구원투수로 이베이코리아 출신의 나영호 대표(부사장)를 낙점했다. 순혈주의가 강한 롯데가 외부에서 수장을 영입할 정도로 롯데온의 상황은 신통치 않았다. 2018년 롯데e커머스사업부를 공식 출범한 롯데는 2020년 4월 통합 온라인몰 ‘롯데온(ON)’을 선보였지만, 출범 첫날부터 시스템에 오류가 생기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이어갔다.

쿠팡·네이버·쓱닷컴이 몸집을 키워가는 것과 달리 롯데온은 많은 자금을 쏟아부은 것치곤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롯데 계열사 통합몰이었지만 말만 ‘통합’일 뿐 실제론 통합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롯데로선 이베이코리아의 간편결제 서비스 ‘스마일페이’ ‘스마일카드’ 등을 주도하며 유료회원을 빠르게 늘렸던 나 대표의 역량이 필요했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롯데온은 ‘나영호 체제’가 출범한 후 달라진 게 있을까. 답은 ‘글쎄…’로 수렴된다. ‘나영호 체제’는 가장 먼저 장보기 서비스를 개편했지만, 큰 변화를 견인하진 못했다. 결국 롯데온은 새벽배송 출시 2년 만인 지난 4월 새벽배송 사업을 접었다.

롯데 측은 “새벽배송보다 바로배송(롯데마트몰에서 주문 후 2시간 내 배송)의 호응도가 높아 바로배송에 집중하기로 했다”면서 새벽배송을 접은 이유를 밝혔지만, 그게 효율적인 선택인지는 알 수 없다. 홈플러스, 배달의민족, 쿠팡이츠는 물론 편의점까지 퀵커머스 시장에 진출해 저마다의 무기를 내세우고 있어서다. 롯데가 바로배송에 집중해도 승산이 있는 시장은 아니라는 거다.

그렇다고 나 대표 취임 후 롯데온의 실적이 개선된 것도 아니다. 올 1분기 롯데쇼핑 이커머스 사업부는 265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1년 전 매출 276억원보다 4.1% 감소했다. 지난해 1분기 285억원이었던 이커머스 사업부의 적자는 올 1분기 453억원으로 커졌다. 업계 안팎에서 “나영호 체제가 들어선 이후 롯데온에서 달라진 걸 찾아보기 힘들다”는 부정적 평가가 잇따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경영학) 교수는 실패 요인으로 ‘통합’을 꼽았다. “롯데는 2015년부터 옴니채널로 전환하려고 시도해왔다. 하지만 계열사들은 이미 각자도생하고 있었다. 그런 계열사들을 연합군으로 한데 묶으려 하니 잡음이 생길 만도 하다. 계열사지만 따지고 보면 실적 경쟁자이기도 한데 누가 통합을 반기겠는가.”

서 교수는 롯데가 통합이 아닌 다른 전략을 택했다면 얘기가 달라졌을 거라고 덧붙였다. 신세계처럼 아예 쓱닷컴을 별도법인으로 분리하거나 이베이를 인수하는 방법을 택했다면 더 수월했을 수 있다는 거다. 서 교수의 주장을 더 들어보자.

“월마트는 아마존에 밀리자 제트닷컴이라는 이커머스 2위 업체를 인수했다. 그러면서 디지털 전환에 성공했고, 주가도 하락세를 멈췄다. 하지만 롯데는 어떤가. 시장 지배력이 높은 경쟁업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데, 그만큼 이커머스 사업에 목숨 걸고 대처했는지 묻고 싶다.”

문제는 롯데온의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는 데 있다. 유정현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여전히 이커머스 사업부의 손익 개선 여부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유승우 SK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롯데온의 성장 가시성이 뚜렷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서 교수도 이미 벌어질 대로 벌어진 간극을 좁히기 쉽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방법은 없을까. 서 교수는 “롯데온은 이미 실기했기 때문에 지금으로선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오프라인 매장 중심으로 전략을 짜면서 이커머스 사업은 보조적인 역할로 남는 게 답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불을 끄지 못한 구원투수 나 대표는 이베이코리아에서 그랬듯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까.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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