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규제, 실효성 논란 있었지만
골목상권엔 최후의 보루와 같아
정부의 규제 완화 추진 괜찮을까

‘골목상권 보호.’ 대형마트의 영업시간과 의무휴업일을 규제하는 이유다. 2012년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이 근거다. 이를 두고 대형마트는 불만을 숨기지 않아왔다. 골목상권 보호도 되지 않을뿐더러 이커머스 업계만 성장하는 발판이 됐다는 거다. 그동안 별다른 호응을 받지 못했던 이 주장엔 공교롭게도 정권이 교체되면서 힘이 실리고 있다. 그럼 규제를 풀면 대형마트는 이커머스 업계를 따라잡을 수 있을까. 

대기업 유통업체들은 의무휴업·영업시간 제한 규제로 이커머스 업체들만 고성장했다고 주장한다.[사진=연합뉴스]
대기업 유통업체들은 의무휴업·영업시간 제한 규제로 이커머스 업체들만 고성장했다고 주장한다.[사진=연합뉴스]

축구 마니아인 직장인 김용석(32)씨는 최근 쿠팡의 유료 멤버십 서비스 ‘와우 멤버십(월 4990원)’에 가입했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었다. 쿠팡의 OTT 서비스 ‘쿠팡플레이’가 손흥민 선수의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 구단을 초청해 친선경기를 벌였기 때문이다. 7월 13일(토트넘 vs 팀 K리그), 16일(토트넘 vs 세비야FC) 열린 두번의 경기 모두 쿠팡플레이(앱·웹사이트)에서만 중계됐다. 

김씨는 “그동안 쿠팡 가입을 미뤄왔는데 축구 경기를 보기 위해 가입했다”면서 “OTT도 보고 무료배송 혜택도 누릴 수 있어 월 4990원(멤버십 이용료)이면 나쁘지 않은 가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손흥민이 뛰는 경기를 보기 위해 쿠팡을 이용한 건 김씨만이 아니다. 

쿠팡은 와우 멤버십 회원에게만 경기 티켓을 판매했는데, 총 10만여장의 티켓이 모두 조기 매진됐다. 두번의 경기를 각각 184만명, 110만명의 이용자가 시청했다. OTT 서비스를 통해 고객을 ‘락인(Lock-in)’하려는 쿠팡의 전략이 맞아떨어진 셈이다. 

이렇게 ‘펄펄 나는’ 쿠팡을 바라보는 대형마트 3사(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의 뒷맛은 씁쓸하기만 하다. 2016년 1조9159억원에 불과하던 쿠팡의 매출액이 지난해 20조8812억원으로 10배 가까이 증가했지만, 대형마트 3사의 실적은 정체 중이거나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대형마트 3사의 매출액 증감률(이하 할인점 부문 실적 기준)은 이마트 4.4%(11조3336억원→11조8408억원), 홈플러스 –1.9%(6조6067억원→6조4807억원), 롯데마트 –32.8%(8조508억원→5조7160억원)를 기록했다. 이 때문인지 대형마트들도 쿠팡처럼 온라인 강화를 위해 계열사 이커머스 사업을 통합하고 멤버십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일례로, 신세계(이마트) 그룹과 롯데그룹의 이커머스 사업을 담당하는 SSG닷컴과 롯데온의 경우 지난해 각각 거래액 5조7174억원, 8조4508억원을 달성했다. 하지만 쿠팡의 거래액(37조8000억원·하나금융투자 추정치)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다. 신선식품 새벽배송업체 ‘마켓컬리(컬리)’가 지난해 거래액 2조원을 달성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기업’이란 간판을 무색하게 하는 성적표다. 

이 때문인지 대형마트 업계는 “정부 규제 탓에 이커머스 업체에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전통시장·골목상권을 지키기 위한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의무휴업’ 조치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거다.

[※참고: 정부는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2012년 유통산업발전법 개정하고,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오전 10시~자정)과 휴업일(월 2회 의무휴업)을 규제하고 있다. 대형마트들은 점포가 문을 닫는 영업제한 시간이나 의무휴업일에는 온라인 배송을 할 수 없다.]

쿠팡은 OTT 서비스 쿠팡플레이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7월 13일·16일에는 토트넘 홋스퍼를 초청해 친성경기를 벌였다.[사진=쿠팡 제공]
쿠팡은 OTT 서비스 쿠팡플레이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7월 13일·16일에는 토트넘 홋스퍼를 초청해 친성경기를 벌였다.[사진=쿠팡 제공]

당연히 대형마트 업계는 이를 불필요한 규제라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유통산업발전법이 당초 목표와 달리 “골목상권을 보호하지 못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처럼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했던 이 주장은 공교롭게도 정권이 교체되면서 힘을 얻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기업 규제 개선을 강조하고 있어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6월 규제개혁 추진과제 중 하나로 ‘대형마트 온라인 배송 규제’를 선정하기도 했다. 대형마트가 의무휴업일이나 영업제한 시간에도 온라인 배송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주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거다. 공정위 관계자는 “규제개혁 과제는 비공개로 진행되는 게 원칙”이라면서도 “산업통상자원부 등과 대형마트 온라인 배송 규제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언급했듯 정부와 대형마트 업계가 내세우는 주장은 ‘유통산업발전법의 실효성 논란’에서 기인한다. 근거가 있긴 하다. 대표적인 게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해 1월 발표한 ‘유통규제 관련 소비자 인식 조사’다.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30.8%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고, 27.5%는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반면 “대형마트 휴무일에 전통시장에 간다”는 응답자는 8.3%에 그쳤다.[※참고: “현행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자는 각각 30.1%, 11.6%로 나타났다.] 

김대종 세종대(경영학) 교수는 “급성장한 이커머스 플랫폼을 견제하고 시장의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대형마트 규제를 풀어야 한다”면서 “또 지역의 대형마트가 경쟁력을 잃고 폐점하면 해당 지역민의 후생도 악화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상공인들의 반발도 작지 않다. “골목상권의 ‘최후의 보루’를 없애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대형마트 규제는 대기업과 골목상권 간 기울어진 운동장을 해소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런데 문제가 해결되기도 전에 대기업이 이커머스 업체와 경쟁하겠다며 법을 무력화하려는 건 말이 안 된다. 더욱이 전경련 설문조사에서 나타난 (마트 휴무일에 전통시장을 찾는) 8.3%의 소비자가 대형마트엔 별게 아닐지 몰라도 골목상권엔 지켜야 할 파급력이 큰 숫자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그렇다면 소상공인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대형마트의 새벽배송·주말배송이 가능해진다면 어떨까. 대형마트는 날아가는 쿠팡을 잡을 수 있을까.[※ 참고: 두번째 질문은 파트❷에서 이어집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