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국회 왜 존재해야 하나
연봉 1억5000만원의 금배지
민생 이슈 나 몰라라

국회가 또다시 파행이다. 전반기 국회를 마무리하고 36일 만에야 후반기 의장단을 선출했다. 그러면 뭘 하나. 상임위 구성도 해야 하고, 할 일이 태산이다. 상황이 이러니 민생법안들이 국회에서 잠만 자고 있다. 고물가·고금리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서민들의 곡소리가 들리긴 하는지 궁금하다.

민생은 뒷전으로 미뤄 놓은 채 국회는 여전히 볼썽사나운 주도권 싸움을 펼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민생은 뒷전으로 미뤄 놓은 채 국회는 여전히 볼썽사나운 주도권 싸움을 펼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기어이 6%를 기록하고 말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6.0% 오르며 108. 22(2020=100)를 기록했다. 생활물가지수가 7.4% 상승하면서 전체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렸다. 석유류(39.6%)를 포함한 공업제품(9.3%)과 외식(8.0%) 등 개인서비스(5.8%)가 무엇보다 크게 올랐다. 지역별로는 강원(7.3%), 전남(7.1%), 경북(7.2%), 제주(7.4%)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이 7%를 넘었다.

이처럼 소비자물가가 치솟으면 한국은행으로선 기준금리를 또 한번 끌어올릴 수밖에 없고, 그러면 경기침체가 불가피하다. 이같은 침체 국면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건 취약계층이다. 그중 빚이 있는 차주借主는 고물가에 늘어난 이자까지 감당해야 한다.

이 때문에 많은 경제학자는 지금 같은 상황에선 정부와 정치권이 나서 위험에 노출된 취약계층을 보호할 수 있는 안전망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법안을 다루는 국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지금 국회의 자화상은 어떨까.


실상을 보자.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대선 이후 줄곧 ‘이재명 책임론’을 두고 갑론을박 중이다. ‘친명(친이재명)’ ‘친문(친문재인)’으로 나뉜 계파 갈등도 민생과 무관한 곳에서 전개되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이라고 다를 게 없다. 대선과 6·1 지방선거 이후 여당서 나오는 단어는 윤핵관, 이준석, 성접대 논란, 친윤모임 등뿐이다.

이러니 국회가 제대로 된 기능을 할 리 없다. 후반기 국회를 이끌어갈 국회의장단이 5월 29일 전반기 국회가 종료된 지 36일 만에 꾸려졌을 정도다. 가까스로 문을 열었지만 종착지에 다다른 것도 아니다. 갈길은 여전히 한참 멀다. 상임위원회 배정을 해야 하는데, 이 역시 적잖은 갈등이 예상된다. 

법사위원장을 비롯한 상임위원장 배분을 놓고 벌써부터 여야 주도권 싸움이 시작됐다.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 후속 입법과 관련한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구성을 놓고도 의견 차이가 극명해 국회 정상화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서로를 물어뜯고 있으니 민생은 뒷전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안건들이 숱하다. 7월 6일 기준,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안건은 총 1만5877건이다. 하지만 그중 69.9%에 이르는 1만1105건이 계류 중이다.

가결률도 낮다. 법률에 최종 반영된 법률안은 4516건이지만 대안반영 폐기된 3013건을 제외하면 가결률은 10%가 채 되지 않는다. 민생법안인 유류세 인하 법안, 임대차보호법, 납품단가 연동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등도 사실상 방치돼 있다.


대통령 선거를 치른 3월 이후엔 더 식물국회가 됐다. 가결률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안건 발의 자체가 현저하게 줄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3월 10일부터 7월 6일까지 발의된 안건은 총 1513건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2753건과 비교하면 약 45%가 줄었다. 19대 국회가 활동했던 2019년 같은 기간(2306건)과 비교해도 저조하다.

그런데도 국회의원들은 이와 별개로 꼬박꼬박 세비(일종의 급여)를 받는다.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올해 국회의원이 받는 세비는 월 1285만5280원이다. 각종 수당과 경비를 합한 거다. 그 면면을 보자. 

일반수당은 월 690만7300원이다. 여기에 관리업무수당 62만1650원과 정액급식비 14만원을 더해 기본수당으로 766만8950원을 받는다. 상여수당도 받는데, 여기엔 정근수당(1·7월 각 일반수당의 50% 지급)과 명절휴가비(설·추석에 각 일반수당의 60% 지급)가 포함된다. 이렇게 받는 돈이 연 1519만6060원인데, 이를 월평균으로 환산하면 126만6338원이다. 

입법기초자료 수집·연구 등을 위해 지급하는 입법활동비 313만6000원과 회기 중 입법활동을 지원하는 특별활동비(300일 기준·회기 중 1일당 3만1360원) 78만4000원을 더한 392만원의 경비도 매월 받고 있다.

국회의원 한명이 매월 1285만5280원, 매년 1억5426만3460원의 세비를 받는 거다. 21대 국회 의석수인 300석으로 계산하면 올해 약 463억원의 세금이 국회의원 몫으로 쓰이는 셈이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유류지원비, 업무 추진비, 공무수행 출장 지원금, 정책개발 지원비 등 무수히 많은 경비가 금배지들에게 지급되고 있다.

[※참고: 혹자는 보좌진을 먹여 살려야 하기 때문에 국회의원의 세비가 많은 것이라고 주장한다. 사실이 아니다. 국회의원은 4급 보좌관 2명, 5급 비서관 2명, 6급 이하 5명, 총 9명의 보좌직원을 둘 수 있다. 이들 급여는 국회의원 세비와 별도로 지원된다.]
 

이런 가운데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6월 28일 한국경영자총협회 간담회에서 “과도한 임금 인상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해 논란을 낳기도 했다.

“과도한 임금 인상은 고물가 상황을 심화시킬 뿐 아니라 임금 격차를 확대해 상대적 박탈감을 키울 우려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었지만 이를 두고 “다 오르는데 월급만 오르지 말란 거냐”는 비난 여론이 거셌다. 한편에선 “하는 일 없이 매년 셀프 인상하는 국회의원들의 세비부터 삭감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쏟아부었다.

그렇다면 서민들은 언제까지 ‘그들만의 정치싸움’에 희생돼야 할까. 김상회 정치학 박사는 “근본적인 개혁이 이뤄지지 않는 한 지금 같은 상황이 개선되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국민은 자신의 이익을 대표해줄 사람을 뽑아 국회에 보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입법은 비정규직을 보호하고 서민물가를 안정시키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왜일까. 그런 이슈들이 국회의원들의 이익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금배지를 국민이 주인의식을 갖고 감시해야 한다고도 하는데, 그건 지나친 요구다. 제도적인 개선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김상회 박사는 ‘제도 개선’ 역시 쉽지 않다면서 비판을 이어갔다. “경제는 발전하는데 살림살이는 좋아지지 않고, 내 손으로 뽑았는데 불신이 갈수록 커지는 건 결국 국회가 제 기능을 못해서다. 그걸 해결하려면 의원내각제나 개헌 등이 필요한데, 그게 궁극적으론 국회의원들의 권력을 약화한다.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이 그걸 놓으려고 할까?” 

민생은 저 어딘가에 던져놓고 정치싸움만 벌이는 금배지들, 지금 우리나라의 국회의원 제도는 괜찮은 걸까. 금배지의 쓸데없는 힘겨루기에 애먼 서민의 곡소리만 깊어지는 요즘이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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