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찬의 프리즘
외환위기 이후 최고로 오른 물가

금리 상승기엔 취약계층이 상대적으로 더 어려움을 겪는다. 정부와 정치권이 서둘러 사회안전망을 구축해야 하는 이유다.[사진=연합뉴스]
금리 상승기엔 취약계층이 상대적으로 더 어려움을 겪는다. 정부와 정치권이 서둘러 사회안전망을 구축해야 하는 이유다.[사진=연합뉴스]

물가 상승세가 무섭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해 10월(3.2%) 3%대에 들어선 뒤 불과 8개월 만에 두배가 됐다. 4월 4.8%였던 것이 5월 5.4%로 뜀박질했다. 6월에는 6.0%로 더 올라갔다. 이러다가 7월에는 7%대, 8월에는 8%대 물가상승률을 기록할까 걱정된다. 

물가 오름세는 하반기로 갈수록 가팔라질 전망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국제 유가와 일부 원자재 가격이 하락했지만, 에너지·원자재와 곡물을 둘러싼 글로벌 공급망 불안 요소는 여전하다. 게다가 7월부터 전기·가스요금이 올랐다. 여름휴가철과 추석(9월 10일) 등 물가상승을 부채질할 요인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한 한국은행의 7월 기준금리 인상(13일 금융통화위원회 예정)은 거의 기정사실로 굳어졌다. 시장의 관심은 인상폭이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이후 24년 만의 6%대 물가상승률은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높였다. 한국과 미국간 기준금리 역전 현상도 차단해야 한다.

사람들이 향후 물가가 더 오를 것으로 보는 기대인플레이션도 문제다. 6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9%로 5월보다 0.6%포인트 올랐다. 기대인플레이션은 2012년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고, 한달 상승폭은 2008년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래 최대다.  

경제는 상당 부분 심리에 좌우된다. 마음 속 물가상승 기대가 커지면 기대치에 따라 경제주체들이 상품과 서비스 가격을 높여 물가상승을 부추기게 된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높을수록 임금인상 압력이 커지고, 임금이 오르면 그 수준에 맞춰 제품 가격이 또 오르는 악순환이 반복되며 인플레이션이 고착화하게 된다.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이 통화긴축에 속도를 내는 이유도 바로 이 과도한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꺾기 위해서다.

지금 우리는 고물가뿐만 아니라 고금리·고환율의 ‘삼중고三重高’를 겪고 있다. 고환율도 물가상승을 자극하는 요인이다. 1300원을 오르내리는 환율이 수입물가를 끌어올린다. 외환당국이 외환보유액을 풀어 환율을 방어하지만, 이것만으로 역부족이어서 금리인상 필요성을 키운다.

문제는 식어가는 경기와 잔뜩 부풀어 오른 가계부채다. 급격한 금리인상 과정에서 가계부채가 충격을 받으면 통화정책이 실물경제 침체를 유발하는 ‘오버킬(overkill)’이 나타날 수 있다. 금리인상으로 가계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져 취약 차주가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처하거나 구매력이 떨어지며 소비 침체를 부를 수 있다.

또한 이는 물가상승 속 경기후퇴,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연결된다. 극심한 인플레이션은 민생고로 귀결된다. 물가상승에 맞춰서 곧바로 임금이 올라가지 않고, 물가가 오른 만큼 사람들이 가진 돈의 구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함에 따른 시장금리 상승기에는 서민과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이 상대적으로 더 큰 어려움을 겪는다. 

지금 우리는 고물가뿐만 아니라 고금리·고환율의 ‘삼중고三重高’를 겪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금 우리는 고물가뿐만 아니라 고금리·고환율의 ‘삼중고三重高’를 겪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최근 물가상승이 우크라이나 사태 등 대외 여건에서 비롯된 부분이 상당한 만큼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에 한계가 있다. 유류세 인하는 이미 37% 법정 한도까지 다 썼다. 식용유·돼지고기 등 수입 식품원료들에 대한 관세도 제로(0)로 하거나 낮췄다. 

민생을 안정시키는 데 국회가 적극 나설 때다. 전반기 운영을 마친 지 36일 만에 겨우 후반기 원院 구성을 한 국회는 이제라도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 유류세 인하 및 개편, 중소기업 납품단가 연동제, 화물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등 서둘러 다뤄야 할 법안이 한둘이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민생 현장에 나가 국민의 어려움을 듣고, 매주 비상경제 민생회의를 주재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민생의 어려움을 더는 데에 공공 부문이 솔선할 것”이라며 불요불급한 자산 매각, 과감한 지출 구조조정, 공공기관 경영 효율화 등 구체적 방안을 제시했다. 

코로나19 사태 2년6개월 동안 피해를 거의 보지 않은 공직사회부터 국민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것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대기업들에 임금 인상 자제를 요청했는데, 정부와 공공기관부터 임금을 동결하면서 솔선수범하는 게 순리다. 그래야 기업의 제품 가격 인상 억제와 노동계의 임금 인상 요구 및 은행권의 과도한 이자장사 자제를 요청할 명분도 생긴다. 정부와 정치권이 솔선수범하고, 각계가 고통 분담으로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복합위기를 헤쳐 나가자.


양재찬 더스쿠프 편집인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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