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자산 매각 플랜 허와 실

윤석열 정부가 공공기관 청사를 전수조사하고 나섰다. 공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의 매각을 통해 ‘(공공기관의) 적자’를 해소하겠다는 거다. 공공기관의 방만경영을 막겠다는 목표에서 시작한 일이다. 문제는 청사만 매각하면 공공기관의 적자를 메꿀 수 있느냐다. 더스쿠프가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운영하는 ‘온비드’를 통해 2017~2021년 매물로 나온 국유재산의 현황을 살펴봤다. 

윤석열 정부는 공공기관 350곳의 청사 이용 현황과 보유 자산 조사를 지시했다. 사진은 외교부장관 공관을 리모델링 중인 대통령 관저.[사진=뉴시스]
윤석열 정부는 공공기관 350곳의 청사 이용 현황과 보유 자산 조사를 지시했다. 사진은 외교부장관 공관을 리모델링 중인 대통령 관저.[사진=뉴시스]

자금이 모자라면 자산을 팔아야 한다. 개인이든 법인이든 국가든 마찬가지다. 윤석열 정부 역시 이런 발상을 한 듯하다. 지난 6월 윤석열 정부는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과 적자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공공기관이 보유한 ‘청사’ 건물을 전수조사하겠다고 했다. 이익을 못 내고 있으니 부동산이라도 팔아 메우라는 일종의 ‘하명’‘이었다.

우리나라 공공기관은 350개(본부 기준)다. 그중 서울에는 120곳, 경기도와 인천엔 각각 28곳, 7곳이 있다. 전체의 45%가량이 서울과 수도권에 쏠려있다는 거다. 이 기관들이 보유하고 있는 ‘본부’의 부동산을 모두 판다고 가정해보자.

서울에서만 120개의 매물이 쏟아져 나온다. 민간 입장에서는 빈틈을 찾기 어려웠던 서울 속 토지를 얻을 수 있고 공공기관 입장에서는 매각을 통해 현금을 마련하는 게 가능하다. 언뜻 모두에게 남는 장사인 듯하다.

그렇다면 정부의 생각대로 청사를 매각하면 공공기관은 재정난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확신하긴 어렵다. ‘국유재산’ 중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가 쓴잔을 마신 게 수두룩해서다.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운영하는 ‘온비드’를 통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매물로 나온 국유재산(업무 및 상업용 부동산)의 현황을 살펴보자. 2017년 12개 물건이 올라왔는데, 이중 4건이 낙찰됐다.

2018년 6건(3건ㆍ이하 낙찰건수), 2019년 18건(11건), 2020년 12건(7건), 2021년 11건(5건)이었다. 매각 대상에 오른 물건은 대부분 등기소나 우체국이었고, 낙찰 비율은 평균 49.6%이었다. 국가가 매각하려고 한 물건 중 실제로 팔린 건 절반 수준이라는 얘기다.

그렇다고 낙찰된 물건이 원하는 가격을 받은 것도 아니다. 이번엔 감정가(예상 가격)와 실제 낙찰가의 관계를 보여주는 낙찰가율을 살펴보자. 국유재산 낙찰가율은 2017년 107.6%, 2018년 101.4%, 2019년 143.7%, 2020년 153.8%, 2021년 132.5%를 기록했다.

예상 가격보다 최대 1.5배 수준의 낙찰가를 기록한 경우도 있어 비싼 값을 받은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여러 차례 유찰을 겪은 후 가격이 내려가는 사례도 적지 않아서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낙찰된 국유재산은 총 30개다. 이중 거듭된 유찰(최소 2회~최대 7회)로 처음 감정가보다 떨어진 가격에 낙찰된 국유재산은 전체의 30.3%인 9건이다. 이 9건의 낙찰가율은 103.0%지만 최초 감정가와 비교하면 평균 76.5%의 낙찰가율을 기록했다.

공공기관 350곳의 청사가 모두 팔린다고 가정할 때, 이중 30.3%에 달하는 106개 청사는 원래 감정가보다 20% 이상 떨어진 가격에 팔릴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이쯤 되면 청사가 보유한 부동산을 팔아 적자를 메꾼다는 정부의 목표는 반쪽짜리 결과만 얻을 가능성이 높다. 언급한 대로 낙찰 가능성이 50% 수준인데다 낙찰되더라도 높은 가격을 받지 못할 수 있어서다. 

수도권 ‘청사’마저 외면

물론 반론도 있다. 유찰이 반복된 국유재산 9건의 대부분은 비수도권에 있었기 때문에 낙찰가가 떨어졌다는 거다. 실제로 국유재산 9건은 ▲대구 ▲창원 ▲의왕 ▲충주 ▲사천 ▲부산1ㆍ2 ▲고흥 ▲인천으로, 인천을 제외하면 비수도권에 있는 부동산들이었다. 그렇다면 350곳에 달하는 공공기관 본사 중 155곳이 서울과 수도권에 있다는 걸 감안하면 낙찰가율은 더 높아질까. 

장담하기는 어렵다. 종전부동산從前不動産 사례를 살펴보면 명확해진다. 종전부동산은 지방 혁신도시 등으로 이전하는 수도권 소재의 공공기관들이 보유한 청사 등 건축물과 그 부지를 일컫는 말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2년 5월 기준 매각 대상인 종전부동산은 총 4곳이다.

대표적인 매물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오리 사옥(경기 성남ㆍ4492억원)이 있다. 2012년 처음 매각이 시도된 후 2019년까지 오리사옥은 여러 차례 유찰되며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

중앙119구조본부 헬기장(남양주ㆍ87억원), 한국광해관리공단 석탄회관(서울 종로ㆍ 1716억원), 한국교육개발원(서울 서초ㆍ913억원) 역시 마찬가지다. 서울에 있거나 수도권 신도시에 있더라도 시장에 나오는 청사가 쉽게 주인을 찾을 수 없다는 얘기다. 이는 “유찰된 국유재산이 비수도권에 있어서 낙찰가율이 하락한 것”이라는 반론을 뒤집는 근거이기도 하다. 

국내 공공기관은 350개, 국유토지(국유지ㆍ도유지ㆍ군유지)는 3만3865㎢에 이른다. 정부의 국유재산 매각 전략은 부동산 가치만큼의 결과를 얻어낼 수 있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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